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3) '왜 거리예술인가'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3) '왜 거리예술인가'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6.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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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학술행사
국내, 국외 예술 전문가 모여 거리예술 논의
"두려움 이기기 위해 거리예술인들 뭉치고 네트워크 활발해야"

[시민의소리=정선아 기자] 국내·국외 예술전문가들이 모여 ‘왜 거리예술인가’를 주제로 4일 오전 ACC 아시아문화전당 트래블라운지에서 거리토론회를 진행했다.

앞서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거리예술축제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금남로 일원에서 펼쳐친 바 있다.

먼저 스페인 거리극을 대표하는 극단 ‘작사’의 마누엘 빌라노바가 스페인의 거리예술이 활성화된 배경을 설명했다.

▲ 스페인 예술가 마누엘 빌라노바

마누엘 빌라노바는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거리에서 어떠한 데모도, 밀집행위도 할 수 없게 금지했다”며 “이에 맞서 우리는 사회구성원과 공유, 사회공동체를 조성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예술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움직임은 전 유럽에 걸쳐 굉장한 성공을 얻었고, 문화민주주의의 개념으로 이어져 단순히 극장뿐만 아닌 극장 밖 예술에도 투자와 지원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유럽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극단들이 소규모로 변화하고, 실내극을 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영향을 미쳐 다른 공간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마누엘 빌라노바는 “공간, 재정적 제약은 관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됐고, 스페인 거리축제는 관객을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지난 3일 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거리축제를 보고 그는 “스페인의 거리예술이 30년을 지나며 관객들은 거의 50대 정도의 나이다”며 “이곳 광장에 모인 관객들을 보고 놀라웠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고,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술이 바탕이지만,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미디어와 영상매체는 미치는 영향이 크다. 스페인의 온라인 블로그 같은 경우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며 “젊은이들을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온라인으로부터 밖으로 끌어내고, 예술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태국 예술가 티라왓 물빌라이

사회적 예술과 민주주의의 연관성에 대해 태국의 연출가 티라왓 물빌라이는 “지난 3년 태국은 쿠데타로 거리 어느 곳이나 정부가 예의주시하며 간섭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행진할 뿐인데 총을 가지고 견제하며 함께 걷는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가 두려움에 미쳐갈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쿠데타 기념일이 23일이어서 23분 동안 단순히 서 있는 행위를 했었다. 그것조차 2~3분이 지나자 모두 잡아갔다.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게 예술이라 할 수 있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 예술이 거리·야외 예술과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시민저항그룹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정부와 권력에 맞서 두려움을 없애야만 민주주의를 걷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봉 극단 ‘서울괴담’ 연출자는 “서울의 광장을 보면 광고가 지배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게 당연한 것으로 안다. 광고로부터 다시 광장을 시민의 것으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광주의 거리는 37년 전 5.18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었던 기억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 나 혼자가 아닌, 사회 안에서 타인과 함께 산다는 자각 속에 거리예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극연구소 ‘명랑거울’ 대표 권석린은 “극장은 벙커의 하나다. 거리극의 주된 사상은 ‘선동극’으로 외치고 선동하는 역할이다. 한국 광장에서는 많이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잠재적 두려움’ 때문이다”면서 “난민의 정서, 두려움을 이겨나고자 거리예술인들은 뭉치고 네트워크가 활발해야 한다. 이들이 모이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임수택 ACC 인터내셔널 예술감독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희생이 있었기에 비교적 민주화가 된 거리가 아닌가 싶다”면서 “비록 지난 10년간 위축되긴 했지만, 광주에서 거리예술을 하게 돼 굉장히 기쁘고 자유를 많이 느낀다”고 소감했다.

이어 그는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절대 잊어선 안 되지만, 평화·인류·환경 등으로 이어지며 보다 더 넓게 승화되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은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민주광장 농성장 주변에 무대를 세웠었다. 하지만 옛 도청 복원 농성 단체가 농성장 앞에 무대를 만드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다시 950만 원을 추가 투자하여 무대를 옮기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김지원 팀장은 “난감할 뿐더러 복합적인 사건이었다. 오해가 있었고, 저희 측에서도 전날 그분들과 간담회를 하며 위치와 모형물을 보여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지 않나 싶다”고 해명했다.

▲민주광장 농성장 앞 무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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