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 76. 시울림
우리동네 재주꾼 76. 시울림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6.12.07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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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이란 시를 말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
마음속 일들을 내뱉어 치유효과, 자신감 상승
▲ '시울림' 단원들이 시낭송에 대해 강의를 받고 있다.

시란 감성으로 읽는 것이다. 각박한 이 세상에 시의 향기를 우리가 울림으로 전파하고 싶다는 뜻을 가진 시낭송 동아리 ‘시울림’을 만났다.

마이크를 잡고 주목 받는 일들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선다는 자체가 떨리기 마련이다. 시낭송이란 감성스피치라고도 이야기 하는데, 사람들 앞에서 마음속에 있었던 일들을 시를 통해서 내뱉어 치유효과를 볼 수 있고, 자신감도 길러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시낭송에 대해 김현서 강사는 “시낭송이라는 것은 기존의 시인들이 써 놓은 시를 말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캔버스 자체가 내 마음이 되고, 나의 시를 듣는 사람의 마음이 캔버스 자체가 되겠죠”라면서 “그 마음에 우리는 시가 가지고 있는 내용, 목소리, 배경음악, 모션 자체를 언어로써 그림을 완성시키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2013년 5월, ‘시울림’은 시낭송에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들로 일곡도서관에서 작게 동아리를 창단하게 됐다. 현재는 확산되다보니 20여명이 넘는 단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처음에는 30대의 단원들도 있었지만, 한 참 일에 바쁠 나이인지라 현재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40대에서 70대까지 남녀구분 없이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여러 시집을 낸 시인단원들도 함께하고 있으며, 단원들이 시낭송 대회에도 나가 상을 휩쓸어 온다고 한다. 이날은 최근 서울에서 상을 탔다는 한 단원이 한턱 쏠 것이란 얘기도 오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 2016년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 시극 공연.

광주 곳곳에서 6개의 시낭송 아카데미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김현서 강사도 처음에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을 낯설고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김 강사는 “저는 동아리 활동하기 전에 집에서 삼남매를 키우던 평범한 전업주부였어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던 전업주부가 시낭송을 통해 방송에도 나가고 수업도 하며 여러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라고 말했다.

단원들도 처음에는 무척 낯설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옷도 곱게 차려입은 단원들을 무대 위로 올려 보내면, 소심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멋있는 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어서 김 강사는 “낭송(朗誦) 밝을 낭, 욀 송. 시를 보고 낭송하지 않아요. 전부 외워 남 앞에서 낭송한다고 해 보세요. 얼마나 떨리겠어요. 그 떨림을 수차례 거쳐 연습에 연습을 하다 보니 저절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라며 “한 사람 앞에 서보고, 두 사람 앞에 서보다보니 지금은 제 앞에 사람들이 없으면 이상한 느낌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손짓에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를 시를 통하여 헤쳐 나갔다는 김 강사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우여곡절의 일들을 겪게 되잖아요. 지하로 떨어질 만큼 힘들었던 시기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접하게 됐어요”라며 “저는 저 혼자만 힘들고 어려운줄 알았거든요. 그 분의 시를 보니 모든 사람들이 꽃처럼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한다는 거예요. 들으며 굉장히 많은 위안을 얻고 발돋움 하여 현재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네요”라고 말한다. 시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치유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화순 힐링푸드축제 공연.

최근에는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시문화연대’라는 비영리단체를 창립하여 시와 문화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동아리실에서 뿐만 아니라 밖으로 나아가 큰 외부행사에서 시낭송 활동을 하고 있어요. 5·18전야제에서 추모시 낭송, 축시 낭송 등 많은 공연을 경험하고 있네요”라면서 “요즘 전국적으로 시낭송 대회가 참 많아요. 단원들과 참가하여 상 타는 기쁨을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네요”라고 설명했다.

조명숙 회장은 “학교 다닐 때는 시를 많이 접하곤 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면서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시점에 시를 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죠”라며 “사실 저는 시낭송이란 자체를 몰랐어요. 김현서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가 일곡도서관에서 동아리 수업을 맡게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축하해주러 꽃다발을 들고 갔다가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시울림’의 회원이 되어버린 제 모습을 보게 됐네요”라고 시낭송을 시작하고 동아리에 입단하게 된 동기를 말한다.

이어 그는 “동아리를 통해 일주일에 한 편씩 새로운 시를 접하며 외워보기도 하고, 남한테 좋은 시들을 낭송해주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라면서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엄청 두려워하고 떨었었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네요. 사실은 지금도 회원들 앞에서 조금씩 떨지만요(웃음)”라고 덧붙였다.

▲ 1년에 한번씩 시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학생으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공연하고 있다.

김 강사는 “우리 식구들에게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시가 좋아서 찾아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대체적으로 평화롭고 고우세요”라며 “이 자리를 빌어 단원들에게 시간이 되었건 재능이 되었건 돈이 되었건 약간의 손해를 보겠다고 생각하고 산다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되니 살아가는 게 너무 즐거울 거란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원들 모두 누구누구의 딸, 아들, 며느리... 이런 타이틀을 가지고 살았을 거예요. 이 타이틀들이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당부를 드리고 싶네요.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간다면 앞으로의 남은 삶들이 멋있고 행복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혼탁하고 힘든 세상에 시의 향기로 지구의 한 모퉁이를 밝고 아름답게 해보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이 앞으로 이루어지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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