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촛불집회 총결산] 촛불은 말한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6 촛불집회 총결산] 촛불은 말한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 박창배 기자
  • 승인 2016.12.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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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정유년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할 때까지

3.5%법칙과 직접민주주의

2016년의 마지막날에 열릴 촛불집회가 10회째를 맞이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도록 만들었던 2016년의 촛불집회는 여느때와의 촛불집회와 달랐다. 촛불문화제라고 부를 만큼 경찰과의 마찰이 전혀 없었다.

촛불집회에 대한 시각차는 있을지언정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보는 것은 일치한다. 촛불집회를 광장에서 국민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는 광장민주주의로 대의민주주의를 수정한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광장문화는 감정적으로 고조된 군중의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곳이라고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국민이나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이나 광장에 나와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력 및 무력 충돌은 없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가 발표한 ‘3.5% 법칙’이 관심을 받고 있다. 3.5% 법칙은 ‘한 국가 전체 인구의 3.5%가 집회 및 시위를 평화적으로 지속하면 결국 그 정권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이론으로 그의 저서 ‘시민저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2012)’에서 처음 사용됐다. 여기서 시위가 폭력적으로 바뀌면 국가가 폭력을 사용해서 시위대에 대응하는 것이 합법적인 것으로 보여 정권 퇴진 확률은 50%로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다.

촛불집회 10차까지

두달여 동안 국민들은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외신들이 대서특필할 때 무너진 국격을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다시 세웠다.

2015년 11월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이 317일만인 2016년 9월25일에 사망하게 되자 사망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부검을 하겠다는 정부측에 반대해 10월29일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지키기 위한 촛불이 올랐다. 1회때 촛불집회는 서울에서 2만여명이 모여 진행됐다. 그리고 41일만인 2016년 11월5일 장례를 거행했다.

이와 더불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시국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11월3일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자 광주지역 시민·사회·여성·노동·종교·학계·법조계·정당 등 제 단체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11월5일 2차 촛불집회는 ‘백남기 농민 추모와 박근혜 퇴진 촉구 광주시국 촛불대회’로 열렸다. 5000여명이 모여 ‘이게 나라냐’, ‘박근혜 하야’,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자유발언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11월12일은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제3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있었다. 민중궐기에 10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에서도 1만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를 열었다.

11월19일에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는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이 다시 타올랐다.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민족민주화대성회’에서 장엄한 횃불이 타오른 지 36년 만이었다. 이날 촛불대회는 당초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작 전부터 시민들로 넘쳐 금남로까지 공간을 확대했다. 주최 측 추산 7만명, 경찰 추산 2만명이 모였다.

11월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도심에는 주최 측 추산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이 참가했다. 지역에서는 4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6만 명)이 모여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겨울비가 내린 광주 금남로에서도 '박근혜 퇴진', '박근혜 체포', '박근혜 구속', '박근혜 처단' 등을 외치는 7만여(경찰 추산 1만2000여 명) 광주시민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18곳에서도 주최 측 추산 2만 명의 도민이 촛불을 들었다.

가로 8m, 세로 30m 크기로 ‘우리가 주인이다’는 문구와 함께 ‘박근혜 체포’가 적힌 대형 현수막도 등장했다.

12월3일에 열린 6차 촛불집회는 매주 열릴때마다 기록을 갱신하던 참여인원이 사상 최대로 많이 모였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안'을 발의한 날 서울 150만 명, 광주 10만 명 등 전국에 모인 ‘232만’의 촛불로 민심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촛불집회를 찾은 광주시민들은 "'박근혜 3차 담화'가 탄핵과 사법처리를 피해가려는 '정치적 꼼수'"라며 반발했다. 또 "이날 새벽 국회에서 발의된 '박근혜 탄핵안'이 국민들의 열망대로 오는 9일 가결 돼야한다. 부결되면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이 마련한 2~3m 크기의 ‘쇠창살 박근혜와 부역자 감옥’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새누리당, 재벌 등을 형상화한 인물들을 하옥시키기도 했다.

12월10일에 열린 7차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이었다. 사전행사로 방송인 김제동씨가 ‘만민공동회’의 사회를 보았다. 추운 날씨에도 전국적으로 100만여명, 광주 금남로에는 6만여 명(경찰 추산 6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탄핵 가결의 기쁨을 서로 나눴다. 시민들은 탄핵 가결에 대해 “민심을 받아들인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12월17일에 열린 8차 촛불집회에는 3만 광주시민이 참석했다. 정의당 광주시당, 광주YMCA 촛불지원단, 세월호상주모임 등이 주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에 보내는 연하장, 편지쓰기에는 초등학생부터 칠순 노인까지 참여하여 ‘박근혜 탄핵’을 헌재에 촉구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구호는 이제 “황교안 사퇴”, “김기춘·우병우 처벌” 등 부역자들로 확대됐다. 그런가 하면 부역자 감옥, 대형 평화의소녀상과 태극기가 등장했고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단 해태상 한 쌍도 등장했다.

12월24일 성탄 전야에 열린 9차 촛불집회는 1만여명의 광주시민들이 금남로에서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하야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가족과 함께 산타 옷, 모자 등으로 꾸미고 집회에 참석 성탄 전야의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기도 했다. 주최 쪽도 캐릭터 풍선인물을 준비하여 집회장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과 함께 했다. 광주전남 청년연대에서 진행한 ‘박근혜퇴진 산타대작전’의 산타들도 금남로를 활보했다.

또 최근 국회 국정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던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수갑찬 모습을 그린 형상물도 등장했다. 금남로 한 복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 등 ‘박근혜와 부역자들을 감옥으로’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광주YMCA 앞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도 탄핵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금남로에서 10차 광주시국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본부는 2017년 새해 첫날 오전 0시에 5·18민주광장 앞 민주의 종각에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처벌을 촉구하는 ‘하야의 종’ 타종 행사를 진행한다.

2017년의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담화가 있은 이후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은 6차 촛불집회때 극에 달했다. 두달간 있었던 10번의 촛불집회는 국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 권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지만 충돌이나 폭력은 없었다. 광장에 모여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쏟아 냈다. 이러한 승리의 경험은 많은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으로로만 보던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밖으로 나와 현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은 내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박 대통령이 완전 퇴진 할 때까지 타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국민을 이끌려는 생각보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얼마나 잘 대변해 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촛불집회는 '변한것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박근혜 퇴진이 끝이 아니라 박 정권이 저질러 놓은 비정상화를 정상으로 바꾸길 염원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들어난 민심은 3.5%의 법칙을 넘어서 이미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던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자 함이 분명하다. 국민이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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