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요양병원에서 80대 노인 폭행 의혹
광주시립요양병원에서 80대 노인 폭행 의혹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7.1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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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수차례 눈 주위를 폭행했다"
병원 측 "제압만 했을 뿐 폭행하지 않았다"
▲ 병원 이사장 박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부친과 대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광주시립요양병원에서 병원 이사장이 노인 치매 환자 A(남, 86)씨를 폭행으로 제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A씨의 아들 이경률 광주시 전 인권담당관은 11일 오전 광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의 박 이사장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를 제압하던 중 밀폐된 공간에서 수차례 눈 주위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인권담당관은 “지난 토요일(8일) 오후 아버지를 찾아갔더니 눈이 충혈되고 눈 주위와 이마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며 “당직 간호사에게 사건 경위를 물었으나 ‘전혀 알지 못한다. 누가 이렇게 했는지 모른다’고 폭행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해명도 없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는 “박 이사장은 아무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 아버지를 데리고 가 수차례 안면, 왼쪽 눈 부위를 폭행했다”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전치 2주의 상해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 A씨의 상처부위

이날 이 전 인권담당관이 공개한 상해진단서에는 상해의 원인, 또는 추정되는 상해의 원인으로 ‘누군가에게 맞음’이란 문구와 ‘좌측 안와 주위부종심함, 이마와 좌측 측두부위까지 다발성 타박상 및 멍 소견 보임’이라는 의사소견이 적혀있다.

보호실과 병원 내 모든 곳에 CCTV가 작동되고 있어 공개를 요구했으나 환자의 프라이버시로 인해 녹화는 되고 있지 않았다.

이 전 인권담당관은 “입원환자가 이런 상태가 되도록 보호자에게 연락도 취하지 않았으며 외래진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어떤 잘못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입원 환자를 의료인이 폭행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광주시와 사법 당국은 환자 폭행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이사장에 대한 법적 처벌, 가족이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일체의 연락도 취하지 않는 점 등 종합적 감사를 통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 공개한 상해진단서

병원 측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경 A씨는 같은 병동의 B(여, 95)씨가 “집에 가겠다”며 병원을 나가고 싶어 하자 A씨는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 행동을 박 이사장이 제지하며 마찰이 일자 박 이사장은 간호사실 옆에 있는 밀폐된 보호실로 A씨를 데려가 제압시켰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보호실로 데려가 팔과 다리를 잡고 진정시키는데 머리를 계속 흔드니 이마를 잡고 제압시켰다”면서 “제압만 했을 뿐 폭행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A씨는 심방세동을 앓고 있어 혈액 항응고제를 처방 받고 있다. 혈액 항응고제를 맞으면 쉽게 멍이 든다”고 덧붙였다.

병동을 총괄하는 수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잘 생활하시지만, 하려던 것을 제지하면 화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서 “하지만 보호자에게 전화한다고 말하면 금방 수그러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이사장은 이를 몰랐고, 사건 당시 제가 A씨께 아들에게 전화하겠다고 하니 금방 수그러지셨다”며 “전화를 제 때 못 드린 것은 저희의 불찰이며 정말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윤장현 광주광역시 시장은 정순복 건강정책과장과 권순국 인권침해조사관을 시립 제1요양병원으로 보내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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