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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1) 자영(自詠)장안의 물 값이 올라가니 이를 어찌할거나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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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9  0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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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 흔히 쓰이는 이 짤막한 한마디에는 많은 교훈이 들어있음을 알게 한다. 남에게 속고 죽임을 당하는 가운데 소송사건이 빈번한 요즈음에 되새겨 보아야 할 금언과도 같은 구절이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데서 비롯됨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자영(自詠)이나 자탄(自嘆)과 같은 어구는 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다. 혹은 반성하려는 마음도 읽을 수 있다. 스스로를 탄식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自詠(자영) / 추강 남효온

   
 

근심과 심약한 병 지난 날 배가 되고

장안의 물건 값에 이 일들을 어쩔거나

여종이 물병을 들고 눈물만이 길러오네.

愁來謁病倍平昔      其奈長安水價增

수래알병배평석      기내장안수가증

病婢持甁枯井上      日看雙淚自成永

병비지병고정상      일간쌍루자성영

 

장안의 물 값이 올라가니 이를 어찌할거나(自詠)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1454∼1492)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근심과 병이 지난날보다 갑절이 되고 / 장안의 물 값이 자꾸 올라가니 이를 어찌할거나 / 병든 여종은 마른 우물에서 빈 물병을 갖고 오고 / (나는) 두 줄기 눈물이 늘 길어짐을 날마다 보았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자신을 읊음]으로 번역된다. 스승 김종직이 세조 왕위찬탈을 빗대어 지은 [조의제문]이 문제가 되어 무오사화가 일어났을 때, 남효온은 사후에 시국을 비방한 김종직의 문인으로 지목된다. 지금의 고양에 있던 그의 묘가 파헤쳐지고 시체는 양화도(楊花渡) 나룻가에 버려지면서 아들 충서도 결국 사형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시인이 걸었던 길이 험난했듯이 이 시문도 어려운 삶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있을 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장안의 물 값이 자꾸 올라가니 이를 어찌할까를 한탄한다. 곧 근심과 병은 날로 더하는데 물가마저 심상치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 쉰다. 당시의 물가도 시세에 따라 많은 진폭이 있었던 것 같다.

화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서민들이 살아가기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병든 여종이 물병을 갖고 나와 물을 깃는데 날마다 두 줄기 눈물이 물병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그림을 그려낸다. 이를 본 화자는 쓰린 가슴을 쓸어안아야 했을 것이다. 타고난 운명은 어찌 할 수 없었던지 살아서나 죽어서나 모진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의 단면을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근심과 병 갑절이 되고 장안 물 값 어찌할까, 병든 여종 빈 물병만 두 줄기 눈물 길어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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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1454~1492)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행우(杏雨), 최락당(最樂堂), 벽사(碧沙) 등으로 쓰인다. 김시습, 원호 등과 더불어 생육신의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직의 문인으로 김굉필, 정여창 등과 함께 수학하였고 주계정, 심원, 안응세 등과 친교를 맺었다.

【한자와 어구】

愁來: 근심이 오다. 謁病: 병이 아뢰다. 倍平昔: 지난 날의 배가 되다. 其奈: 그 어찌 할 거나. 長安: 장안. 한양을 뜻함. 水價: 물값. 增: 올라가다. // 病婢: 병든 여종. 持甁枯: 마른 물명을 가지고 온다. 井上: 샘 위로. 日看: 날마다 보이다. 雙淚: 두 줄기 눈물. 自成永: 스스로 오래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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