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정유년과 호남
2017 정유년과 호남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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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병신년(丙申年)이 간다. 달랑 4일 남았다. 2016년은 나라가 완전히 병신 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가 수훈갑이었다.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907만 민심은 촛불집회를 하였고,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압도적으로 의결했다. 이제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다. 강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2017년은 정유년이다. 정유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정유재란(丁酉再亂)이다. 1596년 9월 명나라와 일본의 4년에 걸친 강화회담이 깨지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7년에 조선을 재침했다.

히데요시는 재침략 지시를 세밀하게 내린다. 이순신부터 제거한 후에 조선 수군을 궤멸시킬 것, 먼저 전라도를 공격하고 군인과 양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참살할 것, 충청도와 경기도는 정세에 따라 진격할 것 등.

일본은 먼저 이순신 제거에 성공한다. 간첩 요시라를 이용하여 이순신을 백의종군케 하고, 7월16일에 원균이 이끄는 조선수군을 칠천량 해전에서 몰살시켰다.

이후 일본 우군 6만 명은 함양을 거쳐 전주로 가고, 좌군 5만 명과 수군은 남원을 거쳐 전주로 향했다. 8월16일에 왜군은 남원성을 함락시키고 곧바로 전주성에 무혈 입성했다. 9월7일 직산전투에서 패배한 왜군은 전라도로 내려가 전역을 초토화했다. 전라도 전역에 왜군 50개 부대가 바둑판처럼 깔렸다.(조경남의 <난중잡록>에서)

8월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된 이순신은 8월15일 보성 열선루에서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라는 장계를 선조에게 올리면서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9월16일 명량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무찔렀다. 이 승리에는 이순신을 따라 온 피난민과 전라도 연안 지역 백성들이 있었다.

한편, 왜군들의 잔학상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닥치는 대로 죽이고 코를 베어서 히데요시에게 바쳤다. 9월26일 진원과 영광에서는 무려 10,040개의 코를 베었다.

또한 왜군은 수많은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들 중에 남원에서 심당길, 영광 앞바다에서 강항 가족들이 일본으로 잡혀갔다. 도공 심당길 후손은 ‘심수관 도자기’로 이름을 남겼고, 승려 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주자학을 가르친 강항은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한마디로 임진왜란 초기에 전라도는 8도 중 유일하게 무사하여 병참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였고 호남의병은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호남은 폐허가 되었다.

한편, 일본은 1910년 한일 병탄에 앞서 1909년 9월부터 10월 두 달간 남한대토벌작전을 전개했다. 사실상 호남의병 대학살이었던 이 작전은 일본군 2,300명과 군함 10척이 동원되었는데, 전사한 호남의병이 420명, 체포나 자수한자가 2천여 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 작성한 ‘남한 폭도 대토벌 실시보고서’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의 옛날을 몽상하여 일본인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대토벌을 단행하여 뿌리를 뽑아, 일본의 무위를 보여주어 일본의 역사상의 명예회복을 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2017년 호남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은 일본이 아닌 극우들이 호남을 비하하고 혐오하고 있다.

SNS에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형제의 나라 호남조선의 자랑스러운 혁명 동지,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는 로동신문이 버젓이 게시되어 있다. 심지어 “호남조선공화국이라 칭한 북한의 노동신문! 계엄령만이 탄핵열차지령 때려잡는다”는 구호도 등장했다.

오죽했으면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로동신문은 “완전 조작”이라고 했을까(2016.12.12. 동아일보)

이런 호남 혐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적극적 대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 무서워서 피하냐?’ 식으로 무 대응 할 것인가? 선택은 호남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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