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은 결혼식을 응원합니다(1)
당신의 작은 결혼식을 응원합니다(1)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6.2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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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 비용만 해도 천차만별
식대 지불보증 하지 않을 시 계약 거부하기도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돈’ 때문에 결혼마저 포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덕이고 있다.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식장, 혼수, 예물, 신혼여행 등 거품이 빠져야할 부분이 많다. <시민의소리>는 허례허식 없는 결혼식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정부·지자체 지원대책, 결혼준비 과정에 불필요한 비용 점검 등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시작한다.<편집자주>

   
▲작은결혼정보센터에 등록된 작은결혼식장인 광주광역시지방공무원교육원 주말예식장 ⓒ여성가족부 작은결혼정보센터

[시민의소리=김다이 기자] 올해로 30세. 88년 광주에서 태어나 줄곧 광주토박이로 살아왔던 A씨는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세상물정을 알아가고 있지만, 차라리 모르고 살았을 때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A씨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물가는 오르지만 내 월급만 오르지 않는다’고 외치며 정체된 사회에 한숨만 푹푹 쉬게 된다.

A씨 주변 친구들은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면서 하나둘씩 본격적으로 결혼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또래 친구 단체 카톡방에서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하나둘씩 공유하면서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됐다.

현실 속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양가 부모님의 요구도 문제지만, 더 큰 장벽은 결혼식을 위해 소요되는 ‘돈’, 비용이었다. 일을 시작한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뿐이지  A씨의 통장 잔고는 늘 비어있는 상태다.

결혼 날짜가 잡히면, 사실 결혼식장을 빌리는 것부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혼식장 대관료의 경우 결혼 성수기, 예식 시간 등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2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결혼식장 대관 비용뿐만 아니라 ‘식권’도 예식비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당일 예식장 비용 적어도 2,000만원 소요

식권비용으로 기본 하객수 지불보증을 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하객들에게 불백으로 식사를 대접했던 예전 문화와 달리 요즘은 뷔페식으로 바뀌어 식권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결혼식장에서 기본으로 구매를 요구하고 있는 식권의 매수는 250장이었다. 결혼을 축하해주러 온 하객들이 더 많이 오든 더 적게 오든 무조건 식권 250장을 사라는 것이다.

식권 1장당 비용은 3만 5천원이었다. 당일 결혼식장에서 쓰는 비용만 해서 각각 1,000만 원 이상 나가게 되는 상황으로 눈앞이 깜깜했다. 예식 당일 적어도 총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예식장 이용요금으로 나가게 되는 것.

여기에 하객수를 줄여 규모가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경우 높아진 식대, 생화로 꾸민 값비싼 꽃 장식이 또 발목을 잡는다.

주변 친구들은 “당일에 오는 하객들이 주는 축의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던데”라고 말하지만 사실 A씨는 하객이 그만큼 채워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결혼식장을 잡는 일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예식장을 알아보던 A씨는 “식권을 구입한 금액을 현금으로 결제할 시 대관료를 빼준다는 식장도 있었다”며 “카드로 결제했을 시와 현금으로 결제했을 시 식권 금액을 다르게 받는 것은 탈세의 온상이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지역 웨딩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광주의 경우 결혼식장 대관료를 받는 곳도 있고, 식권을 사면 무료로 대관해주는 곳도 있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며 “하지만 수도권이나 서울, 다른 지역의 경우 대부분 대관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은결혼정보센터에 등록된 작은결혼식장인 광주광역시지방공무원교육원 주말예식장 ⓒ여성가족부 작은결혼정보센터

작은 결혼식, 허례허식 없애는 것이 관건

최근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로 1인가구가 늘어가면서 결혼식도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비워내기 시작했다. 결혼식은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치솟고 있는 ‘비용’문제로 셀프웨딩과 작은 결혼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젊은 층들이 많아지고 있다.

‘허례허식’을 덜어낸 대표적인 예가 ‘주례 없는 결혼식’이다. 결혼식에서 주례로 시간을 보내던 예전문화와 달리 신랑, 신부가 직접 혹은 친한 지인의 사회로만 결혼식이 진행된다.

주례를 봐준 사람에게 사례비, 고가 사례품을 주던 문화가 사라졌지만, 이는 결혼식에 소요되는 비용 중 극히 일부분이다.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른 B씨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해서 차라리 실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는 가전제품을 사던지 서로를 위해 다른 곳에 쓰자는 의견으로 합의해 작은 결혼식을 치룰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결혼 비용에는 거품이 너무 많아 바뀌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B씨는 “작은 결혼식은 자칫 궁상맞고 초라한 결혼식이라는 주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며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라기보다 예비부부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된 공공 예식장이 늘어나거나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공부분 ‘작은결혼식’ 지원대책 필요

이처럼 실상 작은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천하기까지에는 양가 부모님에게 양해구하기, 예식장 구하기 등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작은결혼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작은 결혼식 문화를 홍보하고, 사례 등을 수집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검소한 결혼문화를 장려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작은결혼식’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에서 작은결혼식장으로 등록된 곳은 3곳뿐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예식장 장소만 대여 해줄 뿐, 협력 업체가 없기 때문에 예비부부가 개별적으로 뷔페업체, 웨딩업체 등 준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는 9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인 K모 씨는 “솔직히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고 해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면서 모았던 돈이 결혼을 준비하는데 몽땅 소비되고, 추가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대출을 해야 할 상황이다”며 “그나마 셀프웨딩촬영을 하기로 해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 시간도 안 되는 결혼식에 지출되는 금액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허례허식’없는 작은 결혼식을 치르기 위한 정부의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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