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 메이고 울먹이다.
[노무현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 메이고 울먹이다.
  • 김영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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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사모’였다.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3개월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퇴임 때까지. 노무현을 열렬한 순정으로 사랑했지만, 그 뜨거움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을 수사하면서 식어가기 시작하더니 그의 ‘한나라당과 연정 제안’부터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리고선 그 뒤로 대통령 노무현이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더니, 점점 실망스럽고 때론 화딱지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연정을 제안한 뒤로, 노사모를 떠나는 사람이 많았지만, 노무현에 더욱 집착하는 사람도 많았다. 노무현이 노사모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날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이젠 절 지켜주십시오!” 그 말이 옳다. 그런데 난 그에게 집착하는 쪽이 아니라, 그를 비판하는 쪽에 섰다. 집착하는 쪽을 대가리로 들이받으면서 싸우지 않고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어루만지며 비판했다. 그러나 나의 그런 비판이 도무지 먹혀들지 않았다. 점점 구석지로 몰리다가, 어느 날 ‘1:30’으로 외로이 맞짱을 떴다. 나에게 그들은 철벽이었다. 그 날 뒤로 슬며시 발을 빼면서 노사모를 떠났다.

나에게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만감을 일으킨다. 그토록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했고, 좋아한 만큼 마음에 상처도 깊었다. 지금도 그를 떠올리면, 애증의 쌍곡선이 마구 소용돌이친다. 그에게 하고픈 말이 많고 많지만, 정리하고 정리해서 딱 두 마디로 줄여 보겠다. “인간 노무현은 존경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실망스럽다. / 현실과 타협할 일은 이상으로 밀어붙였고, 이상으로 밀어붙일 일은 현실과 타협해 버렸다.” 그의 실패는 그 개인의 낭패로 끝난 게 아니라, 민주화 세력이 피와 땀으로 겨우겨우 일구어낸 숲 전체가 말라비틀어질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물론 그게 그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그의 순박함이 너무나 지나쳤다. 수구꼴통들의 간악함과 비열함이 막장까지 몰아치기도 했지만, 그가 장기적 이상과 단기적 현실의 포인트를 잘못 잡고 출발했다. 한 시절 노무현을 사랑했기에 그의 죽음이 처절히 애통했지만, 한 시절 노무현을 미워했기에 그의 명복을 제대로 추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미워한 게 사랑이 지나쳐서 비롯되었기에, ‘문재인 정부’의 출발을 계기로 삼아서 그 미움을 지우기로 했다.

이 영화는 무명의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에 오르기까지 ‘노사모’들의 열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그 시절, 나도 “이 한 몸 바쳤다!”고 말할 정도로 아낌없는 순정을 쏟아부었다. 광주 경선의 그 날, 노무현의 승리로 나는 “모든 게 아름다웠고, 너무너무 행복했다.” 그 날 “광주는 위대했다.” 온 세상이 깜짝 놀랐다. ‘그 해 오월’의 처참한 슬픔을 끝내 위대함으로 바꾸어낸 ‘명예혁명’이었다. 그렇게 광주에서 기적처럼 일어선 민심의 노풍이 태풍으로 몰아쳐서, 마침내 ‘노무현 정부’가 탄생했다. 그 아름다움과 행복이 세월의 물결에 씻겨서 아스라이 희미해져 가는데, 그 시절 그 곳의 구석구석에 그 사람들이 남긴 모습을 모으고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그 아름다웠던 시절의 그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모두가 그리운 얼굴들이다. 노사모의 활약이 이렇게 영화로 남겨진 게 고맙고 다행스럽다.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62173&mid=34708#tab

이 영화에, 내 사연이 담겨서일까? 그 시절 그 곳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리워서일까? 노무현을 향한 고운 정 미운 정이 한꺼번에 몰아쳐서일까? 시작하자마자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꺼이꺼이 목 놓아 울고 싶었지만, 점잖은 교양을 지키려고 숨죽이며 울먹이느라 힘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울어보긴 처음이다. 이 영화는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짤막한 멘트를 뼈대로 삼아서 이끌어간다. 유명한 사람의 멘트도 있지만, 무명한 사람의 멘트도 많다. 그 멘트들 모두가 가슴에 와 닿았지만, 마지막 즈음에 어느 노사모의 ‘덩더꿍’멘트가 가슴에 새겨졌다.
 

#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이틀째 날에, 갑자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어요. 그러자 장례식 진행원이 마이크로 안내방송을 하는 겁니다. “노약자나 장애인 분께서는 따로 줄을 서서 조문을 서둘러 마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 따로 줄을 서는 사람이 한 명도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온 몸이 비에 흠뻑 젖는데도, 오랜 시간 그 긴 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차분히 자기 차례를 기다려 조문하셨습니다. “이런 분들이 바로 노무현의 사람들이구나! 저는 그저 ‘덩더꿍’이었어요. 선거운동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 모신 덕분에 대접도 많이 받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 이러한 보통분들이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올렸구나 하는 느낌...
# 저도 이 부분 정말 좋았어요... 모두 배려하고 양보하고 질서를 지키면 노풍이 원하던 대한민국이 되겠죠?
# 네 배려와 양보하고 질서를 지키는 것이 든든한 토대가 되는 거 같아요. 노사모는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거리를 많이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 그런 안타까움이 더 나은 오늘을 만들었지 않나 싶네요. 참 고마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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