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 성인음(聖人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 성인음(聖人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4.20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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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 성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네

성인군자라 했다. 성인의 가르침을 일생을 생활하는 지침으로 삼았다. 사서삼경을 비롯해서 각종 서책들은 일생의 행동지침으로 안내했다. 이런 글을 공부하고 난 다음에 시를 비롯해서 문학적 자질을 갖추는 공부를 하라고 가르쳤다. 어려서부터 행동거지와 여인네들의 정숙함도 다소곳이 가르쳤다. 내 비록 성인이 살던 때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성인의 다정한 모습을 뵈옵지는 못했어도 성현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聖人吟(성인음) / 정부인 장씨

성인 살 때 못 태어나 모습을 몰라도

글 통해 성인 말씀 들을 수가 있는데

읽으면 성인의 마음 알을 수가 있다네.

不生聖人時             不見聖人面

부생성인시             부견성인면

聖人言可聞             聖人心可見

성인언가문             성인심가견

 

글을 읽으면 성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네(聖人吟)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安東張氏:1598~1680)라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 비록 성인이 살던 때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 성인의 다정한 모습을 뵈옵지는 못했어도 // 글을 통해서 성인의 말씀을 익히 들을 수 있고 / 글을 읽으면 성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성인의 글을 읊다]로 번역된다. 조선 사회의 대부분은 성현의 글을 읽고 몸가짐과 행동거지 그리고 시와 문을 읽고 벼슬에 나아가서 정사를 잘 보는 것이 학문의 전부로 생각했다. 시인이 살았던 사회도 그랬었고, 시공을 넘나드는 학문의 자세는 성현의 글을 읽고 암송하는 것을 학습의 전부로 생각했다.

시인은 이러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이 시제에 대한 시상과 학문 본보기의 예시를 자식과 이웃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다. 내 비록 성인이 살던 때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성인의 다정하고 넉넉한 모습 뵈옵지는 못했다고 전재하게 된다. 먼저 떠난 성인과 선현의 옷깃이 스미는 숨결은 유품과 유물에서 그 전모를 알기는 힘들다. 오직 글 속에 담긴 사상을 통해서 알 수밖에 없다.

시인을 이런 점을 중시하고 있다. 화자는 전반부의 시적인 배경을 통해서 성인과 자기 사이 간격이 멀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특수적인 내용을 제시해 보인다. 성인의 글을 통해 따스한 말씀 들을 수 있고 다정한 글을 읽으면 성인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고 했다. 마음과 행동을 바르게 알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성인 시대 못 태어나 다정 모습 못 뵈었어도, 성인 말씀 들을 수 있고 그 마음까지 알겠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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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정부인(貞夫人) 안동장씨(安東張氏:1598~1680)로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시문과 서화에 능하였다고 하며, 특히 수리학에도 통달하였다고 전한다. 19세에 출가하여 남편을 잘 내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슬하에 현일 등 대학자를 길러냈던 것으로 전한다.

【한자와 어구】

不生: 태어나지는 못했다. 聖人: 성인 혹은 성현. 時: 성인이 살던 시절. 不見: 보지는 못했다. 面: 얼굴. 곧 대면하지는 못했다. // 言: 말씀. 可聞: 듣지는 못하다. 心: 마음. 可見: 가히 볼 수 있다. 위 시에서 성인이 4번이나 노출된 것은 당시의 시풍이 첩어나 첩자를 두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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