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계절의 초혼(1)
꽃 피는 계절의 초혼(1)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7.03.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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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이홍길 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으로 적폐청산의 새 세상을 준비하게 되었어도 세월호 뭇 영령들을 맞는 우리들의 가슴은 시리고 시리다. 목련, 산수유, 매화 그리고 벚꽃들이 봄내음 물씬 풍기면서 남도의 봄을 수놓는다. 봄의 제주도를 찾아 수학여행을 떠났던 팔팔한 젊음들이 불귀의 객으로 혼령이 되어 3년 만에 우리들의 곁에 돌아온다. 2014년 4월16일, 온 국민의 조바심을 외면한 채 침몰했던 세월호가 녹슬고 찢긴 모습으로 1073일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권력의 방치로 침몰했던 세월호가 그 국가권력의 훼방과 농단으로 방치되어 인양을 늦추다가 대통령이 탄핵 당하자마자 바로 인양되었는데, 이를 우연이라고 여길 사람은 저주받아 마땅한 박근혜 패거리를 제하고는 없을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숱한 몸부림이 있었지만 정권은 온갖 구실로 인양을 지연시키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시인 진은영은 “지난 3년 동안 이 정부는 유가족들이 진실을 알아낼 수 없도록 하는데 모든 주의를 다 기울였다. 우리가 무능력이라고 믿었던 대통령의 주의력 결핍은 결핍이 아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기울여야 할 주의를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데 쏟았다”고 했다.

얼마나 끔찍한 주의력인가? 국민들의 이기심을 촉발하기 위해서 경제를 무기삼아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그 연장 요구를 옥죄며 차단하는데 분주했다.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후안무치한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박근혜였다. 그녀의 당과 정부는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인한 소비위축, 내수부진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뒤따라 호들갑을 떨었다. “세월호 특조위를 연장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민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세금 걱정했던 그 맘보로 최순실과 함께 국가 예산을 훌치는데 열심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나라냐”하고 분노했던 항간의 목소리들이 실감난다.

세월호 영령들을 조상하는 마당에 박근혜 떨거지들이 펼치는 난장판을 설명하면서 보수 운운 하는 호명들이 「보수」라는 단어를 모독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가치와 도덕을 외면하고 생명 욕구대로 그냥 사는 것이 보수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지만 사람 사는데 필요한 것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보수라면, 그들이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보여준 것들은 무엇이며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보수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의심스럽다. 비리와 부정으로 획득한 장물일망정 눈 부릅뜨고 지켜야하겠지만 보수라는 수식어가, 이름표가 아깝다. 아무리 때 끼고 헤진 걸레일 지라도 걸레의 기능을 했고 얼마간의 세제를 쓰면 걸레로 다시 사용될 수 있는데, 비료로도 사용하기 부적절한 독 있는 악성폐기물이 된 쓰레기를 걸레라고 호명하면 걸레를 모독해도 한참 모독하는 것이 된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로 호명하고 박근혜 패거리, 떨거지들은 그 악다구가 요란하더라도 그냥 떨거지로 놔두는 것이 어떨까? 악취 풍기는 쓰레기 난장판도 새 세상이 가져다 줄 일진청풍으로 말끔하게 청소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갖자. 그래서 우리들은 그 긴긴날 삭풍도 마다하지 않고 촛불을 들지 않았던가?

남은 자들의 미안함, 부끄러움 그리고 죄스러움을 안고 챙기다 보면 우리 한 몸 지탱하기도 어렵다.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젊은 영령들을 맞고 위로하는 초혼제를 준비하자. 세월호 참사는 천하가 다 알 듯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인재였고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생떼 같은 생명들을 “안심하라”는 말로 생수장 시켰다. 오죽했으면 청국 상인 공양미 삼백 석으로 심청이를 사가지고 인당수 용왕에게 제물로 바치듯,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생명들을 제 새끼 출산을 위한 앞가림으로 인신 공양했다는 유언비어성 빈말들이 설왕설래했을까?

봄냄새 물씬 나는 4월 소쩍새보다도 더 슬픈 피울음 울었을 원혼들을 불러서 위로하자. 원통함을 조금치라도 삭이는 씻김굿을 마련하자. 4월의 저승길을 간 세월호 영령과 함께 4‧3제주사건의 원혼 그리고 이승만 독제에 항거하다 산화한 4‧19영령. 4월에 만나야 할 영령들이 너무도 많다.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이승과 저승이 너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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