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스님, “내간다고 서러마라. 매국역적 징치하러 떠나노니”
정원 스님, “내간다고 서러마라. 매국역적 징치하러 떠나노니”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1.10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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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9일 저녁 끝내 입적
“나의 죽음이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유언
▲ 정원스님이 "웃는 얼굴 남기려 했는데"라며 페이스북에 남긴 사진. 이미지 출처 : 정원스님 페이스북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지난 7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분신한 정원 스님(속명 서용원·64)이 이틀만인 9일 저녁 끝내 입적했다.

정원스님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서울대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이다.

정원 스님은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끝난 오후 10시 30분께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몸에 휘발성 액체를 끼얹고 스스로 불을 붙여 분신했다.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전신 70%에 2도 화상, 3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의식이 없이 호흡기에 의존한 호흡만 가능한 위독한 상태였다.

정원 스님은 분신 현장에 “경찰은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니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라!”, “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는 등의 유서를 남겼다.

또 분신 직전 페이스북에 벗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며 “촛불이 기필코 승리하길 바라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정의가 바로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안녕. 부디 승리하여 행복해지기를...”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977년 해인사로 출가한 정원 스님은 사찰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0년 광주 학살 관련 불교탄압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1987년 6월 항쟁,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등에 참여했다.

다음은 정원 스님이 분신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보시오 촛불님네 / 내간다고 서러마라 / 지구중생 돌고돌아 / 언젠가는 다시만나 / 그대곁에 다가와서 / 미소짓는 저사람이 / 넘어질때 손잡는이 / 나인것을 알고사소 / 그런사람 부처이고 / 보살인줄 알고사세 / 생명줄을 잡았으면 / 놓을줄도 알아야지 / 잡는다고 잡혀지나 / 놓는다고 놓아지나 / 이세상에 동류인생 / 모두모두 나의가족 / 나의친족 나의친구 / 한국땅에 태여날때 / 이런줄을 몰랐다네 / 매국역적 득세하여 / 칠십여년 침탈하고 / 껍데기만 한국이요 / 알맹이는 일본미국 / 나라이니 원통하고 / 분통하다 국민들은 / 더이상은 이대로는 / 못살겠다 갈아엎자/ 국정농단 무리들을 / 처단하자 소리높네 / 생명이란 한꾸러미 / 그런줄을 모르고서 / 제배때기 채울줄을 / 아는것은 짐승보다 / 못한부류 하류인생 / 국정농단 천지기만 / 동물야수 모두나와 / 착한인간 괴롭히니 / 죄란죄는 모두모두 / 저지르니 그악행이 / 지구우주 덮었어라 / 이제나는 그들악행 / 징치하러 떠나노니 / 잡지마오 슬퍼마오 / 악인들을 모두모두 / 처벌한뒤 그이름들 / 지옥세계 명부판에 / 영원토록 새기려니 / 대대자손 과보받고 / 부끄러워 하늘태양 / 쳐다보지 못하리니 / 선량선민 가슴맺힌 / 철천지한 씻기우세 / 할말이란 너무많아 / 기록하기 어려우니 / 이만하세 이만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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