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중독 광주(4) 존재감 없는 행사들에 75억 7500만원이나
행사중독 광주(4) 존재감 없는 행사들에 75억 7500만원이나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5.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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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주변에만 54억 7500만원 투입
정체불명의 프린지페스티벌에 횟수 늘려 22억원으로 증액
“거의 유사한 프로그램들로 진행되고 있는 행사들 전망 어두워”

민선 6기 윤장현號가 들어서면서 광주광역시의 행사가 꽤 많이 늘었다. 또 행사 기간도 이전 시장 때보다 길어졌다. 2017년에도 곳곳에서 행사판이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혹자는 광주시가 행사중독에 빠졌다고 쓴소리를 한다. 이처럼 장이 열리니 먹을거리를 쫓아 사람들이 꼬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람들이 꼬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앞으로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사판을 점검하는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이 연재가 향후 광주광역시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편집자 주>

   
▲ 2017년 프린지페스티벌 개막식 모습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주말이면 광주 곳곳에서 행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고만고만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어 존재감도 없고, 장기적인 비전도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성과가 불분명한 행사들의 행사기간을 연중 토요일로 늘리고, 예산도 과하게 늘리면서 광주시의 속내에 의심하는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내년에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 2017년 광주광역시 1억원 이상 행사

광주광역시 5개 구청의 행사를 제외하고 1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광주시 행사에 대한 <시민의소리> 조사에 따르면 광주시는 올해 13개 행사에 총 75억 7500만원을 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51억 3000만원이 시비였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을 중심으로 한 권역에 행사가 집중되고 있고, 행사비용도 전체 예산의 약 72%에 달하는 54억 7500만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지난해 대비 예산이 과다하게 늘어난 행사는 프린지페스티벌(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포함)로 2016년 4억 3500만원에서 2017년 22억원으로 무려 5배 이상 대폭 늘었다. 이중 18억 5000만원이 시비다.

이밖에도 아트피크닉이 행사 횟수가 늘어 2016년 1억 2000만원에서 2017년 4억원으로, 시민의 날 행사가 하루에서 이틀로 늘어 2016년 1억 4000만원에서 2017년 3억원으로 행사비용이 증가했다.

또한 동구 충장축제,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시민정치페스티벌, 세계청년축제 등과 같이 단기간 행사에도 27억 9000만원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가 진행되는 중심 지역으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을 중심으로 한 권역(궁동, 대인시장, 남광주시장 등), 중외공원 일원, 광주호 호수생태공원 일원, 운림동 일원 등이었다.

이처럼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광주시의 행사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한 문화기획자는 먼저 “전국화나 세계화 측면에서, 또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그다지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이런저런 행사들에 이리도 많은 혈세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며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행사나 전시성 행사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광주가 돈도 많이 쓰고, 행사도 많이 하는데, 행사들을 보면 거의 유사한 프로그램들로 진행되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 이런 행사들은 백날 해봤자 외지인들은 오지 않는다”면서 “광주만의 색깔을 가진 문화이벤트를 만들어 일정 기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문화기획자는 “동구 충장축제, 프린지페스티벌, 어여쁘다 궁동 등의 경우 행사의 성격이나 행사장소, 프로그램 등이 거의 유사하므로 따로 할 필요가 없는데, 이들 행사를 따로 하면서 21억 5000만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프린지페스티벌을 보면 충장축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체불명의 짬뽕이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이 예산을 5배 이상 올린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윤장현 시장이 시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려고 1년 내내 곳곳에다 행사판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들 말에 따르면 광주에는 행사를 위한 행사만 있다. 성공한 행사가 없다는 말이다. 한 예로 올해 도합 28억 7500만원이 투여되는 충장축제와 프린지페스티벌이 광주에 같이 있는 한 돈만 날리고 공멸이다는 견해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평가에서 지난해 최우수축제였던 충장축제가 우수축제로 추락한 사실이 보여주듯이 외부의 평가 역시 좋을 리 만무하다. 광주만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문화이벤트를 개발해 일정 기간에 돈과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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