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 춘색(春色)①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 춘색(春色)①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1.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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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공명일랑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겠네

봄을 좋아하는 노래가 많다. 봄을 노래하는 시문도 많다. 원나라 고창에 살던 위구르인 설장수도 봄을 만끽하는 시심의 노래는 불타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회수(淮水)에 갔던 모양이다. 중국이 사분오열되는 마당에도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는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봄을 맞는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터, 더 이상은 하잘 것 없는 공명을 찾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춘색을 즐기며 시문을 지으면서 살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春色(춘색)[1] / 운재 설장수

봄볕이 따스하여 천지는 완연한데

지금도 강회에서 전쟁이 한창이고

공명이 필요 있으랴 시속에서 살리오.

春色可天地              江淮猶甲兵

춘색가천지              강회유갑병

謾依詩歲月              不羨世功名

만의시세월              불선세공명

 

세상의 공명일랑 아무 것도 부러워하지 않겠네(春色1)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운재(芸齋) 설장수(偰長壽:1341~1399)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봄빛은 온 천지에 가득차고 완연한데 / 강회에는 아직도 두 나라가 전쟁이로다 // (나는) 부질없이 시나 지으며 하 많은 세월을 보내고 / 이 세상의 모든 공명일랑 아무 것도 부러워하지 않겠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춘3월 따스한 봄볕]으로 번역된다. 시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아 글쓴이가 원나라 사람인 점을 감안하고 보면 남쪽의 지방에 거주하면서 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나라 영토를 뺏고 빼앗기는 시대적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남이야 뭐라고 하든, 한 치의 국토일망정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밀고 밀리는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 밖의 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봄빛은 온 천지 가득차고 완연하기만 한데 강회에는 아직도 두 나라가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가 지속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부연하고 있다.

화자는 부질없이(謾) 시나 쓰면서 세월을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남아의 일면을 보이는가 하더니만 세상의 공명도 결코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기 의지를 보인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흰 눈에는 보이는 것 없는 듯 / 푸른 산은 정이 있는 듯도 하구나 // 애오라지 탁주에 마음을 붙여서 / 때때로 아이 불러 다시 잔을 기울이네] 라고 했다. 어지러운 세상에 오직 한 잔의 탁주로나마 마음을 붙이면서 살고 싶다는 뜻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봄빛 천지 가득하고 강회에는 전쟁이네, 시 지으며 세월 보내면서 세상 공명 부럽지 않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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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운재(芸齋) 설장수(偰長壽:1341~1399)로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문신이다. 호는 운재(芸齋)이다. 설손의 아들로 본래 위구르(Uighur, 回鶻) 사람인데 1358년(공민왕 7) 아버지 설손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고려로 올 때 따라와 귀화하여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다. 시호는 문량(文良)이다.

【한자와 어구】

春色: 봄빛. 可天地: 천지가 완연하다. 江淮: 물이 흐르는 강가(淮: 하남성에서 발원하여 황하로 흐르는 강). 猶: 아직은 오히려. 甲兵: 병갑. 무기. 곧 전쟁을 하고 있다. // 謾: 느리다. 게으름을 피우다. 依詩: 시문에 의지하다. 歲月: 세월. 不羨: 부러워하지 않겠다. 世功名: 세상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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