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는 지혜롭게 사는 수단
플랜 B는 지혜롭게 사는 수단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7.01.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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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는 옛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인생이란 고달픈 것임을 알기에 다가오는 새해에는 좋은 일, 소망하는 일들이 잍어나기를 바라는 덕담들을 건네며 축복하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풍속이다.

나의 새해 덕담은 ‘우리나라가 잘 되는 것’이다. 내가 이런 걸맞지 않게 큰 소망을 하는 것은 지난 한 해 너무나 시끄러웠으므로 새해에는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림살이도 펴지고 평안해지기를 바라서다.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새해에는 어째 자꾸 어지러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예민한 탓인지 슬며시 겁이 날 정도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인 큰 이슈도 시끄럽겠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고꾸라지고 있는 나라 경제다. 신문이라는 것이 워낙 그렇기는 하지만 보도를 보면 자영업, 중소기업들이 날마다 문 닫기 바쁘고, 큰 기업들도 직원들 내보내느라 우울한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 공동체 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중국 등이 움츠려들고 있어 수출에도 먹구름이 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나라 걱정을 하노라면 작고하신 아버지는 생전에 “걱정 말거라. 6.25때도 다 살아남았다.” 하고 위로해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누구한테도 위로받을 기회가 없다. 마치 어, 어 하면서 늪에 빠져들어 가는 형국이다.

하기는 셰익스피어도 ‘인생이란 지루하고, 멋없고, 평범하고, 무익한 세상살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하루하루 편안하게 지낼 날이 없다. 날마다 무슨 큰 일이 터지고, 그래서 불안하고, 걱정이 끊일 새가 없다.

어떤 속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은 다이내믹한 나라’라고 좋게 말하지만 실제 이 땅에서 터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시끄러운 현실이 너무나 혼란스럽고, 그래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해에는 또 무슨 괴이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새해가 밝아왔지만 마냥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박두진)라고 노래할 기분이 아니다. 새해에는 가정 형편들이 나아지고, 세상살이도 좀 신이 났으면 싶은데 나라 안팎의 돌아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그래서 주제넘게 나는 사람들에게 ‘플랜 B’를 말한다. 새해에는 자기 생각대로 일이 안 풀려갈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두 번째 생각‘, 즉 플랜 B를 마련해놓으라는 이야기다. 무슨 일이 안 풀리면 당황할 것이 아니다. 즉각 대안인 플랜 B를 작동해서 대처하면 된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예컨대 빚내어 집을 산 사람들은 금융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으므로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세상에는 일이 술술 풀려나가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새해에는 더욱 그럴 것 같다. 점쟁이는 아니지만 내 살아온 직관과 돌아가는 형편을 가늠해 보건대 새해를 나려면 모두들 플랜 B를 만들어놓아야 그나마 어려운 형편을 잘 넘길 수 있다고 본다.

다시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리면 ‘마음의 준비만이라도 되어 있으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 것이다.’ 새해 벽두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비상벨을 누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슨 통계수치나 근거를 대라면 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해 넘어갈 때 서쪽 하늘이 붉으면 날씨가 좋고 흑록색이면 비바람이 분다’지 않던가. 천문을 보고 날씨를 짐작하듯 살아온 경험칙이 말해준다. 항상 자기가 사는 시대를 위기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이 모든 인간의 삶의 공식이 아닌가 싶다. 뭐 우리라고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플랜 B를 만들어 놓고 있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플랜 B는 지혜롭게 사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해가 밝은 해가 되려면 좌파냐, 우파냐 하는 소모적인 싸움부터 그만두어야 한다. 좌파를 종북으로, 우파를 꼴통으로 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엄격히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좌파, 우파 같은 것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론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자기 이익’을 우선으로 좌, 우를 갈라놓는 것이 현실 아닌가. 섣부른 좌우의 이념대결 같은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정책을 폈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우파정책을 폈던가?

지금 민주주의4.0을 지향하는 21세기에는 다보스포럼 창설자 클라우스 슈밥의 말대로 ‘좌우로 싸울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갈 것인지 뒤로 갈 것인지를 가지고 다투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를 진전시킬 수 있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에게 새해 덕담 삼아, 재산을 처분하고 온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고 나서 어떤 젊은 미국인 부부가 한 말을 여기에 옮겨놓는다. “사람들은 종종 미디어의 부정적이고 싫증나는 이야기를 통해 악과 비극이 가득한 세계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세계는 평화, 사랑, 친절이 더 많은 아름다운 곳이며 우리와 아이들에게는 희망과 위로였다”

그들이야말로 플랜 B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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