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점에서 개헌을 이야기하는가?
왜 이 시점에서 개헌을 이야기하는가?
  • 최영태 전남대 교수
  • 승인 2017.01.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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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3각 방정식(개헌과 선거법 개정, 정권교체)을 잘 풀어야 한다
▲ 최영태 전남대 교수․헌법개정광주전남국민주권회의 준비위원장

촛불혁명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여 국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3단계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1단계 과제는 촛불광장과 국회를 거쳐 지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6월항쟁의 결과물인 헌법재판소가 촛불의 염원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민주정부 수립 후 개헌을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두 과제는 선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엉켜 있다. 선거법 개정문제도 함께 얽혀 있다. 이 복잡한 3각 방정식을 잘 풀어야 촛불혁명이 성공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을 강화하라

개헌의 일차적 방향은 국민생명권, 성평등권, 소수자 보호, 정보보호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의 소환권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확대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조항도 강화해야 하다.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주의를 방치하면 비수도권 거주 국민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반에서 2등국민, 3등국민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래가지고는 국민 통합, 국가 경쟁력 강화 모두 어렵다.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분권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이 필요하다. 정치적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공간 민주주의도 중요하다. 지역과 상관없이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1990년 동독인들은 서독에 주저 없이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서독은 지역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동독인들은 통일 후 동독 지역에도 똑같은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그래서 불안감 없이 서독에 자신들의 미래를 맡겼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통일되면 수도권, 비수도권 주민에 이어 북한 주민들은 3등 혹은 4등국민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래도 북한 주민들이 통일에 주저 없이 응할 수 있을까? 통일을 위해서도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분권 헌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4. 13총선에서도 호남지역 선거구가 2개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상원의원은 미국이나 독일처럼 지역 대표성을 갖는 사람들로 구성하여 제도적으로 지역의 권리가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권력분점형 헌법이 필요하다

세계 선진 국가들 중 순수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다. 주정부의 권한과 중앙정부의 권한이 잘 배분되어 있다. 여기에다가 미국은 3권분립도 잘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권력이 중앙정부와 대통령 한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내각제는 영국, 독일 등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에 맞서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영국의 처칠이나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끈 서독의 콜 수상 모두 내각제 및 연립정부의 수반이었다. 복지국가의 모델로 불리는 북유럽국가들 모두 내각제 및 연립정부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내각제는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나 연립정부를 나눠먹기 정부로 폄하하는 주장은 모두 ‘비난을 위한 비난’의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는 1950년대 알제리 독립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드골을 정계 복귀시키면서 그의 요구대로 헌법을 대통령제로 바꾸었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대통령에게는 외교·국방을, 총리에게는 내정을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분산시켰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이원집정부제라고 부른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 된 프랑스가 왜 미국식의 순수 대통령제를 거부했겠는가? 한마디로 순수 대통령제가 갖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4년 중임제 역시 순수 대통령제라는 점에서는 5년 단임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제는 승자가 100% 권력을 독식한다. 이 때문에 각 정파는 선거승리를 위해 극한적 대결을 펼치며, 이 대립과 대결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한 반면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처럼 사이비 민주주의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다. 정권은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차지하게 되어 있다. 민주세력이 순수 대통령제를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유도의 원리 중 하나는 ‘경쟁자의 힘을 전략적으로 이용,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자신감을 상실하여 개헌론을 제기한 지금이야말로 권력분점 개헌의 최적기이다.

개헌과 선거법 개정, 빅딜을 하라

한국의 정치문화를 바꾸는데 개헌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선거법 개정이다.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시키고, 소수세력의 정계진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선거 연령도 18세로 낮추어야 한다. 현재 야권은 선거법 개정을 지지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의당은 개헌에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개헌에는 적극적이지만 선거법 개정에는 반대이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개헌이나 선거법 개정 모두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양 측이 빅딜을 하라. 양 측이 하나씩 양보하면 국민은 두 가지 모두를 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보세력들은 선거 때마다 민주진영 후보의 당선을 위해 후보를 사퇴 내지 양보하라고 강요받았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더욱 그러하다. 설령 양보하더라도 반대급부를 보장받게 되어 있다. 연정의 형태로 내각 참여도 수월해진다. 진보진영이 개헌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이유이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

지금 정치권과 국민 대부분이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문제에서 의견이 갈릴 뿐이다. 국민과 정치권이 함께 개헌안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이 논의 과정에서 개헌에 합의하고 개정된 헌법에 입각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만약 물리적으로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면 대선 후로 미루면 된다. 대신 대선 후보들은 개헌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대통령 취임 후 바로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약속은 기자회견장이나 토론장에서의 일방적 선언만으로는 안 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런 식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는다. 집권 초기에는 경제가 어렵다, 안보가 위태롭다, 개혁을 해야 한다 등등 별의별 핑계를 대며 개헌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차기 대선 유력 후보들이 나타나 개헌을 반대한다. 그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보수세력이 힘을 만회해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개헌론을 취소할 수도 있다.

야 3당이 공동의 개헌안을 만들고, 공동으로 선거에 임하고, 승리 후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개헌을 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이다. 개헌에 소극적인 민주당의 우물쭈물함 때문에 정권교체와 개헌, 선거법 개정 모두 물 건너갈까 걱정된다.

지금까지 있었던 개헌은 모두 정치권이 주도했다. 개헌의 내용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었다. 이제는 이런 과거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이 개헌논의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들이 개헌의 시기, 내용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이것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견인해 내야 한다. 개헌을 하지 않으면 표를 주지 않겠다는 독한 각오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호남이 권력분점 및 지방분권형 개헌에 앞장서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광주전남국민주권회의 출범

24일 광주전남국민주권회의가 출범한다. 광주전남국민주권회의의 목적은 국민들 사이에서 개헌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개헌이 왜 필요한지, 개헌을 한다면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 것이다. 정치권이 개헌안을 만들 때 국민의 기본권,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분권형 개헌이 되도록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또 야 3당이 개헌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민주정부 구성에 차질이 없도록 견인하고 압력을 넣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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