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30) 까죽나무공방 인봉 조광득 선생
남도의 멋을 찾아서(30) 까죽나무공방 인봉 조광득 선생
  • 박창배 기자
  • 승인 2017.02.23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들민들 손떼 묻은 ‘기다림’
50년 까죽나무 키워 15년간 말려 만든 가구
▲ 까죽나무공방 인봉 조광득 선생

소득이 늘어날수록 본인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DIY(Do It Yourself)가 보편화 되고 있다. 그 중에서 사람들은 나무를 사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일을 가장 하고 싶어할 것이다.

불과 2~30년전만 해도 어렵지 않게 목공소를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실과시간에 나무를 이용해 국기함을 만들거나 책꽂이를 만들던 때도 있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고 삶이 더 편해지려고 하는데도 목공일을 취미삼아 10년 넘게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까죽나무공방의 조광득 선생을 만나보았다.

나무일을 하는 사람들을 목수라고 하는데 나무를 깎아 집의 틀을 만드는 대목(大木)과 집의 부수적인 창문이나 가구를 만드는 소목(小木)을 총칭하여 부른다.

취미로 시작 한 목공일

조광득 선생이 처음 목공일을 시작한 때는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통공예문화학교 수업을 받으면서 아들, 딸들 결혼할 때 식탁이라도 손수 짜 선물로 줘야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취미삼아 손주들의 책상도 만들어 선물할 수 있겠거니 하면서 시작한 소일거리가 지금은 각종 목공 도구와 기계로 공방이 가득 찼다.

목공일을 배워가면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들을 하나, 둘씩 집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조그만 좌탁을 만들어 다과를 즐기는데 사용하면 뿌듯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목공일을 하는 소목장이나 목수들에게 물어가면서도 배웠다.

배우면서 늘어나는 실력만큼 하나, 둘씩 사들인 도구와 기계는 공방을 가득 메울 정도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한 대패를 미국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에서 구입해 녹슨 철에 광을 내고 날을 세우는 작업을 할 정도로 공구를 모으는 일에도 열성적이다.

▲ 서양식 대패
▲ 동양식 대패

궁금하면 전국의 고수에게 찾아가

조광득 선생의 공방은 여러 사람들이 이용한다. 까죽나무공방 회원들이지만 찾아오는 회원들은 조광득 선생에게 배우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가구 만들 회원 모집’이라는 전단지를 붙여 놨더니 사람들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의외로 나무로 뭔가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본인도 배우면서 궁금하면 부산이든 서울이든 궁금한 점을 해결하려고 전국 고수들을 찾아 다니며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서양의 목수들이 제작하는 방법들을 많이 보고 익혔다고 한다.

조광득 선생은 “처음 시작할 때 우리나라 전통가구를 배웠는데 조상들의 기술이 기록되어 있는 문서나 문헌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전문 직업으로 목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취미삼아 가구를 만드는 사람에게 쉽게 그 기술을 알려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도제식 교육이다 보니 도면이나 설계도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장인들의 등너머로 기술이 전수 되다 보니 취미생활을 하는 저에게는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배울 수 있는 서양식 가구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서양식 가구는 유튜브를 보면 만드는 방법과 도면 등이 공개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따라하기 쉽다고 한다.

▲ 샘 말루프의 흔들의자

흔들의자 만들기

심지어 흔들의자를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만드는 과정이 DVD로 그리고 도면까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숨겨진 기술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면서 “예전에는 그 숨겨진 기술이 궁금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멜 깁슨이 주연한 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패트리어트-숲속의 여우’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에 참가해 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던 벤지민 마크(멜 깁슨)가 흔들의자를 만들어 앉아보지만 부서지는 장면이 나온다. 흔들의자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광득 선생은 샘 말루프의 흔들의자를 만드는데 35일이 걸렸다. 주말에만 매달리다시피 작업을 했으니 거의 10달 동안 작업하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아주 튼튼한 흔들의자가 만들어졌다. 취미라기 보다는 도닦는 수준이었다.

토목학의 건축기법이 접목되어 만들어진 죠지 나카시마의 의자는 일반 의자와 다리가 틀리다. 하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이 의자는 도면이 없어 직접 구매한 지인에게 빌려 자로 재고 각도를 재어가면서 연구를 통해 만들었다.

여기서 만든 가구는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 전적으로 취미생활로 만들기 때문이다.

▲ 위에서 본 샘 말루프의 흔들의자

공방이야기

주로 사용하는 나무는 국산나무로 느티나무, 오동나무, 참죽나무(까죽나무)를 쓰고 수입산으로 호두나무를 사용한다. 여기서 공방이름을 까죽나무공방으로 정했다.

까죽나무는 예전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에 자라던 나무로 새마을운동 이후 초가집이 스레트가 있는 단층주택으로 바뀌면서 걸리적 거려 다 베어 지금은 귀한 나무가 되었다. 50년을 키워야 지름 3~40Cm로 자라나게 된다.

고전가구는 현대에 와서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장식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반면 현대가구는 실용적으로 변해 보다 더 편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대가구에는 호두나무가 잘 어울린다. 수입목은 중국에서 수요가 늘면 국제가격이 오르는 관계로 비싸진다.

공구도 비싸지만 재료비도 만만치 않다. 취미 생활로 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다. 그래서 공방을 만들어 취미생활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어느날 혼자 주말에 나와 공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퇴 후 목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지금까지 배운 기술을 공유하고 같이 하루종일 목공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공방을 취미삼아 이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주말마다 같은 취미로 나무를 깍고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로 이 공방이 들썩거린다.

공구이야기: 대패, 끌, 톱

조광득 선생은 “‘연장은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목공일을 하는데에 기본적으로 지녀야할 공구로 대패와 끌, 톱이 있다”고 했다. 대패는 목재면을 매끈하게 깎아내는 연장이고 끌은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깍고 다듬는데 사용하는 공구, 톱은 자르는데 사용하는 연장이다.

이런 연장을 사용하기 위해 날을 세우고 다듬는 일은 가장 중요하다. 날을 세우기 위해 몇날을 갈고 닦았는데 그 연장을 빌려주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본인의 손에 익숙한 연장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서양식 대패와 동양식 대패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서양식 대패는 과학적이지만 동양식 대패는 감각적이다. 공방에서는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목공구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해 한마디

그는 스승이 4명이나 된다. 각 분야가 틀리기 때문에 배우다보니 스승들이 많다고 한다. 직장 다니면서 취미삼아 주말에만 작업을 하다 공방을 만든 것은 재작년의 일이다. 하나둘 모은 목공구와 기계들은 어느 목공소에 비견해도 부럽지 않다.

조광득 선생은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나오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칠 수 있다”면서 “10년간 취미 생활로 목공일을 해 왔는데 지금까지 7명의 사람들이 안전사고로 다친 것을 봤다”고 했다. 물론 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목공기계를 불기피하게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에 유의하여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안전교육에 대해 미흡하다고 했다.

안전교육이나 안전에 대해 생각한다면 기계를 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타고난 손재주를 갖고 있어서 목공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목공일를 하는데 손재주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그는 “많은 경험을 쌓아본 놈에게는 당할 수 없다”면서 “시간의 문제로 나중에는 결국 똑같은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했다.

소목은 기다림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소목에서는 한치, 즉 3Cm 의 오차는 엄청 큰것이다”면서 “나무는 습기에 약하다보니 약간의 틈을 주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것들도 경험에 의해서 알게 되는데 나무의 특성을 잘 알고 수축하고 갈라짐도 예상을 해야 기술자라고도 했다.

생목은 최소 5년정도 말려야 하는데 보통 7~8년 많게는 15년을 말려야 한다. 그래서 조광득 선생은 “소목은 기다림이다. 까죽나무를 50년 키워야 쓸 수 있는 재목이 되고 나무 말리는 것도 기다려야 하고 한단계 한단계 배워 가는 것도 기다림의 연속이다”면서 “대패날을 세우는 것도 몇날을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리지 못하고 급히 서두르면서 기계를 사용하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고 했다.

은퇴 후 공방에서 같은 취미를 갖는 사람들과 함께하길 기다리면서 목공일을 하고 있는 조광득 선생의 남도의 멋은 곧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때 묻고 민들민들 해 질 때 그 빛을 발하는 것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