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사드배치로 얽힌 관계, 외교로 해결 돼"
반기문, "사드배치로 얽힌 관계, 외교로 해결 돼"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1.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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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보다 정치교체가 더 상위 개념"
"청년들, 세계의 어려운 곳도 다녀보고 경험을 기르는 게 중요"
"정당선택은 아직.."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8일 오전 조선대학교 해오름관 대강당에서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과 조선대학교 학생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조선대학교(총장 강동완)은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과 미국의 기업가 스티븐잡스의 이름을 따 ‘백남준·스티븐잡스 지구촌 시민대학’을 설립했고, 조선대가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과 국제적인 문제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장의 하나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반 전 총장은 강연을 통해 “호남과 광주는 현대 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다. 세계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민주대국이고 인권을 지키는 나라가 되어 있지만, 우리가 함유하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번영, 평화 등을 절대 당연시하면 안 된다”며 “학생 여러분들은 편안하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OECD란 세계 소위 부자나라클럽이라는 곳에 들어가 우리의 입장, 세계발전을 같이 토의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며 “이러한 자랑이 거저된 것이 아니고 당연시 하면 안 된다. 여러분들이 키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무총장을 하며 왜 이 나라는 성공했고 실패했는지 똑똑히 봤다. 우리나라는 아주 빈곤국으로 시작했다. 그때 당시 아프리카 케냐, 가나 등의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다”면서 “유엔으로부터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딱 하나, 대한민국이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3포, 5포 세대라며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걱정하고 있다. 결혼, 연애, 집 등등 포기하는 세대가 됐다”며 “이것이 한국만이 있는 문제가 아니고 많은 유럽의 국가 청년들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계속 포기하는 세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부 정치지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저의 경험, 인내, 휴먼네트워크 등, 제가 193개 세계 지도자들 전부 잘 알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분들의 장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여러분들의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글로벌 스탠더드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높이와 세계가 여러분들을 보는 눈높이가 많이 차이가 난다”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상당히 국내문제에 매몰되어 있으니, 이 차이를 신경을 쓰지 않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젊어서 고생을 사서한다는 말이 있다. 세계의 어려운 곳도 다녀보고 경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며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남을 배려하는 컴패션(compassion, 동정심)을 함께 엮으면 여러분들과 대한민국의 장래가 훨씬 밝고 성숙할 거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광주는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준 곳이다. 민주화를 위한 많은 투쟁이 있었고, 예술인들이 많이 나와 예술로도 세계를 알렸다”며 “전통, 자질, 능력을 가지고 여러분들의 힘을 발산해 보시길 바란다. 미력으로나마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 같이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조선대 학생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다음은 토론회 질문과 반 전 총장이 답한 내용이다.

▲유엔사무총장 활동과 귀국 후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에 대해 긍정적 평가뿐 아니라 부정적 평가, 어색한 서민행보라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이런 평가에 대한 견해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아시아 사람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46년 전 우 탄트가 했었고, 제가 아시아 사람 두 번째로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 사이 아시아적인 가치는 유엔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 탄트 사무총장도 미국에서 교육받고 사망했기 때문에 동양과 문화적,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한국 사람의 사고방식은 뭐든지 완벽하고 겸손, 근면 등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또 공과 사 중에 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으로 가면 180도 달라진다. 내 자신을 내세우고 일보다 내 가족이 더 중요시하는 등 문화적 차이가 있어 약간 어려운 점이 있었다. 국제기구를 개혁하지 않고 물갈이하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3포세대라고 한다.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마련은 하늘의 별따기인데 사회초년생들이 대한민국 경제구조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게하는 현실적인 청년경제정책과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 하는 것은 좋으나 OECD 통계자료를 보면 제일 잘 사는 나라의 사람보다 일을 1년 동안 3개월 더 한다. 그러니 불만지수와 자살률이 아주 높고,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청년실업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체감률이 20%이상 되니 상당히 높다.

앞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지도자들이 좀 더 이 문제에 대해 정책적인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청년문제를 담당하는 특정부서와 아주 높은 고위직위를 만들어 국내적으로 이 문제를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고, 국제적인 외교를 통해 발을 넓혀야 한다.

경제동력이 멈춰 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도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볼만 하다.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이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번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되면 안 된다.

유엔에서 페이스북을 창설한 창업자를 두 세분 만났다. 28살에 성공한 그들보다 제가 나이가 3배가 많았다. 도전과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더라. 세계 갑부 빌게이츠, 주커버그 등 이런 사람들은 다 창업한 사람들이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사람이 없다.

▲유엔사무총장을 하면서 느꼈던 우리나라 국제화 지수를 점수로 표한다면.

- 우리나라 전반적인 국제사회 기여나 발전, 경제성장, 사회참여도, 민주의식, 교육 등을 다 따져서 ‘A’학점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상태로 가면 안 된다.

이제 알았다. 정치지도자들이 각성을 해야 되고, 지금의 정치를 고치지 않으면 언제 고치겠나. 현재와 같은 정치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부정부패. 선거제도 등등 이제는 확 바꿔보자. 이게 국민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사드문제로 타 나라와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생각된다.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어떤 외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지.

- 사드문제가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로 국민들의 의견이 갈려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젊은 세대와 6·25라는 동란을 겪은 세대의 입장이 많이 다르다.

안보전문가로서 볼 때 대한민국은 준전시상태와 비슷하다 말할 수 있다. 잘못 해결하면 어마어마한 지역분쟁을 넘어 국제분쟁이 된다. 더군다나 북한이 핵을 5번이나 쏘았고, 금년에만 해도 20번 탄도미사일을 시험했었다. 사드는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요격용일 뿐이다.

얼마든지 외교로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 사회 등의 정책들은 하다 안 되면 바꿀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놓치면 끝이다. 생명은 한 번 잃으면 그만이다.

▲정치교체,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를 외쳤던 반 총장이 기성 정치인과 만남을 강조하는 것이 궁금하다. 설마 기성유력 대선후보의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정치적인 성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증명해 달라.

- 광장의 민심으로 국민들의 좌절, 분노가 왜 나왔느냐. 대통령 포함 지도층의 인사들이 다 책임져야 된다 생각한다. 진짜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포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진용의 구분 없이 누가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들을 수 있는 건 듣고,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정부의 입장과 다르면 잘 설명하면 된다.

그래서 여야가 있는 거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여야가 다 있다. 저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을 10년을 하면서 국적불문, 인종불문, 전 세계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밤낮없이 지구를 100바퀴를 돌만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특히 약자의 입장을 대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잘 살고 문제없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저는 포용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제 천성이 남을 가르거나 외면하지 않기 때문에. 성향이 뭐냐 물으면 안보나 이런 면에서 보수적이고, 사회, 경제, 취약자 계층 등의 면에는 사람들과 늘 대화를 해왔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당선택은 민생 탐방 후 여러 계층 국민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선택하겠다.

▲대기업들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치스러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 다른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늘 한국 언론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봤다. 대한민국 국민이 좌절하다 못해 분노하고 있다. 지금 이때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정치가 잘 되면 기업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다. 그런 면을 우리가 몰라서 못 한건 아니다. 정권교체보다 정치교체가 더 상위 개념이다.

오랫동안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으로 지면을 떠들썩하게 하다 지나가면 나오고 또 나온다. 이러한 사슬고리를 없애고, 기업이 창업을 하면 사다리를 받쳐주고, 사다리를 올라가기 힘든 사람은 지팡이를 쥐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편, 행사에 앞서 해오름관 입구에서는 일부 청소년과 시민들이 반 전 총장의 ‘위안부 합의’, ‘사드배치’, ‘청년인턴 확대’, ‘서민코스프레’ 등 그의 입장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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