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 대수(大樹)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 대수(大樹)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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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 또한 많구나

사람은 자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자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출세하려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도 가르친다. 그래서 만남의 원리를 애써 강조하는 인사들의 강연조의 어투도 자주 듣는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맞는 말이다. 부부 간의 만남, 스승과의 만남, 상사와의 만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라는 큰 나무임이 분명하다. 큰 나무가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현실 입장에서 언급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大樹(대수) / 백운거사 이규보

큰 나무 더운 날씨 쉬기에 편해 좋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 피해서 좋아

그늘이 양산 같으니 주는 혜택 많고 많아.

好是炎天憩 宜於急雨遮

호시염천게 의어급우차

淸陰一傘許 爲貺亦云多

청음일산허 위황역운다

큰 나무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 또한 많구나(大樹)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나무 밑은 더운 날씨에 사람 쉬기에는 아주 좋고 / 소낙비를 피하기는 제격이여 더욱 좋아라 // 시원한 그늘은 마치 양산만 하게 시원하니 / 큰 나무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 또한 많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큰 나무 아래는]으로 번역된다. 백운거사는 우리 민족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 국란의 와중에 고통을 겪는 농민들의 삶에도 주목하며 여러 편의 시를 썼다.

그의 문학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함이 특징이다. 자기 삶의 경험에 입각해서 현실을 인식하고 시대적이고 민족적인 문제의식과 만나야만 바람직한 문학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시인이 국가의식이 강했다는 사상을 위 시문에서 엿본다. 더운 날씨에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 큰 나무는 쉬기도 좋고, 소낙비를 피해서 좋고, 시원한 그늘에 양산이 되어서 좋다는 이른바 ‘대수예찬(大樹禮讚)’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 나무 예찬은 바로 국가와 민족의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화자는 분명 작지 않는 생각을 갖는 큰 그릇이었다. 민족 대서사시 [동명왕편 東明王篇]의 내용이며 품격은 길이 남은 보배 중의 보배다. 시원한 그늘은 마치 양산만 하게 시원하니 큰 나무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 또한 많다고 했다. 시에서 큰 나무는 모든 백성에게 혜택을 고루 주는 것은 조정이자 나라였음이 분명하다는 인식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나무 밑은 쉬기 좋고 비 피하기 제격이라, 그늘이 시원하니 큰 나무 혜택이 저리 많군’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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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로 고려의 문신이다. 감시에 응시했을 적에 꿈에 규성이 나타나 장원으로 급제할 것임을 알려주었는데, 그 꿈이 들어맞았으므로 이인저에서 이규보로 이름을 고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1190년(명종 20) 진사시에 급제하였다.

【한자와 어구】

好: 좋다. 是炎天: 더운 날씨. 염천이다. 憩: 쉬다. 宜: 편하다. 於急雨: 급하게 내리는 비에도. 遮: 막다, 피하다. // 淸陰: 맑은 그늘, 시원한 그늘. 一傘許: 양산만 하다, 양산에 버금가다. 爲貺: 사람에게 주는 여러 혜택, 받은 은택. 亦云多: 또한 많다고 이르다, 많다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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