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김해운 희곡집
[책소개]김해운 희곡집
  • 진재환 시민기자
  • 승인 2017.03.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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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시인, 소련 우리말극장 설립 주도한 김해운의 항일희곡 공개

광주고려인마을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재소고려인 연구가 김병학 시인이 최근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고려극장 창립 85주년을 맞아 ‘원동 고려인극장(1932~1937년, 현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전신)’에서 공연된 연극대본 등 8편의 희곡을 공개했다.

이 책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려극장 창립 맴버 김해운의 행적도 자세히 고증되었고, 부록에는 그가 쓴 시와 노래가사들도 발굴, 정리되어 있다.

김해운 희곡집에는 1935년 5월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초연된 연극 <동북선>을 비롯하여 1948년 타쉬켄트 조선극장 무대에 오른 <생활>, 1957년 사할린 조선극장에서 공연된 <장화와 홍련> 등 당시 소련의 각 우리말극장들을 대표하는 희곡들이 수록되었다.

이 희곡집은 재소고려인 연극사의 빠진 고리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극장이 여전히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연극무대에 오른 희곡작품은 별로 남아있지 않고, 1950년대에 문을 닫은 타쉬켄트 조선극장과 사할린 조선극장에서 공연된 희곡작품은 전혀 전하고 있지 않은데다, 그 극장들이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마저 거의 잊혀져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제이주 이전에 무대에 오른 희곡작품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그래서 ‘김해운 희곡집’은 그동안 접혀져있던 고려인연극사의 핵심 장들을 펼쳐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해운 희곡의 백미는 단연 <동북선>이다. <동북선>은 일제가 러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함경북도 청진에서 웅기(지금의 선봉)에 이르는 동북철도를 부설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의 농민과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가혹하게 혹사시키자 이들이 억압에 맞서 격렬하게 항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희곡 <생활>은 가정파탄의 슬픔을 이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주인공의 내적‧외적 변화과정을 묘사한 것이고, <장화와 홍련>은 장화홍련전을 근대적,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김해운은 1932년 9월9일에 설립된 원동 고려극장 창립 맴버들 중 특이하게 부산 출신이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희곡 <동북선>에 짧지만 강렬하게 묘사해놓기도 했다.

엮은이 김병학 시인은 “김해운 희곡 중에는 스탈린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체제와 개인숭배를 찬양한 것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 인텔리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과 한계를 너그럽게 보듬을 때 우리의 이해의 지평도 아득히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병학 시인은 전남 신안출신으로 카자흐스탄에서 25년을 거주하면서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한진전집, 경천아일록 등 다수의 재소고려인 관련 서적과 시집, 에세이집, 번역시집 등을 펴낸 바 있다. 국내 귀환 후에는 광주 고려인마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맞이하여 고려인영화제와 고려인역사박물관(재소한인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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