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2) 서울로7017, 차도의 변신은 무죄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2) 서울로7017, 차도의 변신은 무죄
  • 문상기,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8.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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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76일 만에 약 320만 명...1일 평균 4만여 명 다녀가
도시 뷰(View)와 야경은 황홀...한여름 낮과 한겨울에 대한 대비책 주문도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서울로7017의 총 길이는 지상 214m, 고가 810m를 합쳐서 1024m, 폭은 10.3m다. 600여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7년 개장했다.

우리나라에 개장 76일 만에 약 320만 명이 다녀간 길이 있다. 1일 평균 4만여 명이 넘게 다녀갔다는 말이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최근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서울로7017(이하 서울로)의 이야기다.

4일 오후 4시 서울 중림동에 도착했다. 여기서 서울로 운영팀의 허준 주무관을 만나 취재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

중림동에서 장미공원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서울로에 올랐다. 이날도 더위가 살인적이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위 때문에 방문객이 급감했다고 전하는 언론의 보도가 실감이 났다.

허 주무관은 “연일 폭염으로 처음 개장했을 때보다 방문객수가 많이 줄었다”면서 “낮 보행자들을 위해 스프링클러, 안개분수, 쿨팬(선풍기 앞에 물을 분사하는 장치), 그늘막, 친수공간(족욕탕)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몰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경관조명이 들어오면 정말 멋있고, 볼거리들이 많다”면서 “저녁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실제 사실이었다. 서울로에서 본 야경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이야기는 뒤에 하겠다.

▲서울로 7017은 뜨거운 여름 낮 보행자들을 위해 스프링클러, 안개분수, 쿨팬(선풍기 앞에 물을 분사하는 장치), 그늘막, 친수공간(족욕탕)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로는 공원이 아닌 보행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와 비교했을 때, 서울로는 ‘나무가 적고, 또 작아서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지적에 대해 허 주무관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가 고가공원이라면 서울로는 녹색 보행로”라고 설명한 뒤, “서울로가 개장한지 100여일 좀 넘었다. 앞으로 나무들이 더 자라면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강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시멘트 화분에서 나무가 얼마나 잘 자라서 한 여름에 그늘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준 주무관에 따르면 서울로7017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새롭게 탄생한 역사적 고가’라는 의미다. 총 길이는 지상 214m, 고가 810m를 합쳐서 1024m고, 폭은 10.3m다. 6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원래 서울역 고가도로는 서울역을 끼고 퇴계로와 만리재로, 청파로를 이어주는 총길이 938m,폭 10.3m, 높이 17m의 고가차도로 1970년 8월 15일 개통됐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70~1980년대 남대문시장과 청파동과 만리동 봉제공장 등 상인들이 상품을 싣고 날랐던 가교 구실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께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이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6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그 안전성이 D급 상태로 판정돼 2008년에 시는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와 주변도로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2009~2012년까지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와 주변도로 개선사업 설계용역을 수행했다.

철거가 아닌 재생으로 새롭게 탄생

그러다 2014년 9월 24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보고 와서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 중심의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약시설물은 보수 보강해 고가도로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거기에 녹지 프로그램을 결합해 주변 숭례문, 한양도성, 남대문시장 등 문화유산과 연계한 새로운 서울의 도심 명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곧 박 시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5년 5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했고, 제출된 총 7개의 작품 중 보행길을 수목원으로 담아낸 네덜란드 건축·조경 전문가 비니 마스(Winy Mass)의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역 고가도로는 17개 진출입로가 나뭇가지가 되어 인근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큰 나무 형상의 고가보행로로 2017년 5월 20일 새롭게 탄생했다.

물론 추진 과정 중에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에 대해 남대문시장과 만리동 봉제공장 상인들이나 운송업자들은 대체도로 신설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대체도로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반대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지를 묻자 허 주무관은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매출이 늘어나자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서울로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먼저는 기존의 고가도로를 재활용해서 만리동과 회현동을 연결하는 보행로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보행로 안에다 다양한 식물을 식재하고, 편의시설, 공연시설, 전시시설, 체험시설 등을 운영해 걸으면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고가에서 바라보는 도시 뷰(View)는 가장 자랑거리

그렇다면 서울로의 가장 자랑거리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가에서 바라보는 도시 뷰(View)”라고 답했다. 대체나 서울역이 보이는 고가에 서니 옛 서울역, 전국을 이어주는 선로, 염천교, 숭례문, 옛 대우빌딩, 세브란스병원 등과 빌딩숲 사이로 지나는 도로들의 연결이 보이고, 이는 무척 좋아 보였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염천교는 거지왕 김춘삼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거니와 수제화거리, 청파 서계 봉제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유통산업의 침체와 의류소비 패턴의 변화로 인해 침체를 겪었던 염천교 수제화거리와 청파 서계 봉제는 현재 산․관․학의 협력을 통한 도시제조업으로, 동대문시장과 디자이너숍에 납품하는 도심판매업 배후생산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서울로 목련마당 옆에서는 ‘청파 서계 봉제·염천교 수제화, 장인을 잇다’라는 주제로 제작시연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부스에서는 서울역 일대 도심 제조산업의 역사를 알 수 있었고, 제작 과정과 도구도 전시되어 있었다. 또 제작 시연에는 서계동과 염천교에서 수십 년 동안 열정을 바친 8명의 장인들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아울러 판매도 병행하고 있었다.

걸으면서 허 주무관은 551개의 원형 화분에 총 50과 240여종, 24,000여주의 다양한 수목을 심었다고 한다. 또 회현동 쪽 가짓과에서부터 만리동 쪽 화양목과까지 식물들을 과(科)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수종도 알아볼 수 있게 일일이 이름표를 다 붙여놨다고 한다.

▲서울로 7017은 551개의 원형 화분에 총 50과 240여종, 24,000여주의 다양한 수목을 심어 보행로를 만들었다.

총 50과 240여종, 24,000여주 식재...과(科)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열

이어 그는 안내소, 기념품숍, 목련다방, 여행자카페, 수국식빵, 장미김밥, 7017서울화반, 도토리풀빵 등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헬로! 아티스트 서울로 전시관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연히 만난 서울관광마케팅 직원에 따르면 이들 편의시설은 서울특별시 산하 도시 관광 마케팅 업체인 서울관광마케팅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고 한다.

헬로! 아티스트 서울로 전시관은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네이버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이우성 작가의 신작 ‘키스키스’와 ‘우리가 행복한 시간’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밖에도 서울로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장미무대, 유리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방방놀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 허 주무관은 “공연 등 문화행사, 가족과 어린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버스킹 공연도 저녁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가을이 되면 더 많은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로에는 몇 명 정도가 근무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공무원 20명, 수목관리인 15명, 보안요원 30명 등 총 65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보안요원은 10명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까지 허준 주무관의 도움을 받고서 우리는 경관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시간에 다시 나와 보기로 했다.

해지니 은하수로 변신...몽환적 분위기 연출

저녁이 되자 서울로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깊은 청색 조명이 바닥을 비춰 은하수를 연출하고, 백색 조명이 반짝이는 별을 표현해 서울로의 설계자인 비니 마스가 제안한 ‘짙푸른 은하수’를 재현한다. 아울러 4m 높이의 111개 ‘통합 폴(조명·태양광·CCTV·비상벨·WiFi 등이 함께 설치된 가로등)’이 주변을 LED 조명으로 비춘다. 게다가 이들 조명으로 인해 17개 나뭇가지가 뻗은 나무의 형상이 더욱 뚜렷해진다. 수국식빵 옥상에 올라 야경을 조망하니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111개 통합폴에 총 555개 LED 조명등과 551개 수목화분 원형 띠조명 등을 설치했다. 통합폴 1개에는 총 5개 조명등(상단 2개와 하단 3개)을 넣었다. 상단 2개(청색)는 일몰~일출시, 하단 3개(백색)는 일몰부터 오후 11시까지 점등된다. 아울러 통합폴 상단 2개 등에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색이 표현 가능한 RGB(빨강·초록·파랑) 설비가 돼있어서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조명쇼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조명이 밝혀진 서울로는 낮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들과 보행자들로 붐빈다. 최근 서울로는 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날도 숭례문, 서울역, 서울스퀘어와 차도를 달리는 차량이 만들어내는 야경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카메라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또 밤에 피어나는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는 그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그 변하는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도 장관

사람들이 늘어나니 보안요원들의 눈도 분주해진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한 보안요원은 “지난 5월 30일 개장 열흘만에 카자흐스탄 국적의 외국인이 투신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관람객들의 추락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원인 듯 공원 아닌, 보행로인 듯 보행로 아닌, 육교인 듯 육교 아닌 서울로를 바라보는 방문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반면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서울로 7017에는111개 통합폴에 총 555개 LED 조명등과 551개 수목화분 원형 띠조명 등을 설치했다.

일단 서울로의 출발은 긍정적

울산에서 관광을 왔다는 한 가족은 이구동성으로 “서울의 중심에 한 점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서울로의 경관조명도 아름다울 뿐더러 서울역과 미디어파사드,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불빛 등이 굉장히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전북 익산에서 왔다는 박모(22세) 씨는 “차가 다니던 도로를 산책로로 꾸며 신기하다. 경관조명도 너무 예쁘다”면서 “서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익산에도 이런 보행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이와 달리 낮에 만난 엄모(20대) 씨는 “식물의 잎이 마른 게 보여 아쉽고, 한여름 낮에는 너무 더워서 그늘막의 수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면서 “한여름 낮과 한겨울에 대한 대비책과 아울러 이 때에도 방문객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단 서울로의 출발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철거를 해야 했던 고가도로를 재생해 시민들에게 보행로로 돌려줬다는 점, 나무와 초본을 식재해 녹색 보행로를 만들었다는 점, 경관조명을 설치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반면 ‘콘크리트 바닥에 콘크리트 화분은 자연스러운 생태계 조성과 거리가 멀다’라거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들의 지적들이 하나둘씩 보완이 된다면 서울로는 더욱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다시 찾고 싶은 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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