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이 등 돌린 5.18기념재단후원회
후원회원이 등 돌린 5.18기념재단후원회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4.12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8관련 특정 조직이 기념재단 장악하는 행태 지적
후원회 정기총회, 정족수 미달로 또 무산
▲ 5.18기념재단후원회가 11일 5.18교육관에서 정기총회를 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시민의소리=김다이 기자] 5.18기념재단의 예산 부정적 집행, 인사규정 위반으로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팽배한 가운데 이사 추천권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후원회의 정기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연이어 무산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일부 후원회원들은 총회에 지속적으로 불참하겠다고 보이콧을 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5.18기념재단후원회(이하 후원회)가 지난 11일 정기총회를 개최했으나 정관규정에 따른 총회 개최요건인 80명의 성원을 채우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날 정기총회에는 50~60명이 참석했다. 지난 3월에도 정기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총회가 무산된 바 있다.

정기총회가 열리는 오후 6시 30분 전부터 몇몇 회원들은 “오늘도 정족수를 못 채울 것 같다”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후원회, 재단 3명 이사 추천권한 갖고 있어

후원회는 재단 창립회원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창립했다. 2006년 발기인대회를 갖고. 2007년 사단법인 ‘5.18기념재단후원회’로 발족했다. 이어 2009년말 광주시로부터 총회원 341명으로 된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다.

후원회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일반 시민들도 있지만 대부분 5.18 관련자로 수배, 연행, 구속, 해직, 부상당한 사람 혹은 유족 가운데 정부 배상금 중 일부를 출연하거나 기부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재단의 기금을 늘리거나 재단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등 회원들간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또 400여명에 달하는 후원회원이 있는 후원회는 재단의 이사 추천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후원회 일부 조직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 추천을 통해 재단을 장악하려는 모양새가 후원회원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3명의 재단 이사 추천과 관련해 친불친에 따라 이사진을 추천하고, 이사회가 열릴 때 상임이사나 이사장을 선출하는데 큰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후원 성격만 갖고 있어야 해

지난 2015년 1월 차명석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추대했을 당시도 ‘담합의 여지가 높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재단을 장악해왔던 주류란 점이 부각되면서 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삐져나왔다.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12일 5.18기념재단의 혁신 정상화를 위한 입장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안 시스템이 정비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18 3단체와 관련된 A 씨는 “후원회 문제는 너무 골치가 아프다”며 “친불친에 따라 어떤 세력이 재단을 주도하느냐에 관심이 많다. 재단은 시민들의 것이지, 사유화 하려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재단과 관련해서는 “학생운동 출신 가운데 끝까지 총을 들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는데 이사회 등에서 배제되고, 총학생회 지도부(후원회 측)였던 사람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치경력으로 이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5.18기념재단 후원회는 말 그대로 재단의 기금 조성 관련 등 후원에만 집중해야한다”며 “이들은 한 조직에서 집단화된 이사진이 3명이나 파견되어 실제로 이사회가 열릴 때 상임이사나 이사장을 선출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추천하는 일에서 손을 떼고 순수하게 후원자로 남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 5.18기념재단후원회가 11일 5.18교육관에서 정기총회를 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정관 규정으로 정기총회 개최 어려워

한편, 후원회 조직 구성 당시에 주도권을 뺏긴 사람들이 지금까지 비판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숱한 비판을 받아왔던 후원회는 지난 2008년 이사장 선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당시 후원회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재단 이사장 선출에 관여한다는 조그만 오해라도 있어선 안 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가운데 훌륭하신 이사장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후원회의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5.18기념재단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정구선 회장은 “정기총회는 대리참석이라든지 위임이라든지 안 되기 때문에 성원이 되지 않아 총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후원회원들은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고 이제는 연로하셔서 모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 최근 후원회 관련 특별한 이슈도 없고 관심이 떨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후원회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총회가 다시 열릴 수 있게 노력하고 있고, 정관을 개정해 총회개최 조건을 유연하게 해서 후원회를 살아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5.18기념재단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재단의 인사권에 좌지우지 역할을 하는 후원회가 먼저 혁신해야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1994년 8월 5.18 피해자들이 정부 보상금 일부를 출연한 것과 시민들이 모은 성금 등 기금 3억여 원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국민성금, 정부, 지방자치단체 후원금이 더해져 81억여 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재단으로 성장했다.

현재 기념재단의 이사회 구성은 이사장 추천 1명, 518기념재단후원회 추천 3명,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구속부상자회, 광주광역시의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의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라남도의회, 제주4.3평화재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서 각각 1명씩 추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