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도 정권교체도 民·政 협약으로
개헌도 정권교체도 民·政 협약으로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7.02.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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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대헌장을 선언하자
▲ 이홍길 고문

헌재는 진행 중이지만 박근혜는 아직 청와대에 웅거하여 박사모 등 친여단체들을 교사하고 있고, 국정농단의 방조세력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그 명맥을 살리기 위해 최후 발악을 다하고 있다. 촛불의 민의와 소망을 왜곡하고 굴절시켜 패망을 비켜가려는 저들의 암수가 언제 어디서 발동할지 아직도 불안하다. 촛불의 현장을 한 번도 확인한 적 없는 예비후보가, 촛불이 변질돼 간다고 어깃장을 놓다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 정권교체가 일단락되기까지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므로 세대교체다, 정치교체다 하고 여유를 부리다 정권교체마저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정권교체는 새로운 시작을 열망하는 촛불 민심의 당위다. 아무리 좋은 발상도 실질적 주권재민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의 일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미얀마 대사 경질에 이르는 외교농단에까지 미쳐 전방위 국정농단이 찬란하다. 대한민국이 국정농단의 놀이터냐고 힐난하는 댓글도 나무랄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한국 헌법은 대통령제적 요소와 내각제적 요소가 절충된 형태였는데, 대통령으로 내정된 국회의장 이승만이 1948년 6월21일 헌법초안 심의 자리에 나타나 “이런 헌법으로는 행정부 권한이 너무 약해서 대통령이 일을 못할 터이니 나 같은 사람은 다 그만두고 국민운동이나 하겠소.”하는 협박 때문에 대통령제로 문구가 바뀌었다는 증언이 있다.

이승만 독재 12년을 뒤이은 군사정권의 독재와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과도한 권력집중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차단하고, 그동안에 무소불위로 자행된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개헌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당위가 된다. 권력구조만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을 온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 개헌이 이루어져야 할 과제들도 속속 부각되고 있다. 정권교체와 개헌이 적폐청산과 국가의 새 출발을 기약하는 당위임이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당위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가 있다. 한홍구 교수는 적폐 해결의 과제가 산적함에도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개헌 이후 대선을 치른다는 것을 난망하다고 지적하고 아울러 촛불을 든 시민들도 개헌을 수구세력의 생명연장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정치권의 개헌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개헌전쟁⌟을 펴낸 김욱 서남대 교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 내각제를 주장하면서 승자독식의 “한국에서 대통령제는 지역적, 계급적 패권을 위해 악용돼 왔음”을 지적한다.

⌜개헌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개헌 공약이 이행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음”을 지적하면서 “대선 전에 반드시 헌법부칙 개헌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치계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당위인 정권교체와 개헌이 설왕설래 부딪히면서 정략에 휘말릴 때, 촛불혁명이 가져온 신한국 출발의 에너지가 감소되거나 소멸될 가능성이 우리들을 가슴 졸이게 한다. 개헌 때문에 정권교체가 애매하게 되고 정권교체가 개헌을 무산시키게 되어, 상호간에 블랙홀로 작용하게 되면 촛불 에너지는 소멸하고 말아, 그야말로 “좋다가 말아버리는” 한국 현대사의 악몽이 될까 두렵다.

백날이 넘는 연대와 천만 명의 민주 함성이 그냥 꿈이 되고 잠꼬대가 돼버린다면 얼마나 끔찍한 희화인가? 가슴 부푸는 그 좋은 새 출발의 기회를 우리들의 아집과 탐욕으로 놓치게 된다면, “엽전은 별 수 없다”는 옛날 이웃들의 조소가 우리들의 자조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12세기 영국의 귀족들은 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를 체결하여 오늘의 영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오스트리아는 승전 4대 강국의 점령 하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였는데, 오스트리아의 정치 지도자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국가의 문제를 결코 외세와 협의 결탁하지 않고 자결할 것을 국민 앞에 협약하였고, 이를 지켜 국가의 분단을 극복하였다.

우리도 개헌이 새 출발을 위한 당위임이 분명하므로 대선과 별개로 대선 후보와 정당이 국민들과 함께 대 협약 선언을 하게 되면 정권교체와 개헌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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