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의 눈물
커제의 눈물
  • 문틈 시인
  • 승인 2017.06.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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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한테 내리 3게임을 진 커제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커제는 중국의 최고 바둑 고수다. 한국의 이세돌이나 이창호한테 져서 통곡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한테 패배해서 운 것이라는 데 나의 관심은 별나다.

마지막 세 번째 게임에서 중간에 패색이 짙은 커제는 묘수를 찾지 못해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는데, 내게는 이 모습이 장차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 것으로 보였다. 기계한테 졌다고 운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기계가 인간보다 힘이 세고, 기계가 인간보다 연산을 잘하는 것은 우리가 당연시해온 것이다. 그동안 기계는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커제는 울었을까. 그 깊은 속이야 모를 일이지만 기계 앞에서 최고의 바둑 고수가 인간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알파고가 이세돌하고 붙었을 때 이미 인공지능 시대의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짐작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알파고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새 알파고가 빛의 속도로 수천만 번 자신이 고안한 기보를 가지고 바둑 연습을 했다. 인간 누구도 알파고와 겨룰 수가 없게 진화한 것이다.

기계와 겨루고 그 패배로 인해 울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기계는 단순히 힘자랑하고, 계산 잘하는 데서 나아가 지능을 갖춘 ‘기계 인간’의 능력을 갖추게 될 참이다. 알파고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인공지능이라는 최대의 협력자를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또한 최대의 적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벌써부터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해가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주가변동을 인간보다 더 잘 예측하고, 인간보다 더 법률상담을 잘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운전수 없는 차를 운행하고, 환자를 진찰하고, 미래를 내다본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가진 오감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업적인 업무를 빨리, 정확히, 많이 해내고 있다. 이것은 주요 직업 전선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한 아이티 기업 총수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상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될 세상에 대해서 우려한 바 있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자회사 하나는 일년에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단 2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펼칠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불안한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의 출현은 그 기본 바탕에 ‘문명의 발전’이라는 가설을 깔고 있다. 그리고 그 문명이 인간을 이롭게 한다고 믿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인간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인간은 돈이 있든지 없든지 ‘일하는’ 데서 존재 이유를 증거한다. 일하지 않고 있으면 진정으로 살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일은 자기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인간 대열에서, 삶의 의미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 보통 우리는 일하지 않기 위해서 일한다. 즉 편하게 살기 위해서 일한다. 그러한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이 일하는 인간으로부터 ‘일’을 빼앗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일을 함으로써 인간은 근육은 물론이고, 뇌의 활동을 정상 상태로 유지한다. 또한 정신을 건강하게 한다. 그런데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올수록 우리는 천국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게 될지 모른다. 한 번 인간의 생겨먹은 모습을 보라. 발은 걷도록 고안되었으며, 손은 무엇인가를 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 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탑재된 여러 기계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상상해보건대 인간은 미래에 인공지능 로봇을 한 대씩 구입해서 옛날 양반들이 하인을 부리듯이 뒷짐 지고 팔자걸음을 하면서 살게 될까. 그런데 문제는 하인이 주인보다 더 영리하고 똑똑해질 경우는 어떻게 될까.

커제가 이제 초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파고 앞에서 ‘넘사벽’을 만나 울었는데 인공지능의 진화 속에서 인간은 로봇의 주인이면서도 하인 노릇을 하게 될 기묘한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아이티 세계의 하드웨어 분야에서 열심히 뛴 덕에 그런대로 먹고 살았는데 인공지능 개발에 국력을 기울이는 강대국들의 국제전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걱정이 된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가 과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한다. 커제처럼 울지 않고 살 수 있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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