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과 절의와 문장의 선비, 하서 김인후(1)
도학과 절의와 문장의 선비, 하서 김인후(1)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7.02.13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를 찾아 나선다. 김인후는 문묘에 배향된 18현 가운데 호남 유일의 선비이다. 가는 곳은 장성군 황룡면 맥호리 맥동마을의 백화정이다. 이곳은 김인후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이다. 주1)

맥동마을 입구에는 붓처럼 생긴 바위 ‘필암(筆巖)’이 있다. 풍수지리학에서는 붓 모양의 봉우리(文筆峰)이나 바위가 있으면 큰 학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백화정은 보통 문이 닫혀 있다. 문에 연락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들어가고 싶으면 전화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필자가 방문한 날은 백화정 문이 열려 있었다.

백화정 정문 앞에 있는 안내표석에는 “백화정은 1552년에 건립된 하서선생의 외헌(外軒)이다. 민씨 할머니께서 낙남(落南)하여 손수 잡은 이 집터에서 태어나신 선생은 ... (후략)”라고 적혀 있다.

울산김씨가 장성에 뿌리를 두게 된 것은 김인후의 5대조인 흥려군(興麗君) 김온(金穩 1348~1413) 때의 일로, 태종 임금 때 양주목사 김온이 세자 책봉 문제에 연루되어 1413년(태종13년)에 사사(賜死)되자, 부인 민씨가 3형제(달근 · 달원 · 달지)를 데리고 장성 맥동에 내려와 정착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민씨부인은 태종의 왕후인 원경황후 민비의 친척이었다.

김인후의 고조부는 김달원이고 증조부는 김의강이며, 조부는 금구훈도 김환이었다. 부친은 김령이고 모친은 옥천조씨이다.

김인후는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였다. 5살이 되던 해 정월 보름날에 아래 한시를 써서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다.

높고 낮음은 땅의 형세요

이르고 늦음은 하늘의 때라

사람들 말이야 무슨 험 되랴.

밝은 달은 본래 사심이 없도다.

高低隨地勢

早晩自天時

人言何足恤

明月本無私

8세 때에는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한 정암 조광조(1482∽1519)의 삼촌인 조원기(1457∽1533)로부터 ‘장성신동 천하문장’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9세 때 봄에는 고봉 기대승의 삼촌인 기준(1492∽1521)을 만나 ‘우리 세자의 신하가 될 만하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붓을 선물받기도 하였다.

10세 때는 전라도 관찰사 김안국을 찾아가 소학을 배웠으며, 18세에는 기묘사화로 화순 동복에서 유배중인 최산두를 찾아가 공부를 배웠다. 19세 되던 1528년에는 성균관에서 주관한 백일장에서 칠석부로 장원을 하였다. 이 당시 시관이었던 대제학 이행(李荇)은 남이 써 준 글이라고 의심하여 김인후에게 7가지 제목을 주면서 테스트를 했는데 김인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지어 이행의 의심이 풀렸다 한다.

김인후는 1531년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1533년에 성균관에 입학하였으며, 이때 퇴계 이황과 교우 관계를 맺고 함께 학문을 닦았다. 주2)

이이서 김인후는 1540년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권지승문원부정자(權知承文院副正字)에 임용되었으며, 이듬해 호당(湖堂)에 들어가 사가독서(賜暇讀書: 휴가를 얻어 독서에 전념)하고, 홍문관 저작(弘文館 著作)이 되었다.

▲백화정

주1) 김인후(金麟厚)의 이름에 기린 린(麟)글자를 넣은 까닭은 태몽에 기린이 나타났고, 기린이 상서로운 동물이어서 그랬다 한다. (김병효, 하서 김인후 선생 이야기, 대동문화재단, 2007, p 18)

주2) 하서 김인후와 퇴계 이황은 1533년에 성균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기묘사화가 일어난 뒤라 사람들이 모두 학문 하는 것을 기피하고 희학(戱謔)하는 것으로 나날을 보낼 뿐이었다. 그런데 하서와 퇴계는 오직 서로 뜻이 맞아 왕래하며 끊임없이 강마(講磨)하였다. ( <하서전집> 부록 권1 ‘행장’)

김인후는 1540년 문과 급제 후 1년 뒤에 독서당(일명 호당)에서 퇴계 이황을 다시 만났다. 독서당 동문은 나세찬(1498∽1551) · 임형수(1514∽1547) · 정유길 · 송기수 등 13명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