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학 또는 공영(익)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라”
“국·공립대학 또는 공영(익)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라”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3.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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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법 개정, 대학교육 대선공약’ 토론회 개최
“대학평가는 대량의 교수·직원 실업자를 양산할 것”

광주·전남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교육법 개정, 대학교육 대선 공약’ 토론회에서 교수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정책을 중단하고 국·공립 대학 또는 공영(익)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광주·전남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교육법 개정, 대학교육 대선 공약’ 토론회에서 지난 3일 오후 광주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여러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참석하였으며,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문제점과 비정규교수의 현실, 폐교정책에 대한 문제점 등을 다뤘다.

토론회에 앞서 은우근 광주대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언론, 문화예술, 중고교, 대학을 망라한 지식인 사회 전체를 길들이기 위해 통제해왔다”며 “일부 사립학교 재단을 포함한 대학의 경영자들은 구조조정, 경영합리화의 미명하에 교수·연구자들의 교육·연구 노동을 가혹하게 착취, 수탈하고 비리와 부정을 행함으로써 학문과 교육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은 교수는 “지역의 대학교육을 제대로 세우는 것은 단지 지역 대학 교수들의 집단적 권익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교육과 학문 연구의 전당, 자유로운 사상의 거처로서 대학을 다시 세워야 하고 교수·연구자는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우근 광주대 교수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김성재 민교협 공동의장,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남대분회장, 민정식 동신대 교수, 이덕재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장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김성재 교수,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문제점과 대학의 공공성 회복

- 오늘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대학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은 김영삼 정부시절 교육여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립대학을 자유롭게 설립하도록 하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1990년대부터 써왔기 때문이다.

1990년~2000년 동안 설립된 사립대학의 수가 108개나 된다. 대학의 폭발적인 팽창으로 인해 대학의 공공적인 성격은 사라지고 대학 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장논리가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2015년부터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대학평가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해 40만 명 선을 유지한다는 목표로 대학을 5단계로 등급화하여 등급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계해 입학정원 감축의 수준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었다.

2015년 8월31일 교육부가 발표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르면 A등급을 받은 34개 대학에는 서울지역 규모 중급 이상 대학 대부분과 지방대 14곳이 선정되었다. 하위 그룹에 속하는 D~E등급은 4년제 일반대학 32개와 전문대학 34개가 재정지원 제한을 받게되며 교육부는 이들에게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1주기 대학평가, 프라임 사업 등을 통해 당초 정원감축 목표였던 40,000명을 초과해 44,000명을 감축했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2016년 11월24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토론회를 통해 평가 방안을 공개했다.

상위 50%는 ‘자율 개선 대학’으로 선정해 정원 감축 없이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하위 50% 대학은 3등급으로 구분해 등급별로 차등적인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교육부는 전체 대학 중 절반만 살리고, 나머지 절반은 대폭적인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으로 ‘퇴출’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2~3주기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대학평가는 수도권과 지역 간 대학재정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대학의 빈부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퇴출 대학이 늘어남으로써 대량의 교수·직원 실업자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시대의 현명한 의식 형성, 진리 추구, 과학적·정신적 수양에 기초한 국가적 직업 교육이라는 대학의 보편적인 이념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정부는 현재 주로 사립대학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정책을 중단하고 국·공립 대학 또는 공영(익)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고등교육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국·공립화가 대학인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과도기적인 정책으로서 비리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사립대학 재단을 공(영)익형 이사제로 전환하는 것도 국가의 우선적인 고등교육정책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박중렬 교수, 대학 비정규교수와 강사법

- 시간강사는 대학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경우 제1피해자가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1만 명 이상의 시간강사 강의가 사라졌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에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지표를 적용하고 있어서 전임교원이 아닌 시간강사가 해고 1순위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소위 ‘강사법’)은 강사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이라는 입법취지와 달리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강사 대량해고, 무늬만 교원인 차별적 교원 양산 등의 문제로 인해 헌정 사상 유례없이 무려 3차례나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지출 평균은 GDP의 1.4%인데 비하여 한국은 0.8%에 불과하다. 다른 문제점은 ‘고등교육비용 공적 부담 원칙’이 확립되지 않아 사적 부담으로 전가되는 점이다.

때문에 대학 운영에 필수적인 교원과 직원 인건비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비용이 고액의 등록금으로 채워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더불어 대학에 대한 공적 예산지원의 근거 법률이 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 확보된 재원은 사립대학 재단 등이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하고 비정규교수 문제와 등록금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교수 문제의 경우 우선적으로 3차례나 유보된 상태로 2018년 시행 예정으로 있는 강사법을 즉각 폐기함으로써 9만여 비정규교수의 대량 해고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부의 관료에게 고등교육을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국회 내에 '고등교육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민주, 평등, 공공성의 책임에 입각한 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민정식 교수,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을 위한 법 개정

-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공공성에 비해 ‘자주성’(재단의 주도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사학법인의 권리만 과보호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는 사립학교의 발전을 위해 교사, 교수, 학부모를 포함하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또 단기 계약과 저임금의 교원을 이용하고 옭아매는 비정년 트랙 교수 양산을 막고 우수한 인재를 대학교수로 유치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처분권자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해임되었던 교수는 재임용이 탈락되면 결정(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이후 즉시 재임용 되어야 하고 학교에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법규정은 재임용 심사를 다시 하도록 하는 절차적 의무를 부과하는데 그친다. 학교측은 소청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행정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10만원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을 받는 ‘근로 기준법’에 비해 수천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이 전혀 없는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에 확실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립대 교원은 노조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급여의 보장도 못 받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은 소청 결정에 대한 처벌을 명문화 하는 공약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덕재 전 교수, 교육부 대학폐교정책의 실패와 문제점

대부분 폐교대학들이 족벌경영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이사장, 총장, 부총장, 심지어 재무·회계, 경리책임자까지 대학경영 전반에 걸쳐 설립자나 이사장의 가족이나 친족 등이 경영의 핵심요직을 두루 독차지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였으며 학교자산의 사유화를 방치해 왔다.

향후 개나리꽃 피는 순서대로 수도권에서 먼 대학부터 없어질 것이 뻔하다. 폐교 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길거리로 내몰린 교수들은 아직도 밀린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자산처분은 재단과 국가에 귀속되었다.

대학부실의 주요원인은 설립자나 이사장, 총장, 부총장 등 족벌경영자들의 국고보조금 및 교비횡령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학교법인 이사회의 취임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대학 정상화를 꿰해야 한다.

사립대학구조조정에 있어서도 부패한 사학재단에 의해서 부실해지는 경우와 사회적 환경변화에 의해 학교경영이 어렵게 되는 경우를 엄격히 구분하여 부패한 사학재단에게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사학운영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

또 유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자치로 권한을 이양하고 대학은 교육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정책과 운영지원을 이원화함으로써 교육부는 교육지원청으로서 역할만 하면 될 것이다.

김상곤 더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겸 교육부문 총괄은 토론회 말미에 “정권교체가 되면 바로 교육개혁을 실시할 수 있는 안을 만들고 그에 따른 로드맵까지 작성하는 게 제가 해야 될 역할이다”며 “선진국 대학체계에 비하면 엄청난 사적 이익이 흥행하는 대학사회가 되었다. 어떻게 되든 그것을 바꾸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특히 교수들의 교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체계적 강구해 나갈 것이다”면서 “우리나라의 사학, 국·공립 비율도 조절하여 현 국공립 학생 23%를 40~50%까지 넓혀나가도록 검토해 볼 것이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은우근 교수는 “지식노동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갖고 있을지 함께 논의하는 기회였다”며 “지역대학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동시 문제이기도 하며 중앙권력을 획득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은 아닐 것이다. 모순된 현실 속에 놓여있는 교수연구자, 지식인, 언론인 등이 같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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