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7.03.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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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다짐이자 싸움의 시작이다
▲ 이홍길 고문

광주의 유력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중에 몇 차례에 걸쳐 나라와 고장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토론회들을 가졌다. 무등산 큰 세미나는 “나라와 남도를 열자”는 표어를 내걸었고, 새로운 시대 한국의 미래비전 대토론회는 “호남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과제”들을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대행진에 조응하는 광주‧전남의 자활의 꿈이고 재기의 몸부림이었다.

지금의 여기가 불변하는 현실이지만 어제의 문제가 오늘도 살아있고, 아직도 내일의 과제로 남아있는 지역의 낙후는 촛불이 가져다주는 개혁의 낙관적 정서에 편승하여 “이제 우리도 시작이다.”하고 자조의 용기를 스스로 발양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지역의 낙후는 인위적이고 역사적인 것으로 결코 천연적인 것은 아니었다. 인위적인 낙후가 호남과 호남인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해버릴 때 우리들에게 바람직한 미래는 없다는 절망감이 스스로 분발하여 “남도를 열자.”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로 일컬어지는 리영희 교수가 말하는 ‘전라도 죽이기’의 실체를 들어본다. 우리들이 사는 현실은 한 시기의 정치권력, 사회권력의 분포가 반영한 결과로 ”역사 속의 사색당쟁과 현재의 정치경제권력의 성격까지, 그리고 일본식민지하의 한국의 지방별 산업과 지방별 민중의 생산수단, 소유관계, 소작제도와 반상제도가 빈민에게 강요한 축적된 성격화 특성, 그렇기 때문에 어떤 지방의 민중이 그 사회제도의 소수를 위해서 어느 딴 지방의 민중보다 고초를 겪어야 했고, 그 결과 당연히 누렸어야 할 권리와 혜택에서 배제되거나 부당한 배척을 받게 되는 사회적 경향이 생겨났다는 데에 이르기까지...“ 계속 경청하자니 한량없다.

‘경상도 패권주의’의 치졸함을 개탄하면서 박정희 정권 내내 서울시장은 모두 경상도 출신이었고, 서울시청이 ‘경상남북도 광화문출장소’라는 쑥덕공론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음을 지적하였다. 반면 전라도는 경상도와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경상도 정권에 의해 엄청난 차별을 넘어 노골적인 ‘전라도 죽이기’였음도 강조되고 있었다. 부산 동아대 어느 교수는 “경상도와 전라도에 투자한 액수가 10:1”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끝없이 진행된 작폐와 국정농단이 마침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노정되고 말았다.

‘미래비전 워크숍’ 토론자료는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추한 탐욕, 그에 이은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저열하고 천박한 국정운영은 전 국민의 마음에 지우기 어려운 아픔과 절망, 슬픔과 노여움으로 얼룩진 상처를 남겼다”고 술회하면서 “해를 넘긴 광장의 촛불이 새봄을 열고 있다. 한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내며 맞이하는 첫봄은 새로운 힘이 소생하고 찬란한 희망이 가득 찬 시절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역풍은 소리 없는 밀물처럼, 야반의 도적처럼 음험하고 은밀하게 다가오고 있다.

생뚱맞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설쳐대는 땃벌떼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더니만, 박근혜, 황교안, 한국당의 탄핵반대 3각공조가 노골화 되고 있다. 특검 연장을 원하는 압도적 민심은 외면당한 채 특검수사는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범죄 추적을 가로막는 국가 최고 공권력의 행패는 법의 가면을 둘러 쓴 친위쿠데타다. 연인원 1500만 명을 넘고 백날을 훌쩍 뛰어 넘게 지속된 촛불대행진이 정치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임을 입증, 주권재민을 축복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최종변론 불참, 황 대행은 특검연장 불허, 자유한국당은 특검연장법안 처리 불가의 삼불, 삼각공조의 삼흉동맹의 삼류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적폐세력들은 촛불로 타오른 정의의 심판 앞에 석고대죄하여 그 잔명을 구걸해야 마땅하거늘, 언감생심, 적반하장으로 수구기득권세력의 재결집을 도모하는 악의 나팔을 불고 있다.

엄습해오는 적의 진군 앞에 어려웠던 과거를 떨쳐내기 위해서 ‘이제 시작이다’하고 미래를 준비하던 기획들을 잠시 접어두고, 불퇴전의 용기를 다시 추스르면서 ‘이제 시작이다’하는 결전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하겠다. 악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미래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싸움도 시작하고 미래도 준비하는 우리들의 대동단결과 협치를 호소한다. 운동의 방향이 같을 때 힘이 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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