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중독 광주(1) ‘시민의 날’ 행사 대행업체 선정 여전히 ‘시끌’
행사중독 광주(1) ‘시민의 날’ 행사 대행업체 선정 여전히 ‘시끌’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4.2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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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모에 1순위 업체도, 2순위 업체도 반발
잘못은 시가 해놓고 재공모도 아닌 신규 공모
행사는 치를 수 있겠으나 불씨는 ‘여전’

민선 6기 윤장현號가 들어서면서 광주광역시의 행사가 꽤 많이 늘었다. 또 행사 기간도 이전 시장 때보다 길어졌다. 2017년에도 곳곳에서 행사판이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혹자는 광주시가 행사중독에 빠졌다고 쓴소리를 한다. 이처럼 장이 열리니 먹을거리를 쫓아 사람들이 꼬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람들이 꼬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앞으로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사판을 점검하는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이 연재가 향후 광주광역시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편집자 주>

   
▲ 2016년 5월21일 열린 시민 페스티벌 모습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광주시의 잘못으로 ‘제52회 광주시민의 날 금남로 시민정치 페스티벌’ 행사 대행사 선정 공모가 신규로 다시 공고되면서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 같은 시의 신규 공모 방침이 어떤 정확한 근거나 규정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임시방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차 공모 결과에서 1순위를 한 A사와 B사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발을 하고 있어, 이번 신규 공모 결과에 법적 대응이라도 하게 된다면 행사야 어떻게든 치러지겠지만 더욱 시가 곤혹스러워질 판이다.

시는 오는 5월20~21일 치러지는 ‘제52회 광주시민의 날 금남로 시민정치 페스티벌’ 행사 대행사 선정 공모를 3월10일~20일까지 진행했다. 용역비는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3억원(예정가 2억7000만원)이다.

여기에 4개 업체가 응찰을 했고, 지난 4일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서류심사, 기술평가 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인 5일 회계과에서 가격점수를 합산해 A업체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의 구성과정을 보면 시는 3월14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심사위원 모집 공고를 내 선정한 15명에다가 시 회계과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력풀에서 6명을 더해 총 21명의 예비 평가위원의 명단을 작성했다. 이 중 3일 저녁 시의 의사타진에 동의한 총 7명의 심사위원들이 4일 ▲공정한 심사 ▲참여업체와 이해관계가 없고 ▲평가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등의 서약서를 쓰고 정량․정성평가에 참여했다.

이날 평가는 1시간30분가량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시 말해 평가 당일엔 시로부터도, 심사위원 쪽에서도 어떠한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회계과에서 가격점수를 합산해 선정업체를 발표한 이후인 7일 2순위 업체인 B사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이 A사 제안서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들어 있다”고 시에 등기를 보내면서 불거졌다.

이날 선정된 A사 제안서의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전야제 샌드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고, 이 프로그램의 작가인 J씨가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심사위원 중 누군가가 평가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으리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시는 12일 ‘광주광역시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규칙’ 제5조(위원의 기피 및 제척)에 근거 A사의 선정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시는 행정자치부에 질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참여했던 4개 업체에 재평가를 제안했지만 B사의 거부로 좌절되기도 했다. 행자부는 “이 같은 사례가 찾기 힘들다”며 4개 업체에 대한 재평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약 3분30초짜리 샌드애니메이션 영상은 J씨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일 뿐이고, J씨는 이 행사와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J씨 점수를 배제한 평가결과 발표 ▲J씨를 제외한 6명의 심사위원을 소집해 J씨가 심사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여 판단할 것 등을 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사는 “광주시가 심사위원 선정 전 제출된 제안서에 표기된 참여 작가의 이름과 사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J씨를 최종 심사위원으로 선정한 것은 시의 잘못이지 우리의 잘못은 아니고, J씨를 제외한 6명의 심사위원들이 제안서를 보는 과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으며, J씨 역시 제안서에 심사 당시 내용을 확인하고도 제척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신규 공모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A사는 “심사위원들은 ‘평가의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데 어떻게 우리 제안서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됐는지는 의문이다”며 “심사위원 중 누가 유출했는지를 시가 밝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사는 B사대로 1순위 업체가 제척사유로 인해 선정이 취소됐다면 당연히 2순위와 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공모사업이 아니고 협상에 의한 계약사업이므로 자신들(B사)과 계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시의 신규 공모는 논리적으로도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문화관련 한 전문가는 “엄연히 1차 공모가 한 달여 진행돼 1순위 업체가 선정됐고, 1순위 업체의 제척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시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그 자체를 아예 없었던 일로 하고 신규 공모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시의 잘못을 덮으려는 꼼수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가 좀 더 꼼꼼하게 제안서를 검토하고, 심사위원들을 선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심사위원 선정 전 제출된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심사위원들을 선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31일 4개 업체로부터 제안서와 요약서가 제출됐는데 제안서의 분량이 총520여쪽에 달했다”면서 “심사가 4일이어서 제대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재공모가 아닌 신규 공모가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행자부에 질의를 했는데 행자부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4개 업체에 대한 재평가를 제안해와 각 업체의 의향을 물었으나 B사의 거부로 무산됐다”면서 “1순위 업체의 제척사유가 분명하지 않은 관계로 재공모라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신규 공모 형태를 빌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 문제로 시민의 날 행사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행사를 잘 치르려면 대행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1차 공모 때를 보면 근 한 달이 걸렸다. 시민의 날 행사는 5월20일인데, 공모를 서둘러도 20여일 걸린다”면서 거듭 양해를 구했다.

심사위원 중 ‘평가내용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신이 없어서 그 문제는 생각을 못했다”며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평가만큼은 제안서 검토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선정에 이르기까지 정말 세심히 할 것”이라면서 “정말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모를 진행해 잡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르면 공모는 진행될 것이고, 다시 선정된 대행사에 의해 시민의 날 행사는 어떻게든 치를 수 있겠으나, 1차 공모와 관련 법적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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