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0) 맹서산여변(盟誓山如變)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0) 맹서산여변(盟誓山如變)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8.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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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한 것처럼 산이 무너진다면

한 낭군을 생각하는 여심(女心)은 돌보다 굳고 단단하다는 말이 있다.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는 여성들의 꿋꿋한 절개에서 이런 말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삼종지도(三從之道) 정신은 후진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교과서와 같은 교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꼭 그렇지만 않았던 한 시문을 대하면서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여성성을 발견한다. 고금(古今)을 넘나드는 어쩔 수 없는 여성성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김씨 낭군의 비장한 으름장에 단월승이 정부(情夫)였음을 숨김없이 시인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맹서산여변(盟誓山如變) / 금란(金蘭)

북녘에 김씨 낭군 남녘에 단월승이

첩 마음 구름처럼 정해져 있지 않고

맹세한 산의 무너짐 월악인들 남겠소.

北有金君南有丞      妾心無定似雲騰

북유김군남유승      첩심무정사운등

若將盟誓山如變      月岳于今幾度崩

약장맹서산여변      월악우금기도붕

 

맹세한 것처럼 산이 무너진다면(盟誓山如變)으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유정(柳亭) 양여공(梁汝恭:1378~1431)과 관계된 금란(金蘭)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북녘에는 김씨 낭군이, 남녘에는 단월승 있어 / 첩의 마음 뜬구름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오 // 만약 맹세한 것처럼 정말 산이 무너진다면 / 월악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무너졌겠지요]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맹세한 것처럼 산이 무너진다면]으로 번역된다. 전목(全穆)이 서울로 떠날 때 사랑했던 금란이 옷자락을 부여잡고 굳게 맹세했다. “월악산이 무너질지언정 제 마음은 변치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얼마 후 금란이 단월승이란 사람과 깊은 관계란 소문이 전해졌다.

전목이 편지 한 통을 썼다. “네가 단월승을 사랑한다는 소문을 듣고 내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내 육모방망이를 들고 가서 ‘월악산이 무너질 것이다’는 네 약속을 추궁하겠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위 한시는 이 편지에 대한 금란의 답장이다. 두 마음을 갖게 되는 시적 대상을 만난다. 첩의 마음 뜬구름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시인은 두 남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뜬구름 같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산이 무너졌다면 여러 차례 무너졌을 것이라는 자기 처지를 여과 없이 노정한다.

화자는 정말 산이 무너진다면 월악산은 여러 차례 무너졌겠다고 했다. 순진할 만큼 뜬구름 같은 기생의 절개를 믿었던 전목이 어리석은 사람일까. 남자의 우직한 순정에 비해 여우같은 삼사를 갖은 금란의 배신이 얄밉다고 해야 할까. 오늘날 현실과 대비하면서 당대를 돌아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북녘 김씨 남녘 단월승 뜬 구름 첩의 마음, 맹세처럼 산 무너지면 월악산은 몇 차례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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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정(柳亭) 양여공(梁汝恭:1378∼1431)과 관계되었던 금란(金蘭: ?~ ?)이란 기녀다. 생몰연대와 그 행적은 알 수 없다. 유정은 1418년 병조정랑으로 재직 중, 병사兵事에 관한 일을 상왕인 태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판서 박습 등과 함께 장형을 받고 함안에 유배되었다.

【한자와 어구】

北有: 북녘에 있다. 金君: 김씨 낭군, 곧 ‘김목’. 南有: 남녘에는 있다. 丞: 스님, 곧 ‘단월승’. 妾心: 첩의 마음. 無定: 정해져 있지 않다. 似雲騰: 구름같이 오르다, 뜬구름 같다. // 若將: 만약 장차. 盟誓: 맹세. 山如變: 산과 같이 변하다. 月岳: 월악산. 于今: 지금에. 幾度崩: 몇 차례나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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