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서태지가 선택한 방식, 존중되어야 한다.
[반론]서태지가 선택한 방식, 존중되어야 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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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미 기자
저도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뭐 저는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대중문화를 즐기는 수용자로서의 관심정도입니다. 서태지에 대해서 쓴 글을 읽으면서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우선 제가 서태지매니아이기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못마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제가 서태지를 여러 가지 이유로 좋아하는 것처럼 님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를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음악에도 갖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재주를 발휘하고 때로는 소수든 다수이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할 것입니다.

저처럼 별로 음악적 재능이 없는 사람은 그들이 생산한 음악을 내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즐길 뿐입니다. 내가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듯이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자기취향대로 음악을 할 것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에게 내 취향에 맞추라고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대한 표현 다양
서태지 방식 존중돼야


저는 서태지의 음악에 우리의 생생한 삶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지만, 님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에 대해 반박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 태지의 음악에 치열함이 없다는 말에도 수긍할 수는 없지만 그 또한 님의 감상이고 느낌이니 존중하고자 합니다. 다만 음악을 통해서든 미술을 통해서든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서태지가 택한 방식도 그 중 하나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태지의 음악을 들으며 공명합니다. 음악인으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도 생각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의 음악에서 진정성을 느낍니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이어서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가 판소리가 아니라 록음악, 즉 서양음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남의 음악을 제것인양 도둑질하지 않은 바에야 저는 그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나 더, 그가 록을 하고 있지만, 그가 음악을 통해 저항을 하겠다고 선언한 적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대중음악판이 개판인탓에 거기서 제 좋아서 하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저절로 싸움이 되고 저항이 돼버립니다. 거창하게 저항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아도 그가 그의 음악을,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싸움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에게 음악은 삶이고 아시다시피 태지만이 아니라 누군들 제대로 사는 일은 저항 그 이상이니까요.

이번에 님을 웃게 만들었던 이재수씨의 패러디 사건에 대한 태지의 공식 입장입니다. 이 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재수씨 쪽 얘기는 물론이고, 언론들이 하는 말은 물론 태지가 하는 말도 한 번 들어 보셔야 공정하지 않겠습니까? 태지 공식 사이트 서태지닷컴에서 옮겨왔습니다.

 

우퍼엔터테인먼트는 헌정앨범이라는 가식적인 변명을 하고 있다
헌정대상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만일 내가 누군가를 존경해서 헌정앨범을 만들고자 했다면 당연히 예의 바른 정식요청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 몰래 불법으로 음반을 발매한다면 그것도 헌정앨범일까?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이 일은 나와 매니아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면서 다른 일반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일이기에 고민 끝에 설명이 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기획사 우퍼는 몇 달 전 양군기획에 "울트라맨이야"를 "울트라면이야"로 패러디를 할 테니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검토 끝에 이번 건은 왠지 서태지의 이름을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서만 이용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우퍼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나의 이름을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 그들은 저작권법으로 살수 있는 95년작 컴백홈을 선정해 우리측에는 알리지도 않고, 또한 그나마 저작권료조차 지불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음반을 제작했고 컴백홈을 타이틀곡으로 앞세워 홍보 비디오까지 찍으며 음반판매를 시작했다.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우퍼 측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항변했다. "법적인 절차를 다 밟았고 지불할건 다 지불했다. 우리는 문제없다." 라고.

저작권협회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음반을 출시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거짓말을 했다.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떳떳하게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는 "이건 정말 잘못됐다. 그냥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니다. 또한 쉬운 일도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을 범하고도 사과는 커녕 또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원만한 해결책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바로 저작권협회에 연락해서 확인을 했다. 저작권승인팀의 담당자는
"사전 승인을 해준 적이 없다"라고 확인을 해주었다. 게다가 이미 승인 없이 음반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저작권협회에서도 자체 감사팀을 조직해서 조사할 계획이며 특히 본건의 경우, "원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이 가사를 무단 변경했으므로 저작권 중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이는 사후 승인은 물론 사전승인도 있을 수 없다" 라고 분명하게
저작권협회 담당자로서 의견을 밝혔다.

난 적어도 그 말을 믿었다. 그건 법이니까.

이에 우리의 변호인 측은 "사전승인도 없이 출시된 이번 음반에 대해서 사후승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저작자인 나의 분명한 의견을 내용증명을 통해(7월10일) 저작권협회에 제출했고 또한 법원에는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리고 7월 11일 다시 한번 저작권협회에 전화를 걸어 절대 사후승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하지만 또 한번의 뒤통수를 맞는 일이 생겼다..
최근 신문기사를 보고 나서야 저작권협회에서 사후승인을 해주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7월 10일, 저작권자의 요청으로 '사후승인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효력이 있는 내용증명이 저작권협회에 전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일 후인 7월16일에 감쪽같이 사후승인이 나버린 것이다

과연 이 땅에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에 사후승인은 커녕 사전승인도 안 된다던 저작권협회에 그 사후승인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문의를 하자 그 당시 담당자는 휴가를 갔다고 했고 '인격침해팀'담당자가 전화를 응대했다.

여기서 우린 또다시 참으로 이상한 말을 들어야 했다.
저작권협회는 저작권자의 권익보호와 올바른 저작권의 위탁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승인 없이 출시된 앨범에 대해서는 사후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저작권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사후승인을 해주고 있다라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내 음악을 지켜달라는 내용증명을 받고서도 저작권자의 권익(?)을 위해 저작권자에게는 전화 한 통화 상의도 없이 서둘러 사후승인을 내주었단다. 내가 싫다는데도 날 위해서? 과연 무슨 논리일까?

그리고 이 소식이 보도를 통해 전해진 7월31일, 이재수 측은 문화대통령이 속 좁게도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은 정당한 패러디를 문화적 차이로 이해 못한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맞불을 놓겠다고 여론을 형성하며 대응했다.

그러나 이 건은 엄밀히 말하면 패러디에 대한 제소가 아니며 이재수 개인에 대한 제소 또한 아니다. 물론 그들도 이점을 더 잘 알 것이다..

거대 기획사의 철저한 상업적 계략에 맞선, 한 음악인의 정당한 권리를 위한 올바른 주장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 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어처구니없게도 마치 거대가수 서태지 대 힘없는 이재수라는 형태의 대결구도로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여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부조리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어쨌든 음악을 도둑질 당한 피해자인 내가 가해자의 탈을 써야만 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정당하게 나의 음악을 지킬 것이다.

왜 유난이냐고?
이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음악이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혼신을 다해 만든 상대의 음악을 쉽게 생각하고 작가의 동의도 없이 편법적으로 돈벌이에만 이용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판례를 남기기 위한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비록 속 좁다고 매도 당한다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결국 내게 창이 돌아온다 해도......
난 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비록 승소를 하든 패소를 하든 이번 건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저작권의 보호와 오히려 패러디문화를 바르게 인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인의 최소한의 권익보호와 제대로 된 한국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모든걸 걸고라도 이 어려운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나와 생각이 같은, 눈물 나게 고마운 사람들도 물론 함께한다.
10년, 20년 후 우리나라 문화의 수준이, 그 모습이 어떠할지 한번만 생각해보자. 이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몫이다.

-패러디조차 이해 못하는(?) 속 좁은 문화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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