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 태어나서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7.01.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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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의 어린이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 땅에 태어날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탄허 스님을 인터뷰하기 위해 뵈러 갔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만물은 성주괴멸(成住壞滅 : 삼라만상은 생겨나서(成) 머물러 존재하다가(住) 수명이 다하면 허물어져(壞) 없어져 버린다(滅)는 뜻)하는데 모든 것이 다 그 운명에 의해서 그렇다. 만들어진 모든 그릇이 언젠가는 깨어질 운명을 타고 나듯이 인간도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것이 그러하다.”

이 말씀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태어나 머물러 있는 동안 열심히 살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주신 말씀이었다. 그릇으로 있는 동안 그릇 역할을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이제껏 살아오면서 지난 반평생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너무나 힘겹고 고단하게 삶을 이어오다 보니 아닌 말로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세상을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이 땅에 머물러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고달픈 것이다. 6.25, 4.19, 5.16, 5.18, 6.29, 탄핵… 그야말로 격동의 한 세상을 살아오고 있다.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지만 국민들은 언제 한 번 마음 편히 살아보지 못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아무리 어려운 말로 말한다 해도 결국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즉, 삶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한 세대 만에 이루어낸 압축성장, 세계무역대국 12위니 하면서 한국의 발전을 자찬하지만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래서 행복한가는 의문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낙선한 힐러리가 백악관 영부인으로 있을 때 방글라데시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방문해서 그 나라 농촌 여성들을 만난 일이 있다. 그 가난한 나라 여성들이 힐러리에게 물었다. “소를 몇 마리나 키우는가?“ 그것이 지상 최고의 문명국 미국 대통령의 부인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아파[자매님], 당신은 암소가 있어요?"

"아뇨, 나는 암소가 없는데요."

"아파, 당신은 자기 소득이 있어요?"

"실은, 전에는 내가 직접 벌었는데요, 그런데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으로 옮긴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돈 버는 일을 그만두었답니다."

"아이들은 몇 있나요?"

"딸 하나예요."

"아이들을 더 갖고 싶진 않나요?"

"네, 하나나 둘 쯤 더 갖고 싶긴 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딸 첼시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마을 여성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참 안됐네! 힐러리 부인은 암소도 없고, 자기 소득도 없고, 아이도 딸 아이 하나뿐이라는군." 중얼거렸다. 방글라데시 시골 여성들의 눈에 힐러리는 결코 행복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꼈다.(에피소드 부분 관련 자료에서 인용)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부탄 같은 우리가 우습게(?) 보는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들이다.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질주해오느라 대열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가. 학벌, 재력, 지연, 혈연, 학연이 닿지 않아 뼈 빠지게 고생해도 먹고 살기 급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런 동아줄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무지렁이처럼 살아야 한다.

몇 백억원을 말 한 마디로 증여하고, 끼리끼리 해먹고 사는 나라에서 ‘흙수저’들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이 절망적이다. 공정하지 않은 현실이다. 이참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서 새로 들어설 정권은 ‘정권교체’라고 떠들 것이 아니라 ‘국가개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 나라 역사 과정을 되살펴보고 ‘뉴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여러 번했지만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의 그룹만 바뀌고 만 것이 아니었던가. 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없는 사람은 더 없이 사는 세상을 만들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는 몇몇 지도자(?)들이 국민을 통치하여 부정부패가 창궐해온 토양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국민통치’ 시대를 열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1,0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간 것이 정권교체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면 ‘누구 좋으라고’ 그런 것밖에 안된다.

어느 대선 후보 유력자의 포럼에 교수들이 1,000명이나 몰려들었다는 뉴스를 기억한다. 이래가지고서야 될 법이나 한가. 떡고물을 먹겠다고 쉬파리처럼 몰려드는 먹물들의 행태에 아연실색이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하늘이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촛불광장의 민심을 반영해서 대동세상을 만들어나갈 때다. 국민의 힘으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행운’으로 바꿀 새로운 한국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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