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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3) 숙감로사(宿甘露寺)소나무 운치는 초연하여 고요한 세상이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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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4  09: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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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말선초(麗末鮮初)의 대학자도 ‘문학의 서정성’ 앞에서는 몸을 사렸던 모양이다. 불교를 숭상하면서 스스럼없이 절을 찾아 스님과 대좌도 했고, 절간이 호텔인 양 잠을 청하기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정의 힘든 일을 잠시 접고 자연을 접한 시인의 마음은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심정이었음은 정한 이치였다. 문학을 아는 분명한 정도다.

푸른 잣나무, 바람 소리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소나무의 운치 등을 보고 들으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宿甘露寺(숙감로사) / 양촌 권근

   
 

연기 자욱 절에 새벽 그지없이 맑은데

이슬 내린 뜰 앞에 잣나무가 푸르구나,

때때로 서늘한 바람 버들가지 흔드네.

煙蒙古寺曉來淸      湛湛庭前柏樹靑

연몽고사효래청      담담정전백수청

松韻悄然寰宇靜      涼風時拂柳絲輕

송운초연환우정      량풍시불유사경

 

소나무 운치는 초연하여 고요한 세상이네(宿甘露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연기가 자욱한 옛 절 새벽은 이렇게 맑기만 하고 / 이슬 내린 뜰 앞의 잣나무는 푸르기만 하구나 // 소나무 운치는 초연하여 세상은 마냥 고요한데 / 서늘한 바람만이 때때로 가볍게 버들가지를 흔드누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감로사에 묵으면서]로 번역된다. 조선이 개국되고 세상의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작자가 감로사를 찾아 하룻저녁을 묵으면서 자연에 취했던 것이 시적인 배경이다.

감로사는 소동파 시선이나 김부식이 차운한 시문에서 보이는 절이다. 작자가 찾는 감로사는 송도에 있는 고찰로 한자의 뜻대로 보면 멋진 운치를 더한다.

시인은 감로사에 묵으면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시상을 일으킨다. 연기 자욱한 옛 절 새벽은 맑기만 하고, 이슬 내린 뜰 앞에 잣나무는 푸르다고 했다. 맑은 새벽 공기에 취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잣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보게 된다.

화자는 자연이 주는 운치 속에 고요한 함성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나무 운치는 초연하여 세상은 고요한데, 서늘한 바람만이 때때로 가볍게 버들가지를 흔든다고도 했다. 시끄러운 세상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초연한 느낌까지 받는다. 세상 물정 모르고 서늘하게 부는 바람 한 줌이 버들가지뿐만 아니라 화자의 마음도 뒤흔들어 놓고 있었음이 분명하리니. 촉촉한 이슬을 받아 머금고 축 늘어진 모습이 소나무와 더불어 한껏 운치를 더했던 모양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옛 절 새벽 연기 자욱 잣나무는 푸르구나, 세상은 고요한데 버들가지를 흔드는 바람’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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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1389년(창왕 1) 첨서밀직사사로서 윤승순과 함께 명나라에 다녀왔다. 그 때 밀봉하여 가져온 예부의 자문을 도당에 올리기 전에 중도에서 몰래 뜯어본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우봉에 유배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한자와 어구】

煙蒙: 연기를 둘러쓰다, 연기 자욱하다. 古寺: 옛 절. 曉: 새벽. 來淸: 맑다. 湛湛: 맑디맑다. 庭前: 뜰 앞. 柏樹: 잣나무. 靑: 푸르다. // 松韻: 소나무 운치. 悄然: 초연하다. 寰宇: 세상, 진세. 靜: 고요하다. 涼風: 서늘한 바람. 時: 때대로. 拂: 흔든다. 柳絲: 버들가지. 輕: 가볍게 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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