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는 반복되는가?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7.01.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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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을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지구는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참으로 아름다운 별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별에 인간이 등장하고부터 온갖 비극이 반복되어 왔다. 그래도 멀리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여전히 아름다운 별이다.

한반도는 캄차카 반도와 함께 동아시아의 2대 반도다. 지도를 뒤집어 걸어 놓고 보면 한반도는 태평양으로 도약하려는 도약대와 같다. 다시 원위치로 지도를 놓고 보면 한반도는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중국(명나라) 침략의 교량 확보였다면, 1910년의 한일합방은 제2차 일본의 교두보 확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첨예한 격전지가 되어 왔다. 소설에서 시간과 공간의 얽힘을 크로노토프(시.공간)라고 한다. 같은 한반도라 할지라도 시간대가 다름으로 말미암아 그 크로노토프도 다르다. 같은 한반도라 할지라도 시간대가 1세기나 지났기 때문에 100년 전의 역사가 반복될 수는 없다. 그런대도 대내외적인 여러 역사적 요인들은 우리를 마음 졸이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31일부터 11월4일까지 실시되었던 미군의 ‘비전투원 소개 훈련’을 두 달이 지난 1월3일(미국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이 동행 취재했던 것을 방영한 것은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한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의 핵위협 선언과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강도 높은 ‘핵위협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맞대응 등등. 이러다가 비이성적인 두 지도자가 한반도에서 핵전쟁이라도 일으킨다면 우리 한민족은 재기 불능이 될 것이다. 핵무장한 김정은은 한민족을 핵의 볼모로 삼아 동북아 국제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 전야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전쟁 분위기의 조성은 우리에게 백해무익이다.

바야흐로 작년 10월29일 제1차 촛불시위부터 10차에 걸쳐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시민 혁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성공여부가 향후의 우리나라 운명을 좌우할 중요 시점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야 하고 아무 준비도 없이 국민을 위난의 중심으로 몰고 간 무능한 새누리당을 척결해야 될 시점에서 외부 강대국들의 이해 충돌로 말미암아 판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촛불혁명’은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마저도 횃불이 되어 태워 버릴 수 있다. 남한의 촛불 시위를 놓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는 북한의 위정자들은 자기들의 주위나 잘 살피라고 충고하고 싶다. 엄청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비야‘하는 식으로 국민들을 위기의식에 빠지게 해서 독재권력을 유지했던 세력들의 수법을 아직도 되풀이 사용하고 있으니 시효가 지난 약처방에 불과하다. 싸움에는 투철한 투쟁심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진다는 식으로 국민을 세뇌시킨다면 정작 유사시에 아무도 전장으로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기나 바둑은 고도의 지략을 요하는 두뇌 스포츠다. 장기는 시시각각으로 장기쪽을 이동시켜 적의 왕(궁)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게임임에 반하여 바둑은 한 수 한 수 두어가며 이미 놓여진 점(기착점)을 충분히 살려나가 최종적으로 집을 많이 차지하는 게임이다. 이 두 게임 다 장기판이나 바둑판 위에 새로운 크로노토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소설이나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가령 계가를 위하여 반상에 놓여진 바둑돌들은 그 쓰임새가 다한 돌들이다. 그리하여 바둑통에 쓸어 담긴 바둑돌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기판위에 있을 때 장기 쪽들은 의미를 가지지만 장기판을 떠나서는 장기쪽은 물질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이 특정의 시간과 공간에서 그 역할을 다 할 때, 그 인간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순간 최선의 삶을 살 때, 역사적 존재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역사에 눈을 뜬 사람에겐 역사는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 결국 민주주의는 최선의 선택을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좋은 길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진창에 처박혀 그 바퀴를 빼내려고 죽을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우리의 촛불혁명을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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