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어느 장관 후보자가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발각되어 낙마한 일이 있었다.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미국의 법치를 보여준 사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총리, 각부 장관, 고위 관료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후보자들 대부분이 법률위반을 기록한 사실이 눈에 거슬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인사에 대한 인사배제 5대원칙을 내걸었는데 그 공약이 무색할 정도다.
소위 지도층(이라는 말을 나는 꺼려하는 표현이지만) 인사들이 범하는 법률위반 사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나는 내심 새 정부가 과거 정부와는 다른 ‘청렴 내각’을 구성해서 그 도덕성을 무기로 국민의 지지를 모아 적폐청산은 물론 개혁을 통해 ‘사람이 사는’ 나라를 만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면면의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에는 정말 깨끗한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하기는 ‘먼지 털어 안 나올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세간의 속언도 있지만 법률이 엄히 불법으로 명시한 위장전입은 중죄에 해당한다.
어느 학교가 구해놓은 전셋집을 위장전입 소굴로 이용한 사람도 있다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탈세도 마찬가지로 중죄에 해당한다. 논문 표절은 학문의 문제를 떠나서 그 사람 개인의 양식에 관한 문제다. 남의 논문을 날것으로 가져다가 자기 논문으로 활용했다면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역대 정부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하면 늘 보아오던 그렇고 그런 풍경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 ‘인사 5대원칙’이라는 말에 혹해서 한 번 해본 소리다. 설마하니 5천만 명이 사는 나라에 정말 깨끗한 사람이 없을까. 꼭 그런 하자가 있는 사람을 정부 인사로 기용해야 할까.
대통령이 굳이 하자를 가진 그 인사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하면 국민은 양해해주고, 국회는 인준해주고 기용하면 된다. 단, 예를 들면 법무부 장관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하면 그 법무부 장관 재임시에는 위장전입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다. 국세청장이 세금 탈루한 사실이 있다면 역시 그 인사 재임시에는 세금 탈루자를 벌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하라’고 하는 것은 당치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차제에 인사청문회에 나올 인사는 어느 모로 뒤적여보나 ‘청렴’ ‘정직’에 합당한 사람이어야 한다. ‘파도 파도 나올 것이 없는’ 사람들을 정부 팀원으로 임용해서 나라를 이끌어가야 국민도 신나고 할 것이 아닌가. 구차스럽게 몇 년도 이후부터 5대 원칙에 위배되는 사람에 한해 정부 인사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뒷걸음질치는 모습이다. 개혁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행보로 보인다.
인사 5대 원칙은 참 아름답다. 이참에 그 원칙을 엄격히 지켜서 장차 정부에서 한 자리 해먹을 사람은 아예 어릴 적부터 착한 사람으로 기르도록 해야 한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 그대로 티 없이 길러서 나라의 대들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따라갈 것이 아닌가. 집을 짓는데 기둥이 비뚤어져 있다면 그 집은 어찌 될까.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 만일 내가 정부 인사 기용 대상이 되었다고 치자. 먼저 나는 나도 모르는 하자가 없는지 살펴보고 하자가 발견되면 미리 그 자리에 손사래를 치며 물러설 것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한 자리 하는 것이 영광이 되고 가문의 뻐길 거리가 된다고 해도 그렇다. 정말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어느 대학 총장을 한 이는 역대 정부에서 각료로 임용하려 해도 관가에 나가기를 고사해 평생 ‘한 자리’ 아니하고 살았다. 그분은 청렴 그 자체였는데도 그랬다. 사표로 삼음직하다.
이승만 정부 시절 변영태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을 하고 귀국해서 남은 여비를 국고에 반납했다. 그런 인사는 어릴 적부터 길러지는 것이다. 위장전입이니 논문표절이니 하는 법률위반을 한 인사들이 공금이 남았다고 반납할 것 같은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따위는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후보자의 말마따나 세간의 ‘관행’으로 모른 척할 수도 있다. 저자의 장삼이사가 다 하는 그런 것이라고. 그러나 정부인사에게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 병역면탈을 하고 그 자리에 갈 수 없는 것처럼 정부 인사 임용에는 먼지를 털어야 한다. 먼지가 나오면 아웃시켜야 한다.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이 숨쉬기가 편하지 않은 세상에 정부에 임용될 인사까지 먼지투성이라면 ‘이건 아니올시다’ 해야 한다. 국가도 좀 맑은 공기를 숨 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미담 공개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백일몽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