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62억 원의 진실(1) 5.18 명분 팔아 단체 영위 ‘의혹’
<제보>62억 원의 진실(1) 5.18 명분 팔아 단체 영위 ‘의혹’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4.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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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모금 당시 5.18명분 내세워 기업 참여유도
협의회 운영, 5.18위로금 등 안기부 관여 의혹도
▲ 지난 1982년 12월15일 전남지역개발협의회 창립총회가 전남도청회의실에서 열렸다.

[시민의소리=김다이 기자] 1980년 5.18의 피해자와 희생자를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수십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설립된 한 단체가 명분과는 전혀 다르게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단체는 당시 조성한 기금으로 설립돼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시민의소리>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기금모금 목적으로 내세운 5.18의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로 모금된 기금은 단체를 유지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단체는 ‘광주·전남발전협의회’다. 이 단체는 지난 1982년 12월 사단법인 ‘전남지역개발협의회’로 설립됐다. 초대 회장은 고광표 대창석유 회장으로 당시 내무부 장관 노태우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전남지역개발협의회’는 활동범위를 넓혀 1989년 4월 ‘광주·전남지역개발협의회’로 단체명을 바꿨다. 이후 1993년 ‘광주·전남21세기발전협의회’로, 2004년에 ‘광주·전남발전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총 62억여 원의 기금 조성 과정에서 안기부 광주분실장과 당시 전남지사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5.18의 정치적인 명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60억여 원이라는 큰 금액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도 광주·전남지역의 유수한 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출향기업인들과 광주·전남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계획했다.

기금조성 당시 82년 안기부 광주분실장은 “전두환 대통령 있을 때 전남의 아픔을 어떻게 해서든 잘 마무리시키기 위해서 광주에 내려갔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이 기금모금을 기획해 김창식 전남지사와 함께 기업들을 설득해 돈을 모았다”며 “동아그룹, 대우 등에게도 나와 전남지사가 직접 얘기해 돈을 내게 했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한 바 있다.(2004년 11월 15일 광주 KBS뉴스9 집중1 ‘잊혀진 5.18성금 62억원’ 보도)

안기부 광주 분실장은 당시 “안기부와 각계 인맥이 있었던 전남지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지역인사들이 그 시절에 수십억 원의 돈을 걷었겠느냐”라며 “전적으로 나와 전남지사의 공로, 그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현재 국정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수법과 동일했다라고 읽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모인 총 62억 4천여만 원의 모금액 중 41억 3천여만 원을 광주·전남발전협의회의 기금으로 조성했고, 나머지는 전남도가 전남체육회에 17억 2천 9백만 원, 방위협의회에 1억 8천만 원, 새마을도지회에 6천만 원, 기타 1억 3천 5백만 원 등으로 배분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A씨는 “5.18 이후 지역이 정신적으로 황폐화되어 우리 지역에 대해서는 불우한 도민이 많이 생겼고, 불우도민이라는 것이 5.18관계자를 이야기했다”며 “쉽게 말해서 이 단체가 민간도청이 된 것이다”고 증언했다.

A씨는 “성격상 5.18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전두환 정권이 달래줘야 하는데 그때 정치적인 명분을 가지고 직접보상이라든가 직접치유는 안되니까 민간단체를 내세워가지고 기금 성격도 그러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안기부 직원이 협의회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제보, 5.18희생자 묘지 이전비용 논란, 사업목적과 관련 없는 부동산 매입, 장학금 지급 환수 의혹, 특정 미술행사 심사와 수상을 미끼로 취한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5.18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전두환 정권에서 저지른 만행을 덮으려고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단체가 5.18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5.18피해자들의 희생을 팔아 얼마나 광주전남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금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광주전남발전협의회는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경쟁력 강화, 지역개발의 기틀마련 등 살기 좋은 고장을 건설하는데 목적을 두고 장학생 선발, 무등미술대전 및 문화예술 행사, 각종 체육행사 등을 지원·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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