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에 굴복한 광주시…챔피언스 필드 특혜 봐주나
30억원에 굴복한 광주시…챔피언스 필드 특혜 봐주나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4.04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간 흑자, 적자 진통 사회공헌기금으로 재협상 무너져

광주시가 기아와 4년간의 재협상 줄다리기 끝에 30억 원의 사회공헌 기금만 받는 걸로 협상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회공헌기금 제안으로 ‘특혜시비’를 불식시키려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기아타이거즈 측은 개장 전부터 신설 야구장과 얽힌 수많은 특혜 논란을 겪어왔다. 결국 이번 결정은 재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으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기아타이거즈는 챔피언스필드 신축 당시 건설비 994억 원 중 30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대가로 기아 측이 2014년부터 2039년까지 25년간 야구장 운영권을 갖도록 광주시와 2010년 12월에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운영권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입장권, 주차장 운영권, 임대사업권, 광고권, 명칭사용료 등이 포함되어 있고, 이외에 인건비, 시설보수 유지 등의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2013년 감사원 결과 '부적정' 결과 이미 나와

건립 전인 2011년 시 용역에서는 25년간 506억 원의 수익이, 기아차는 18억 원의 적자가 난다는 결과를 냈다. 이에 25년간 운영권을 주는 해당 협약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특혜협약’이라는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2013년 1월 감사원은 신설 야구장에 대한 운영협약이 ‘부적정’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감정원 자문 결과 시가 기아차에게 최소 154억 원에서 456억 원 상당 낮게 사용료를 책정한 것으로 발표해 논란이 커져갔다.

특혜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광주시는 2013년 4월, 야구장 개장 이후 2년 동안 수익 등을 분석한 뒤 운영권을 재협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광주챔피언스필드를 두고 특혜 논란은 계속됐다. 먼저 야구장에 ‘기아’ 이름을 넣는 명칭사용권을 두고 시민들을 위한 야구장이 아닌 기아를 위한 야구장인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야구장의 광고판이 개장 10여일이 지나도록 ‘백지상태’인 것을 두고 광주시와 기아타이거즈가 광고 위치에 대한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외부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기보다 자사 브랜드 광고를 통해 ‘꼼수’를 부리려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외부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광고판을 채우지 않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새 야구장의 광고판은 백스탑(포수 뒤편), 전광판, 덕아웃내 벽(2곳) 덕아웃 앞(8곳), 외야(22곳)에 설치되어 있다. 당시 기아 측은 외야를 제외한 모든 광고판에 기아광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외에도 무등경기장 광고권 입찰가가 2011년 1억7000만 원에서 2012년 13억2000만 원으로 8배가량 늘어나는 등으로 인해 기아차에 지나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광주시, 재협상 근거 현황자료 확보 손 놓아

이후 참여자치21은 지난 2014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광주시에 야구장 수익운영 현황자료를 요청했지만, 기아측이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주지 않아 시로부터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참여자치21은 이에 대해 “재협상의 근거가 될 수익운영 현황 자료를 광주시에 요구했지만, 기아차가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시 공무원의 답변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면서 “법적으로도 수탁기관에 감시· 감독 권한이 있는 행정이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요구조차도 거절당하는 것이 제대로 된 행정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또 “만약 기아 자동차가 야구장의 점포 임대나 광고 사업을 더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고 있다면 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함은 물론 재협상에서 이를 반영하고 불이익을 줘야한다”면서 “야구장 운영에 대한 감시 감독 업무를 방치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기아 측은 야구장의 수익시설을 비워두고 있어 적자 계산 논리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재협상을 앞두고 일부로 수익시설을 비워 수익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비판했고, 기아측은 “수익시설을 운영할 업자들이 없어서 비워둔 것이다”는 입장을 내놔 갈등이 심화됐다.

그러면서 광주시는 재협상키로 한 근거자료를 확보하지 않는 등 아무런 준비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특혜 의혹은 확산됐다.

이후 2015년 광주시 추천 2명, 기아 추천 2명, KBO 추천 1명 등 모두 5명 위원으로 야구장손익평가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연말까지 운영됐다.

야구장 손익평가위원회, 객관적인 판단 했나

당시 광주시는 추가로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를 포함한 2명의 위원을 추가하자는 제안을 했고, 기아 측이 반대 입장을 밝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기아 측이 요구한 평가위 구성이 100% 반영됐다.

평가위는 기아차가 제출한 2014~2015년, 2년간의 손익계산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검토하고 재협상의 최종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기아 측의 시설개선비 50억 원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년간 야구장 운영에 들어간 비용을 손익평가 시 비용으로 포함시켜야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이후 별도로 진행된 용역 결과 광주시는 기아차가 25년간 운영시 23억 원의 흑자를 볼 것으로, 기아차가 진행한 용역 결과 181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맞섰다.

결국 기아차가 제시한 181억 원의 적자규모는 손익평가위에서 40억 원대로 조정됐다. 관리비, 인건비 부담이 워나 크다는 게 중론으로 작용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그동안 특혜에 대한 수익금 환수가 어려워진 대신 3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기아 측에 공식 제안했다.

길고 길었던 4년간의 줄다리기는 기아 측이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자치21 오미덕 공동대표는 “이번 23억 원의 흑자를 낼 것이다고 밝힌 용역은 2013년 감사원에서 수백억 대 특혜를 준 것이라고 발표했던 용역과 같은 곳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한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감사원 측에서 실시할 때는 시설물에 대한 가치를 그대로 평가한 것이고 이번에는 기아 측이 제출한 2년 동안 운영을 근거로 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4년간 공방, '사회공헌기금'으로 허무한 마무리

지난 2년 동안 기아 측이 적자 운영을 유도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미덕 대표는 “기아는 2년을 손해보고, 23년 이익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슨 적자인데 사회공헌기금을 낸다는 말이 나온 것인가”라며 “결국 광주시는 기아에게 특혜시비를 마무리 해줄 테니 일부를 내놔라 하는 입장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이번 일은 잘못된 협약의 관행을 개선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야 한다”며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고 대기업과 협상에서 행정이 기업에 끌려가듯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책임 한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조만호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 체육진흥과장은 “3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은 손익평가위원회가 제안한 금액이기 때문에 그 수준에서 적어질지 많아질지는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며 “공식적으로 의논을 하기로 한 자리는 아니지만 개막전에 마침 기아 대표님이 오신다고 해서 시장님이 만나서 이야기를 전해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그동안 양 측 입장이 흑자와 적자의 격차가 심했고, 대화를 하고 나서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특혜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지난 4년간 기아 측에게 특혜로 지적돼온 모든 사안들이 ‘사회공헌기금’ 제안으로 일단락되면서 특혜의혹이 완전히 해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민단체가 이를 수용하기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7646㎡, 관람석 2만2244석 규모로 2011년 11월부터 3년여 동안 공사비 994억 원이 투입돼 건립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