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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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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09: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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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지난해 12월 19일 베를린의 한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사고는 12명의 사망자와 55명의 부상자를 낳는 대형 참사였다. 독일은 물론 국제사회가 이번 사고에 경악했고, 베를린에 거주하는 필자 본인에도 현실적인 공포로 인식되었다.

사건 당일 늦은 밤, 한국 시각으로 이른 아침, 사고 뉴스를 접한 한국의 지인들이 필자의 안부를 묻고자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이들이 필자에게 묻는 안부에는 모두가 ‘베를린 테러’라는 우려가 전해졌다. 사건 발생 현장에서 독일 검찰과 언론이 실시간으로 전하는 ‘트럭 사고’가 필자에게는 당시 일반적인 사고로 인식됐는데, ‘베를린 트럭 테러’라는 뉴스를 접한 한국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을 ‘테러’로 규정,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은 베를린 사고 뉴스를 전하는 한국 뉴스를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 현지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는 연합뉴스와 한국의 대형 언론사들이 베를린의 트럭 사고를 ‘트럭 테러’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독일 경찰과 정부 당국은 사실 사건 당일 ‘테러’라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는 사건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은 불분명한 사고의 원인을 한국 언론이 테러라고 확정, 보도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연합뉴스와 몇 개의 대형 언론사가 만들어낸 오보는 인터넷 매체에서 무비판적으로 재생산, 확대되었고, 출근길 뉴스 속보에서는 ‘베를린 테러’가 전해졌다.

정작 독일 정부는 사건 발생 후, 다음날 IS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는 온라인 발표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들은 ‘테러’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독일의 주요 일간지들과 시사 주간지들은 검찰과 정부 발표에 충실한 보도를 이어가며, ‘테러 의혹 사건’ 또는 ‘트럭 사고’로 전했다.

반면 황색 저널들은 사건 발생 즉시 인터넷신문에서 ‘테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다음 날, ‘테러’라는 제목의 기사를 현장 사진과 함께 1면 보도했다. 이같이 섣부른 ‘테러’ 규정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베를린 사고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러 공격’이라는 우려를 표했고, CNN은 사건의 사실 보도보다 ‘테러 현장’에 미국인들의 여행을 금지하는 속보 뉴스를 전했다. 모두가 ‘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국 언론이 ‘트럭 테러’로 보도한 이유는 아마도 CNN 보도를 접한 특파원의 오보일 가능성으로 생각된다. 영어 만능주의 국가에서 성장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기자가 되고, 특파원으로 현장에 파견될 때, 영어 외에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특파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통신사와 대형 언론사가 생산하는 국제뉴스는 영어 번역 전문가들이 신문사에 고용되어 사건 소식을 영문자에서 국문자로 전하는 게 전부이다.

사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자국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담아내는 국제 뉴스는 극히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심지어 현장에 나가 있는 특파원들도 CNN과 BBC 그리고 영어권 통신사들의 뉴스를 바탕으로 취재, 보도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 트럼프가 의도하고 있는 ‘테러’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수주의자들에게 ‘테러’는 공포 정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소위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을 구체화시켜 자국의 군수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공포를 조장해 자신들의 세력을 응집시키고 정치적 관계에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적 실언이 초래하는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은 그리 단순,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의 실언과 더불어 CNN의 지원 보도가 분명히 있었다.

사실 ‘트럭 테러’라는 사실 관계는 사건이 발생한 후 독일에서도 지배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베를린 테러 사고가 아닌, 한국 언론의 섣부른 보도 행태이다. 단순히 오보나 왜곡보도가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의 실수 또는 문제로 축소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뉴스 보도에서 선택한 ‘테러’라는 용어 하나가 전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결과는 논외로 사라져 버리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트럭 테러’라는 국내 뉴스 보도에서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 분단국가의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북한의 전쟁 도발과 테러 집단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국가의 의무, 즉 국방 예산의 증액을 암묵적으로 자극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정치적 메커니즘은 언론의 언어적 장난으로 연구된다.

미국의 윌리엄 애스토어 역사학 교수는 9.11 사태 이후 진행되는 제국주의적 전쟁에 미군 부대와 CIA정보원들의 활약상을 논할 때, 미국 정부가 완곡어법을 사용하는데, 이 완곡어법은 대중들을 전쟁에 무감각하게 만들기 위한 작동 법으로 지속되는 전쟁의 참상과 위험을 진실보다 거짓으로 혼동케 하는 언어적 장난이라고 비판했다.

CNN도 그리고 이를 베껴 쓰는 한국 언론도 베를린 사고는 결국 테러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 체 ‘트럭 테러’라고 규정하고 보도했던 이들 뉴스는 명백한 오보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오보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테러’ 보도를 통해 사회적 불안감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거짓으로 오도하고 불확실함을 통해 혼란을 초래하는 맥락에서 이번 오보는 의도된 언어적 장난으로 의심된다. 기자는 단어 하나와 문장 하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파견도 시급한 제도적 논의지만,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적 장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과 법률적 감시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언어적 장난은 분명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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