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운무' '섬진청류'
'노고운무' '섬진청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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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심각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노고단의 자연휴식년제가 실시 된 지 십 년, 1991년 1월 1일부터 10년 7개월만에 지리산 노고단이 일반에게 개방되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개방된 노고단을 지난 4일 다녀왔다.

오전 7시,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았다는 빗정골 아래 의신마을에서 1박을 하고, 아침 7시 10분 노고단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화개장터와 구례를 거쳐서 천은사 입구를 지나 구례에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노고단 길을 자동차로 올라갔다.

노고단 ! 아름다운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자연의 보고

이 길을 오를 때마다 항상 자동차가 다녀서는 안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지만, 시간을 핑계 삼아 차를 타고 '성삼재'까지 올랐다. 오전 8시경, 성삼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40분 정도, 길이 넓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으면 된다.

노고단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40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때 탐방 1시간 전에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안내를 받아서 탐방신청을 확인하러 갔더니 9시 30분부터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아침을 거르고 산에 오른지라 버너와 코펠을 꺼내서 라면을 끊이고, 준비해온 오이와 사과를 디저트로 아침식사를 끝냈다. 그늘에서 땀을 식힌 뒤에 9시 30분 관리사무소 가서 출입증을 받았다.

노란 원추리꽃이 인쇄된 링타이로 만든 출입증을 받아서 목에 걸고 노고단 정상을 향하여 10여 분을 더 걸었다. 정상 입구에는 철책이 둘러쳐져 있고, 탐방객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노고단이 개방된 지 4일째 탐방객들과 직원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400명을 4번으로 나누어서 한 번에 100명씩만 탐방객을 받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이 땀을 빼며 설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고단에 오른 시민들의 원망은 쉽게 잣아들지 않는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안된다고 하면 어떡해?", "인터넷 못하는 늙은이들은 어찌하라고", "여기서 선착순으로 받아야지." 여러 가지 이유와 원망으로 직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10시로 정해져 있는 오전 탐방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몰래 노고단에 올랐던 등산객들이 직원들에게 붙들려 내려오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모두 다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목책이 둘러처져 있고, 철책문 앞에는 출입을 막고 있다는 입간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저 분들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과태료 7만원을 물게 된다"고 하였다. 잠깐 동안 조금 심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였지만, 잠시 후 탐방객을 안내하는 직원들로부터 노고단 복원 사업에 들어간 노력과 비용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나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탐방에 앞서서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우리의 주인은 노고단의 풀과 나무입니다. 여러분은 저희 주인을 찾아오신 손님입니다. 저희 직원들은 우리들의 주인인 노고단의 풀과 나무가 싫어하지 않는 만큼만 여러분을 손님으로 모실 예정입니다", "노고단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는 출입을 막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많은 돈을 들여서 복원하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노고단을 개방하였습니다" 고 탐방에 따른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하였다.

지난 10년 중에서 처음 5년 동안 노고단의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였지만 노고단이 살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5년 동안 10억원의 비용을 들여서 노고단을 복원하기 위한 '인공복원'사업을 실시하여 이만큼 회복시켰다고 하였다.

10시 정각, 10년 만에 열린 노고단 정상 길이 열렸다. 100명의 탐방객들은 '우루루'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지리산 10경에 속한다는 '노고운무'가 노고단 정상을 휘감아 돌아가고 아름다운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노고단 길을 올랐다. 탐방객을 위한 길이 목책으로 둘러처져 있어서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하는 '경이로움'이 평안한 마음을 갖게 하였다.

지리산 10경 중 노고단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한 가지는 '섬진청류'인데, 노고운무는 흐린 날, 섬진청류는 맑은 날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노고운무를 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섬진청류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흐린 날씨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탐방객들에게 안내하는 직원은 "여기에 오셨으면, 섬진강을 보시려고 할 것이 아니라 노고단의 아름다움을 보셔야 합니다"하면서, 전망대 바로 아래 바위 위에 고즈넉히 피어 있는 '돌양지꽃'을 찾아 보여주었다. 아무런 양분도 없는 바위 위에서 이슬만 먹고 자란다는 아름다운 들꽃이다.

"해발 1507m,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봉 중에 하나이다. 신라시대 화랑국선의 연무도장이 되는 한편,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으로... 노고단이란 도교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인 서술성모를 일컫는 말이다."

노고단에 얽힌 이야기, 복원공사의 설명을 듣고, 들꽃들을 보고, 사진을 찍고 하는 사이 어느새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탐방객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노고단을 내려왔다.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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