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이 어때서
내 휴대폰이 어때서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7.07.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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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지들은 내 휴대폰을 보면 한 마디씩 한다. “지금도 그런 폴더폰을 쓰다니 너무 한다” “어디 산 속 암자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카톡도 안되지, 페북도 안되지.” 한 마디로 시대에 호응을 하지 않고 소통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월정액으로 3만원도 안 나온다면서 자꾸 최신 폰으로 바꿀 것을 권유한다. 하기는 은행이나 동사무소 같은 데서 018 번호를 대면 아직도 그런 번호가 있느냐고 묻는 일이 왕왕 있을 정도이니 그럴 법도 하다.

사진 공유, TV프로 보기, 카톡 같은 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어찌 보면 내가 한사코 구형 휴대폰을 고집하는 것은 그런 싫증들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기 위한 방어 기제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용요금은 스마트폰보다 더 많이 나오는 편이다. 월 4만원 정도 나오니까 은퇴자한테는 꽤 부담이 되는 폭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그것을 감당한다. 별 불만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찍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누구와 쓰잘데 없는 대화를 할 염사도 당최 없다. 세상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 세상이 되고 있다. 세상과 연결은 해놓아야겠기에 갖고 있을 뿐 휴대폰을 통해서 다급히 알아봐야 할 뉴스도 없고, 앱 같은 것으로 찾아볼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은 나의 이런 엇박자에 혀를 차면서 외고집쟁이로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그것도 안갖고 다닌 사람보다 낫다고 자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전엔 벽돌만한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직업상 구해 쓰다가 벽돌휴대폰 시대가 저물 때까지 갖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캐릭터에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남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에는 발을 디밀지 않는 고집으로 살고 있으니 이런 저린 말을 듣는 성싶다.

나는 저녁 8시에는 휴대폰을 끈다. 물론 텔레비전도 없다. 그러니까 만일 8시 넘어서 어디서 전쟁이 났다고 하더라도 나의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 된다. 가능한 대로 휴대폰이나 TV나 이런 것들 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수필에서 그 옛날 어느 때 어떤 절친한 친구가 서로 이웃 마을에 떨어져 살았는데 바람에 오동나뭇잎이 흔들리면 ‘아, 저 동네 친구가 술 한잔 하자고 나를 부르는구나.’ 그러고 술 마시러 친구한테 갔다고 한다. 그런 세상이 그리워서 지금껏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나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단순히 전화가 아니라 컴퓨터, 네비게이션, 극장, 책방 등 여러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백 가지 천 가지 온갖 편리한 기능이 있다는 것까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서 열리는 그 편리한 세계가 나에게는 별로다. 수다한 편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스마트폰이 내게는 좀 떨떠름한 물건이어서 여지껏 내비둬하고 있다.

내가 이렇듯 스마트폰에 대해서 손사래를 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앉으나 서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개 숙인 인간종의 모습이 영 아니다싶어서다. 버스든 전철이든 찻집이든 어디서든 사람들은 줄창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인간은 스마트폰을 보기에 더 적합한 상태로 목뼈 구조가 진화할지도 모른다. 하기는 그때 가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른 신묘한 기기가 ‘짜잔’ 하고 나오겠지만.

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백설공주의 의붓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수정구슬에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하고 물었던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대고 묻는다. 자기 머리에 물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찾는 것들이란 것이 대개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들이기 십상이다. 현대인의 하루는 스마트폰에서 시작하고 스마트폰에서 저문다. 내가 스마트폰을 ‘제3의 장기’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내가 스마트폰을 안 쓰는 이유는 그렇고 그렇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이 있어 모두들 저쪽이다, 하고 몰려갈 때 이쪽이다, 하고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볼작시면 아닌 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는 기분이다. 매사에 어느 한 쪽으로만 사람들이 몰리는 듯하다.

작은 배에 타면 뱃사공이 배가 한 쪽으로 기울까봐 승객들더러 움직이지 말고 양 쪽에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배도 나아가려면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휴대폰으로 욕문자를 보내는 것 같은 의사표명을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살아보니 어느 한 쪽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자칫 오류가 섞여들기 쉽다. 지난 날을 돌아볼 때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이 안 가는 길을 가겠다는 이 오기라니. 나는 2G 폴더폰을 없어질 때까지 사용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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