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절벽 시대의 도래
출산절벽 시대의 도래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7.06.29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1974년 5월 하순경 대한가족협회와 한국문인협회가 공동 주최한 「문학과 가족계획」이란 심포지움이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었다. 나도 그때 주제 발표를 하면서 문학이 어떻게 해야 소위 ‘두 자녀 낳기 운동’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가라는 논제를 가지고 발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심포지움에는 고인이 된 조연현, 정을병, 박완서, 이형기, 이문구 등 많은 문인들이 참여하였으며, 황석영, 백시종, 조정래 등 소위 70년대 신예 작가들도 많이 참여하였다. 결론은 당시 정부 시책인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 대해 문학작품에 이것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였다. 당시 한국 사회는 4~5자녀가 평균치였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들어서는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슬로건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불과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출산절벽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출산절벽은 현재 국가적 재앙이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남한에는 인구가 절멸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제 인구 정책은 어느 한 부처만의 일이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인구정책을 관장할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꾸려야 한다. 한국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이후 17개월 연속 전년 대비 출생아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2016년 12월(-14.7%), 2017년 1월(-11.1%), 2월(-12.3%), 3월(-13.1%), 4월(-13.6%) 등 5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감소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간 출생아가 35만 밑으로 내려갈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통계를 보건대 출산율이 반전될 그 어떤 증후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출산율 저하는 문화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 등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인구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금년부터라도 인구 정책을 새롭게 펴나가야 한다. 인구전문가들은 그간의 우리의 인구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완전히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10년 이내에 상당수의 농촌은 무인촌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우리의 고향이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촌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어느 괴기 소설과 같은 이야기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이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재학생수가 960명이었는데 지금은 38명에 지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내가 졸업한 전남 장성군 성산초등학교는 역사가 110년에 달하는 유서깊은 학교인데도 사정이 이런데 다른 초등학교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출산절벽은 우리 민족의 존망에 관한 문제다. 국가 예산과 경제 발전의 모든 초점을 인구 증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5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외쳤던 ‘두 자녀 낳기 운동’ 캠페인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가족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부각되겠지만 인간은 남녀가 만나 가족의 최소 단위가 되고 여기에 자녀를 낳아 후손들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건강과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서너명의 자녀를 두는 것도 자신은 물론 사회에도 큰 보탬이 되는 것이다. ‘나’ 여기에 있고 ‘그대’ 거기에 있으니 ‘우리’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말이 있듯이 예전의 우리 조상들의 삶에는 항상 ‘나’, ‘너’ 보다는 ‘우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소중히 여겼고 나의 어머니 보다는 우리 어머니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인구가 갑작스러이 줄면 그 나라는 존망을 시급히 따져 봐야 한다. 우리에겐 자원이 부족했으나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아기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도 또 하나의 우리의 잘못된 욕망 때문이다. 나 하나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결혼도 않고 결혼했어도 자녀 출산도 않는다면 그것은 망령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우리 모두는 민족의 존망이 달린 인구 문제, 출산의 문제를 팔 걷어부치고 해결하려 떨쳐 일어나야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