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의 초혼(4)
계절의 여왕 5월의 초혼(4)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7.05.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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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봄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시들어 가면서 온 산들이 홍록으로 물들어 가는 여름의 문턱 5월에 초혼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적폐에 찌든 지난 세월을 청산하고 새 시대를 기약하는 촛불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의 5월에 옛 상처를 꼬드기는 것 같아 피비린내 났던 5·18을 상기하는 것이 맘 편한 일은 못된다.

5월이 오면 이미 익숙해진 ‘오월의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온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읊조리다 보면 해묵은 증오가 치밀어 오른다. 한 세대도 더 넘게 해원하고 극복했다 싶었는데, 지난 아픔을 꼬드기는 현실은 여전히 줄기차다.

국정농단을 질타하는 불꽃들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온 세상에 출렁이는데도 수구부패를 비호하는 세력들이 무엄하게도 태극기를 앞세우고 호호탕탕 가로를 누비는 현실이 엊그제였다. 적폐세력을 감싸고 촛불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비웃는 대통령 후보의 후안무치가 방송과 언론을 누비는데도, 언론자유를 방패삼아 기승을 부리는 꼬락서니를 방관하는 우리들. 5·18의 학살 원흉은 자서전을 통해 죄 없음을 발명하고, 필시 그의 졸개가 분명한 인사는 5·18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날궂이 넋두리를 남발했었다.

소설가로, 해직교수로 5·18 수습의 중심에 있었던 송기숙 교수는 5·18이 지난 17년 뒤에 ‘5월의 미소’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를 모색하는 충정이 빚어낸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진실과 화해를 언급하면서,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날의 진실, “곧 왜 하필 광주였는지, 왜 그렇게 잔혹하게 학생들과 시민들을 살해했는지?, 발포명령은 누가 내렸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역설한다. 대학살은 이루어졌는데 아직까지도 발포명령자가 나타나지 않아 역사적인 미제사건이 되고 있다.

황석영, 정동년 등이 쓴 ‘5·18 그 삶과 죽음의 기록’에 의하면 공수특전단은 「화려한 휴가」라는 명칭의 1차 작전에서 시작하여 「충성」으로 끝나는 5차 작전까지의 임무를 띠고 광주에 투입되었다. 특히 제7공수특전단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사병처럼 육성되었으며 광주 시내에 최초로 투입될 때부터 살인허가를 받은 것처럼 잔인 냉혹하였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초기에 강경진압을 점차적으로 잔혹화하고 잔인한 진압행위를 시민들에게 공개 노출시키고 언론을 통제하여 유언비어 발생을 유도하여 시민들의 고립감을 부채질해 생존, 저항의지를 유발하였다. 초기의 과잉진압은 광주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전에 계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정치적 소외와 경제적 핍박으로 고통 받은 광주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화의 희망과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어 강렬한 저항을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왜 하필 광주였느냐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되겠다.

전두환은 5월13일 위컴 장군을 만났다. 전두환은 북한이 뒤에서 학생시위를 조종하고 있고 남침의 결정적 시기가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위컴은 북한으로부터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조는 없다고 대답했다. 미 국무성은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8년 중앙정보부의 북한정보분석관을 역임하고 2005년 국정원 북한실장을 역임한 이영진은 2009년 ‘1980년 5월 노동신문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판, “광주항쟁은 남한 내 지하혁명세력이 김일성이 절실하게 한 건을 필요로 할 때 김일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기획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6차 당대회를 기해 새로운 지도자로 전면에 나서게 되는 김정일에게 바치는 ‘충성의 선물’이었다”고 말하였다.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발췌하여 “전남학생운동연합 지도부가 시위의 주체였고, 그 핵심은 녹두서점, 현대문화연구소”를 지적하였는데 이 달 중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면증보판이 출간된다고 하니 다시 확인해 볼 일이다.

옛말에 ‘고황에 병이 들면 나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고황에 분단병이 들어 국가의 중요 시기마다 분단신경증, 분단발작증이 일어나고 그 증세는 종북통으로 나타나는가 싶다. 지금은 그 어렵다는 암증도 낫는 시대다. 교통하고 소통해서 고황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 남북이 민주, 민중을 지표로 소통하다 보면 처방이 나옴직 한데 우리 모두가 너무 한가하고 의기소침한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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