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김블라디미르,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 출판
고려인 김블라디미르,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 출판
  • 진재환 시민기자
  • 승인 2017.02.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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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전 시인이자 저명한 학자였지만 외국인노동자로서의 힘겨운 삶 살아

광주로 귀환한 고려인동포 3세 김블라디미르(남, 61세) 씨가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맞는 2017년 2월,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을 출판했다.

그의 시집은 지난 겨울 연구차 광주를 방문해 1개월 동안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와 함께 살았던 계명대학교 러시아문학과 정막래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되었다.

그는 시집을 판 수익금을 광주고려인마을의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밝히고 있어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저자인 김 씨는 지난 2014년 아내와 딸과 아들,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 등 일가족 10여명과 함께 중앙아시아의 경제난과 민족차별을 피해 무작정 조상의 땅 광주로 이주한 고려인동포다.

김 씨는 이주 전 우즈벡 타쉬켄트 문학대학에서 교수를, 그리고 의과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과 학과장을 지낸 시인이자 저명한 학자였다. 또한 그의 조부는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전 연해주에서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한 바 있는 독립투사였다.

그럼에도 김 씨의 귀환은 환영받지 못했고, 그는 그저 유랑민 고려인동포에 불과했다.

귀환 이후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일근로자 대기소를 통해 나주, 함평, 무안 등지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촌일손을 돕는 외국인노동자로서의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의 아내 역시 인근 산단의 용역직 노동자로서 삶을 이어가야 했고, 유명한 무용가로 키웠던 딸 알료나(28세) 또한 전직 무용수였지만 국내 귀환 후 하루 12시간 일해야 하는 산업단지 ‘공순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은 광주정착 고려인마을 주민들의 대소사를 돕는 고려인마을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삶의 공적을 인정받아 그는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마을 대표로 오는 3월1일 정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의 종각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민주의 종 타종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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