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9) 수집삼릉장(手執三稜杖)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9) 수집삼릉장(手執三稜杖)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7.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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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젠가는 삼릉장(세모진 형장)을 잡고 가서

흔히 ‘남자는 배짱 여자는 절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옛말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조용했던 역사적인 일화도 우리는 심심찮게 만난다. 약속을 꼭 지킨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도, 어디 사람이 떠나면 그만이지 약속은 무슨 놈의 약속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성현 선생이 지은 ‘용재총화’에는 여말선초 양여공이 수집해 꾸민 서울의 전목이란 사람이 충주의 기녀 금란을 꾸짖어 호통 치면서 읊었던 시 한 수가 있는데, 이를 번안해 본다.

 

手執三稜杖(수집삼릉장) / 전목, 유정 양여공

듣자하니 네가 문득 단월승을 사랑하여

깊은 밤 역을 향해 밤마다 달려가는데

삼릉장 손에 쥐고서 맹세 물어 따지리라.

聞汝便憐斷月丞       夜深常向驛奔騰

문여편련단월승       야심상향역분등

何時手執三稜杖       歸問心期月嶽崩

하시수집삼릉장       귀문심기월악붕

 

내가 언제 삼릉장(세모진 형장)을 잡고 가서(手執三稜杖)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유정(柳亭) 양여공(梁汝恭:1378~143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듣자니 네가 문득 단월역 승을 사랑하여 / 깊은 밤 항상 역을 향해 달려간다 하니 // 내가 언제 삼릉장(세모진 형장)을 잡고 가서 / 돌아가 월악산 무너져도 마음은 변치 않다던 맹세 물어보리]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손에 삼릉장을 잡고 가서]로 번역된다. 작가는 전목(全穆)으로 되어있으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의하면 유정 양여공(梁汝恭:1378~1431)의 작품으로 다음과 같이 알려진다.

전목이 충주 기생 금란을 사랑했다. 서울로 떠나려 할 때 금란에게 “경솔히 몸을 허락하지 말라”했더니, 금란은 “월악산이 무너질지라도 내 마음은 변치 않으리라”라고 했다. 뒤에 단월역 승(丞=관명)을 사랑했다는 말을 들은 전목이 경성에서 위 시문을 써서 보낸다.

시인은 금란이 단월역 승을 사랑하여 밤마다 충주의 단월역을 달려간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 육모방망이를 들고 충주에 내려가 월악산이 변할 지라도 금란의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그 맹세를 따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는 시문이다.

원문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全穆愛忠州妓金蘭。穆將向京城。戒蘭曰愼勿輕許人。蘭曰月嶽有崩而我心不變。後蘭愛斷月驛丞。穆作詩送之曰。聞汝便憐斷月丞。夜深常向驛奔騰。何時手執三稜杖。歸問心期月嶽崩。蘭和而答之曰。北有全君南有丞。妾心無定似雲騰。若將盟誓山如變。月嶽于今幾度崩。皆梁斯文汝恭所作也]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단월역 승 사랑한다니 역을 향해 달려간다. 삼릉장을 잡고 가서 너의 맹세 물어보리’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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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정(柳亭) 양여공(梁汝恭:1378∼1431)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할아버지는 양환이고, 아버지는 양숙이다. 1405년(태종 5)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해 병조좌랑에 올랐다. 문장에 능통하여 중시 때 이조정랑 김자가 그의 시권을 빼앗아 이름을 고쳐 써 바치니, 장원급제했다고 한다.

【한자와 어구】

聞: 듣자니. 汝便: 네가 곧. 憐: 이웃 마을. 斷月丞: 단월승, 사람 이름. 夜深: 깊은 밤. 常: 항상. 向驛: 역을 향해. 奔騰: 달려가다. // 何時: 어느 때에. 手執: 손에 잡다. 三稜杖: 삼능장, 죄인을 때리는 데 쓰던 세모진 방망이. 歸問: 돌아가 묻겠다. 心期: 마음의 약속. 月嶽崩: 월악산이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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