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17)-가스실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17)-가스실에서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7.01.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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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비가 부슬거리고, 날씨도 음산한데 필자를 비롯한 단체여행객은 발길을 가스실로 옮겼다. 가스실 입구에서 안내판을 보았다. 안내판은 두 개다. 하나는 배치도, 다른 하나는 설명문이다. 먼저 설명문을 읽었다.

전쟁 전에는 이 건물은 군수품 창고였다. 1940년 8월15일부터 1943년 7월까지 이 건물은 화장장(火葬場)으로 사용되었다. 1941년 8월에 캠프 당국에 의해 시체실로 디자인된 가장 큰 방은 가스실로 개조되어 아우슈비츠 최초의 가스실로 사용되었다.

친위대는 치클론 B 약품을 사용하여 수천 명의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도착 후 수 시간이내에 학살했다. 소비에트 군인과 병약자도 같은 방법으로 학살되었고, 나치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폴란드 인들도 이곳에서 총살당했다.

1942년 봄과 여름에 제2수용소에 가스실이 두 개 설치되자 이곳의 가스실 활동은 점차 줄었다. 이후 제2수용소에 화장장을 갖춘 가스실이 4개 만들어지자, 1943년 7월에 화장장이 폐쇄되었고, 창고로 활용되다가, ss친위대의 방공호로 사용되었다.

나치는 소각로와 굴뚝 그리고 일부 벽들을 파괴하였고, 치클론 B 투입 구멍도 폐쇄시켰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이 건물은 재건축되어 원형으로 복구되었다.

▲ 가스실 전경

한편, 배치도는 1942년과 현재 상태를 비교하여 가스실, 화장장, 굴뚝 등을 표시해 놓고 있다.

당초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포로수용소였다. 그런데 나치는 시체안치소를 가스실로 개조하여 1941년 9월부터 1943년 7월까지 1일 340명의 학살 처리를 했다.

그런데 가스실이 너무 협소하고 화덕 2개의 용량도 너무 적었기에 가스실 확장이 필요했다. 1941년 가을에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부터 3Km 떨어진 곳에 유럽 최대 규모의 제2수용소 비르케나우(Birkenau)

를 건설했다. 제2수용소는 ‘켄베이어벨트’처럼 가장 산업화된 대량학살센터였다. 5개의 가스실과 소각로 그리고 철로와 승강장까지 갖추었다.

하루에 24,000명의 시체 소각이 가능했다. 주1)

가스실 구경은 1분 만에 끝났다. 여행 가이드를 따라 줄을 서서 한 번 쭉 둘러보고 나왔다. 단체여행의 한계를 실감한다.

가스실을 나와 정문으로 가면서 2016년 2월말에 본 ‘사울의 아들’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비밀 작업반이었던 유대인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의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탈의실. 독일군은 이들에게 샤워를 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주겠다고 말한다. 이들이 샤워실에 들어가자 문이 닫힌다. 그리고 곧 비명이 들린다. 어떤 이들은 손톱자국을 내면서 절규를 한다. 바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이었다.

한 차례 학살이 끝나자 '존더코만도'가 투입된다. 등에 붉은색 'X'자 표시가 된 옷을 입은 이들은 가스실에서의 죽은 시신의 뒤처리를 맡았다. 시체를 태우고, 유골을 강에 버리고, 죽은 이들이 남긴 귀중품을 수거하는 등 모든 업무를 해야 했다.

이 영화의 촬영 장소는 아우슈비츠 제2수용소였다. 유대인들의 비명, 가스실을 솔로 닦는 소리, 독일군과 작업반장이 끊임없이 작업을 지시하는 소리 등이 아우슈비츠의 현장을 가감 없이 재현했다.

이제 1시간 40분 정도의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 답사가 모두 끝났다.

가스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정문으로 나왔다.

1) 나치는 대량학살 수용소를 6개나 만들었다. 첫 학살 수용소는 1941년 12월8일부터 운영된 폴란드 헤움노였고, 1942년 3월에는 폴란드 동부 베우제츠 수용소가 따랐고, 1942년 5월에 아우슈비츠 2수용소와 소비부르 수용소, 1942년 7월에 트레블링카, 1942년 가을에 마즈다네크 수용소에 가스실이 설치되었다. (위스트리치 지음 · 송충기 옮김,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을유문화사, 2004, p 16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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