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mother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을 생각해본다면 smile, 즉 미소일 것 같다. 웃음에는 미학과 인간학이 있다. 서로 어울려 한 번 웃기만 하면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바로 통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웃음은 사람이 소통하는데 가장 빠르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논과 들은 누렇게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하늘은 푸르른 천고마비, 결실의 계절이다. 며칠 전 과수원을 하는 사촌형으로부터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을 얼기 전에 빨리 따가라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가을은 열매를 더욱 무르익게 하고 들판에 핀 가을꽃들의 색감도 짙어가고 있다. 이러한 계절의 뒤안길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생각해 본다.
지난해 화순의 야산과 계곡을 돌아다녔다. 붉은 모후산과 차나무 꽃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집에 돌아오던 중, 내 생애에서 볼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미소를 보게 되었다. 야산에 나무로 덮인 지역은 방향감각을 헛갈리게 하였다. 바로 그때 지나가는 노인에게 방향을 묻기 위해 차 유리를 내리는 순간 할아버지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미소로 나를 대해 주었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할아버지를 지나쳐 달리다가 차를 돌려 할아버지의 집 앞까지 뒤쫓아 갔다. 세상 모든 것을 품어 안은 듯 한 미소에 끌려 뒤따라간 것이다. 요즈음은 웃음치료가 유행인 시대이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가식 없는 순수한 미소를 간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예기치 않는 많은 불편함이나 위험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결코 웃고 다닐 수만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은 점점 윤택해지며 발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간의 야만적 행태가 여전히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할아버지가 지닌 미소를 보면서 과연 무엇이 정말 잘사는 세상이며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 날의 인연이 있었던 이후, 나는 친구와 함께 할아버지의 미소에 교류와 소통을 하였다.
가끔 화순의 깊은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적이 없는 야산에 홀로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나설 때면 일상에 묻은 세속을 털어내는 기분으로 가서 음식을 나누어먹고, 대화도 나누면서 망중한을 보냈다. 그런데 며칠 전 ‘남도한바퀴’ 문화탐방행사에 참여했다. 송정리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완도를 갔는데 장보고 전시장에 있는 사람인형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미소를 보았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웃는다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고 쉽게 행하기 때문에 미소가 품고 있는 깊은 철학적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소는 일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화순 할아버지의 미소를 통해서 다소 위대할 수 있는 인간상을 발견한 것이다.
상대에게 감동적인 미소를 주는 것은 가식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동물들은 미소를 짓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미소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정이 아니겠는가!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살짝 웃는 웃음은 남들까지 기분 좋게 하며 세상에 정감을 느끼게 하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갖게 해 주는 최대의 무기이다. 나아가 미소 짓는 것은 누구나가 맘만 먹으면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하다.
신은 왜 인간의 유전자 속에 웃음을 넣어 놓았을까? 물론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특별히 웃도록 창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는 너무 많다. 우리가 얼굴을 찡그리면 고통스럽고 슬펐던 기억이 쉽게 되살아나지만, 반대로 웃는 표정을 지을 때 행복한 기억이 쉽게 되살아나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웃기 시작한 후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행복호르몬 엔돌핀이 왕성하게 생성된다. 그래서 웃음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좌뇌,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켜 창의성이 뛰어나게 한다. 또한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원만한 성격을 갖게 해주며 대인관계에 있어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게 해줄 것이다.
또한 웃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되고, 디프레스로 인한 몸의 경직들을 풀어준다. 나아가 심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순환기 계통의 기능을 개선시키고 많은 근육들을 운동시켜 건강한 삶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면역력 증강의 효과를 발휘해서 질병의 예방과 치유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정치인들도 아름다운 마음과 미소를 갖는다면 여유와 자신감을 갖게 해 시민들로부터 신뢰감과 친근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은 서비스 직종이나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영업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웃는 마음을 갖고 고객을 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웃음이 주는 개인적, 사회적 효과는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높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웃음치료가 등장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항상 잘 웃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잘 웃는 사람들의 삶이 더 행복하며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랑하는 이의 죽음 직후에 웃지 않는 사람보다 웃는 사람이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훨씬 더 슬픔을 잘 극복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웃음이 가져다주는 삶의 에너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웃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이다.” “웃음은 인간관계의 자석이다.” “웃어라. 그러면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갖게 될 것이다.” “웃으면 세상이 나를 향해 웃을 것이고 찡그리면 세상이 나를 향해 찡그릴 것이다.” 중국속담에 ‘한바탕 크게 웃을 때마다 수명이 10년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하여 웃는 집에 만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감이 익고 벼를 수확하면서 사람도 익어가는 이 계절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화순 할아버지의 미소’를 다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