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스터리
아파트 미스터리
  • 문틈 시인
  • 승인 2017.06.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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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에 와서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돌아간 조선족 동포한테서 들은 질문이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어지간히 다 알고 가는데 그러나 한 가지 도저히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어떻게 40대 샐러리맨이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가지게 되는지 그 비법을 끝내 모르고 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서 돈 벌어 중국 고향에 집도 사고 가게도 냈다. 이주 노동자치곤 괘 성공한 축이다. 그런 그가 끝내 알아내지 못한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알면 한국에 귀화라도 할 것처럼 말했다. 그것은 사실 내게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어떤 샐러리맨이 월 400만원의 봉급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차를 굴리고, 그리고 주말에 가족 외식을 한다고 했을 때 아껴 쓰고 남겨 월 100만원씩 저축하기도 어렵다. 설령 가능하다고 쳐도 1년이면 1200만원, 10년이면 1억2천만원 ….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30년 걸려도 계산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서울의 평균 집값이 5억원 이상이라고 하니 이 통계를 미루어 짐작컨대 10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비싼 집을 갖게 된 것일까.

광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해봤자 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서울이나 부산, 수도권에는 10억 이상 가는 아파트가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 있다. 그곳은 딴 세상처럼 보인다.

비싼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집 부자’가 되었을까.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부분 아파트를 요리조리 굴려서 돈을 불려 10억 넘는 아파트를 갖게 된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서울에서는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도하 신문들은 난리 난 것처럼 떠들었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부동산 투기는 한국의 풍토병이 되어버렸다. 오죽했으면 개혁 깃발을 내건 노무현 대통령조차 ‘부동산 빼고는 꿇릴 것이 없다’고 했을까. 그만큼 부동산 문제(라는 것이 곧 아파트 문제나 다름없지만)는 손을 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40년 가까이 ‘돈 벌려면 부동산을 사야 한다’고 철저히 학습이 되어 있는데다 아무리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정책을 내놓은들 시장(市場)은 빠져나갈 대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시는 최근 다운계약서 신고 때 포상을 한다고 하지만 다운계약서 적발은 부동산 대책으로 볼 때 언 발에 오줌누기다.

바로 두세 달 전만 해도 아파트의 공급 물량은 넘치는데 수요가 한정되어 있다며 미분양을 걱정하는 소리들이 요란을 떨었다. 지금은 무엇이 어쩌고 해서 오른다는 식으로 흡사 야구시합 뒤의 해설하듯 떠들어댄다.

아파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에 우리가 눈감고 있는 것이 있다. 아파트의 생명이 불과 30년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 집 지은 지 30년만에 헐고 재건축하는 나라가 있을까.

미국은 보스턴이나 워싱턴 같은 데는 100년 넘은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그 아파트에서도 멀쩡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대체 짓는데 거의 3년, 허물고 새로 짓는데 3년 걸리는 아파트를 30년 살고는 ‘헌 짓 줄게 새 집 다오’하고 때려 부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하기는 휴대폰을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새것으로 교체하는 사람들한테는 한 집에서 30년 사는 것이 지겨울지 모른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헌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새집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새집신드롬’ 이유가 가장 크다. 물론 학군, 부촌, 재테크 등 다른 요인들도 있다.

새 아파트는 지어도 지어도 모자란다. 새집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70퍼센트가 넘는다. 누군들 새집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30년 살고 재건축하는 바보같은 짓을 정부가 허가하고 있으니 아파트 문제는 정부 탓이 크다.

최근 나온 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산 중 거의 80퍼센트는 부동산 형태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갑에 돈이 없는 무늬만 부자라는 말이다. 이 통계를 달리 해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마련이 곧 부자되는 길이고, 그래서 집에 ‘몰빵’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중에는 27평 아파트가 24억원을 호가한다. 그 아파트를 구입해 재건축하면 40평대 아파트를 준다고 하니 너도나도 수요가 몰린 것이다. 60층으로 재건축한 초고층 아파트는 30년 후에는 또 헐고 그때 다시 120층으로 재건축할 것인가?

아파트를 튼튼히 지어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재건축 때 발생하는 수익의 환수, 1가구 다주택 소유 금지, 주택 청약 후 몇 년 내 재청약 금지 같은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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