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 사드배치 기정사실화 광주시민들 불만 고조
야권 대선주자들 사드배치 기정사실화 광주시민들 불만 고조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1.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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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손학규 유보, 반기문․안희정 찬성, 이재명․박원순 반대
“사드배치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아 실망 넘어 허망”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광주촛불 적폐청산과제 중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철회 요구에 대한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광주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사드배치에 대한 현재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정치공학적 셈법 때문인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찬반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유보하고 있고, 2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절차적 정당성 및 대중국·러시아 설득 문제를 이유로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입장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엄수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사드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옳다는 주장을 제가 하고 있는데, 사드배치를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사드배치 결정을 취소하겠다거나 하는, 어떤 방침을 갖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면서 “다음 정부에서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어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입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과 별 차이가 없다. 차기 정부에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안 전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외교적 수순을 밟는 게 옳다”는 입장이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한미동맹을 감안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지만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국익에 무엇이 최선인지 실용적 관점에서 더 많은 논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절충된 입장이다.

이와 달리 현재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은 “사드배치는 마땅하다”며 찬성 입장을 굳건히 했다.

반 전 총장은 15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정부나 군 당국에서 아주 심사숙고하고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보에 관한 한 국민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지 않으면 사드는 필요 없을 것이지만 한반도의 현실이 거의 준 전시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사드에 반대한다”는 것을 전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고 말해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드 반대론자다. 하지만 이들 둘 사이에도 온도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재명 시장이 ‘조건부 반대’인 반면 박원순 시장은 ‘적극 반대’다.

이재명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될 뿐 한국 안보엔 큰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성될 때까지만 시한부 배치해야 한다”고 밝혀 ‘조건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핵문제 해결은 군사적 대응보다 외교적 노력이 우선”이라며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미국은 우리의 최대의 동맹국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우방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드는 이천오백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방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더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심각한 관계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 경제도 중요한 안보 사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부분 야권 대선주자들이 사드배치를 찬성하거나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대해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야권의 거의 모든 대선주자들이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아 실망을 넘어 허망한 생각이 든다”면서 “대선 후보들 중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유불리를 떠나 사드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할 사람은 없는가”라고 묻고, “없다면 정말 선거가 싫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김홍길 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자신의 신념과 의지도 없이 표를 구걸하기 위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면서 “사드배치 반대를 명확히 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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