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가 만난 사람-민형배 광산구청장
시소가 만난 사람-민형배 광산구청장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4.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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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독식 한국 경제 사회적경제로 환골탈태해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최근 행보에 전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자독식, 양극화 심화로 요약하는 탐욕적 자본주의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돈만 좇는 현 경제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경제로 사람 중심 경제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사회적경제 구현을 위해 전국 35개 지방자치단체가 구성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이하 ’지방정부협의회‘)가 있다. 지방정부협의회는 민 구청장을 3기 회장으로 선출하고 지난달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민 구청장을 중심으로 ’광주체제‘를 구성해 사회적경제를 주류 경제로 격상시킨다는 목표이다.

<시민의소리>는 민형배 광산구청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들어봤다.

▲ 취임을 축하한다. 지방정부협의회가 생소한 시민들을 위해 구체적 역할을 소개해달라.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든 협의체이다. 2013년 3월 출범해 현재 35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호혜와 연대의 사회적 경제, 사람과 마을이 중심 되는 지역공동체 구현을 목표로 정책을 개발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4년 동안의 지방정부협의회 활동 성과는 무엇인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구체적 실천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지방정부협의회 출범 이후 국회 사회적 경제 포럼과 전국 사회적경제연대 지방의원협의회가 결성됐다. 사회적 경제의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공공영역의 공감대를 확산시켰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지난해 8월 국회의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에 관한 특별법 발의를 이끄는데 힘을 보탰다.

실천은 각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자체가 구매하는 사회책임조달 제도 정착이 대표적이다.

▲ 사회적 경제가 일반 사람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민주주의 확립이다. 협동조합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회사는 소유주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정해진 임금을 노동자에게 준다. 협동조합은 전체 조합원이 동일한 신분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힘을 모아 좋은 실적을 내면 임금 수준도 높일 수 있다.

경제위기가 와도 정리해고 대신 임금 감소 또는 일자리 나누기 등을 스스로 결정해 극복할 수 있다.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경제는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 국가 단위보다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는 사람과 마을이 상생하고 이익을 평등하게 주고받는 것으로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을 단위 또는 기초자치단체 같은 미시적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이 체감 속도나 효용성 측면에서 훨씬 좋다. 유럽과 북미의 협동조합 선진국이 200년 이상 실천하며 증명한 것이다.

광산구에는 어르신들이 만든 광주 1호 협동조합, 더불어락협동조합이 있다. 팥죽가게, 두부가게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노인일자리와 마을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정부나 일반 기업차원에서 추진하기가 어렵다. 마을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 육성에 힘을 쏟는 것이다.

▲ 3기 지방정부협의회 목표는 무엇인가?

-3가지 약속을 드린다. 첫째, 지자체가 수행하는 보육, 교육, 돌봄, 에너지, 의료, 주거 등 모든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경제 방식을 적극 활용하겠다. 둘째, 민관 협치로 사회적 경제 기반을 다져 양질의 일자리,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을 확산하겠다. 셋째, 지방정부협의회 공동사업을 확장해 우수성과를 전국으로 전파하겠다.

▲ 지방정부협의회가 3기를 맞아 ‘광주체제’를 구성했다. 광주와 사회적경제는 어떤 관계에 있다고 보는가.

- ‘광주정신’으로 사회적경제 활로를 개척한다는 의미다. 사회적경제는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80년 5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동체를 구현한 광주의 경험은 사회적경제 육성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지방정부협의회의 판단이다.

80년 5월 광주는 계엄군에 포위된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서로를 돌보며 범죄 한 건 없었던 기적 같은 공동체를 이뤄냈다. 이것은 연대와 호혜를 근간으로 삼는 사회적경제 원칙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평화와 질서를 스스로 일군 자치와 남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 공동체 정신을 사회적경제 자양분으로 삼자는 의지가 ‘광주체제’에 담겨있다.

▲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 국가단위 보다는 지역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여러 폐해들을 사람과 마을 중심으로 연대하고 상생해서 극복하자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핵심이다. 이것을 국가단위에서 접근하기에는 시간과 실효성 측면에서 쉽지 않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도 내면서 지역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의 뿌리는 지역에 두는 게 맞다.

▲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광산구에 있나? 있다면 소개해 달라.

- 여러 사례가 많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 더불어락 협동조합과 클린광산 협동조합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더불어락 협동조합은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결성한 광주 1호 협동조합이다. 복지관에 북카페를 스스로 만들어낸 어르신들이 내친김에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팥죽가게, 두부공장을 운영하며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금으로 이웃도 돕고 있다.

클린광산 협동조합은 광산구의 생활쓰레기 수거를 대행하던 업체의 폐업신고로 실직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만들었다. 전국 최초 사례이다. 지금 이분들은 광산구의 청소대행을 맡으면서 기존보다 임금을 약 25% 정도 늘리면서도 근로환경 개선과 이웃돕기까지 하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 환경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삶의 질을 높이면서, 고용과 수익창출 그리고 지역사회 현안 해결이라는 일석사조 효과를 지역에서부터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현재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어떤 수준이라고 평가하나.

- 경제 전체에서 보면 사회적경제는 규모는 1% 미만이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 3년 전에 국회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을 만들면서부터 사회적경제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프랑스, 네델란드, 이탈리아같은 선진 사회적경제 선진국의 경우 전체 고용의 대략 10% 정도를 사회적경제가 담당하고 있다.

광산구를 예로 들면 보면 대략 협동조합 145개, 사회적기업 18개, 마을기업 10개, 자활기업과 자활사업단 38개 있다.

정부가 내년까지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전체 일자리수로 따져서 전체 일자리의 2% 수준인 48만개 정도를 사회적경제에서 창출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목표가 실현될지는 현재까지는 불투명하다. 자금 지원, 범정부 차원의 뒷받침 등을 담은 사회적경제 기본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작 단계에서는 마중물이 중요한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부문의 역할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 흐름이 관치에서 자치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경쟁에서 연대와 협동으로, 사유에서 공유로 흐름을 반영한다면 우리나라 사회적경제도 상당히 유의미한, 지금은 1% 미만이지만, 유의미한 경제주체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 요즘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거주 환경이 이웃간의 교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아파트 단지의 변화에 따라 도시에서 사회적경제 향방이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어려운 대목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옛 마을공동체가 대부분 파괴되고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재편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사회적경제 활로를 모색할 때 중요한 것은 예전 마을에서 활발했던 연대와 협력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이다.

광산구가 민선5기 출범 이후 7년 동안 아파트 단지를 사람들이 단순히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마을공동체로 만들려고 노력한 이유가 이것이다. 공동체적 삶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사회적경제도 쉽지 않다.

재미있게 참여하면서 내 경제적, 사회적 이익도 거둘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점차 높은 단계로 성장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광산구는 아파트공동체지원팀, 마을공동체팀, 공익활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 사회적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해외 탐방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무엇이었는가.

- 2014년 스페인 몬드라곤을 방문했는데, 이곳 사람들의 경제위기 극복 방식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몬드라곤은 수천 개의 협동조합에 약 10만명이 일하는 세계적인 사회적경제 도시다. 이곳도 2008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당연히 몬드라곤에서 실직의 위험이 덮쳤다.

하지만 오랜 사회적경제 전통을 간직한 이곳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예를 들면 100명이 우리 돈으로 한 달 400만원씩 받던 협동조합 직원들이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20명을 감원할 것인가, 350만원으로 당분간 임금을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느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직원들이 총회를 열고 토론과 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인상 깊었다. 해고 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이러한 방법은 사회적경제를 떠나 우리 사회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뭐라고 보나.

-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과 시민의 참여,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우선 새싹 단계에 있는 사회적경제가 거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물과 양분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대다수 사회적경제 주체가 영세한 현실에서 민간영역에만 이 일을 맡기면 새싹이 자라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원과 정책 지원 능력을 갖춘 공공영역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자금, 세제, 정책 지원책 등을 담은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주의할 점은 예산을 준다고 해서 모든 것을 공공기관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본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되 ‘지원은 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거리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사회적경제는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동네와 마을 안의 육아와 돌봄 등 실생활에 필요한 여러 영역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 학교 등 다양한 사업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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