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폴리 들여다보기20. 쿡(Cook)폴리-청미장, 콩집
광주 폴리 들여다보기20. 쿡(Cook)폴리-청미장, 콩집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4.05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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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으로 편하게 즐기기 힘든 쿡 폴리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하나로 시작된 광주폴리(Folly). 소규모 문화적 건축물을 광주의 구도심 공간 속에 설치해 장식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을 더해 도심공동화 해소와 도시재생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작됐다. 어느덧 광주폴리 3차가 공개됐다. <시민의소리>는 지난 1~2차 폴리 점검에 이어 3차 광주폴리를 소개하면서 현장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시민의소리=김다이 기자] 최근 광주의 핫 플레이스(Hot-place)로 떠오른 동명동에는 SNS 세대의 관심을 끌만할 카페와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주말만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동명동과 바로 근접해 있는 ‘산수동’은 낙후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도시재생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다. 오래된 주택단지가 밀집되어 있고, 젊은 사람들은 찾기 힘들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월 광주폴리 3차를 공개했다. 이번 3차 폴리는 ‘맛’과 ‘멋’에 주안점을 뒀다. 그중 산수동에 위치한 쿡(Cook)폴리를 찾아가봤다. 기존의 1~2차 폴리와 전혀 다른 형태인 쿡 폴리는 구도심 도시재생 역할을 기대하며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게다.

청미장과 콩집으로 운영되는 쿡 폴리

쿡 폴리는 한옥을 리모델링한 ‘청미장’과 유리온실 형태의 외관으로 주변 분위기와 상반되는 ‘콩집’으로 나뉜다.

‘청미장’과 ‘콩집’은 공모를 통해 광주의 20~30대 청년들이 모여 만든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이 5년간 운영하기로 선정됐다. 조합을 꾸리고 있는 6명은 청미장과 콩집을 번갈아가면서 가게를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일정 퍼센트를 장소 임대료로 비엔날레 측에 넘겨진다.

우선 유리온실처럼 보이는 ‘콩집’에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에이드 등을 파는 카페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스탠드바다. 방문 당시 실제로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오가는 모습을 빈번히 볼 수 있었다.

콩집은 60년대 충장로 3가에서 콩안주에 정종을 홉술로 팔았던 ‘콩집 스탠드바’의 의미를 이어 현대식으로 재탄생했다.

커피와 분위기를 쫓아 카페를 투어하는 이들은 한번쯤 와보길 추천한다. 마치 유리온실처럼 보이는 콩집은 천장까지 포함해 온통 사방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비 오는 날에 온다면 밖을 내다보는 운치가 더 좋을 듯싶다.

내부로 들어가면 청장에 주렁주렁 녹색 식물들을 매달아 놓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콩집 뒤편에는 경술년(1970년)에 지어진 한옥을 리모델링한 ‘청미장’이 위치해있다. 현재 청미장은 곱창전골, 불고기전골, 스지전골 등을 판매하는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명 쉐프에게 직접 노하우 전수받아

이 폴리는 6.25 이후 황금동 뒷골목 초가집에서 개업한 청미장이 효시다. 당시 청미장은 광주에서 자랑할 만한 격조 높은 한정식 집이었다고 한다. 밥상과 술상을 겸한 교잣상을 한정식 메뉴로 내놓아 광주의 명물이었다.

맛있는골목협동조합 오명구 이사장은 “청미장이 이름을 떨치자 광주에 한정식 집이 잇따라 생겼고, 광주가 맛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며 “저희는 그러한 옛 청미장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해서 ‘청미장’이라고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경리단길을 유명하게 만든 장진우 쉐프에게 기초적인 것부터 심화된 부분까지 외식 관련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청미장은 콩집에 비교해 외진 골목으로 더 들어가야 찾아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단순히 광주폴리를 보기위해 온 방문객들은 실제로 운영되는 가게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동명동에 사는 정모씨는 “광주폴리는 도시재생 역할을 하길 바라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술 건축 작품이다”며 “쿡 폴리는 실제 가게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냥 지나가다 쉽게 볼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 같다. 폴리를 보려면 꼭 들어가서 돈을 써야할 것만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3차 광주폴리 공개 당시 ‘맛과 멋’에 주안점을 뒀다고 거창하게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면 ‘맛’을 느낄 수 없는 폴리다는 것이다.

또 1~2차 광주폴리와 달리 유동인구가 많지 않는 곳에 설치된 탓에 쉽게 볼 수 있거나 쿡폴리 자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쿡 폴리는 구도심 도시재생을 기대하며 산수동 골목에 비집고 들어갔지만,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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