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유의(居仁由義) 정직탕평(正直蕩平)
거인유의(居仁由義) 정직탕평(正直蕩平)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12.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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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고도(古都) 후에를 다녀왔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엔 왕조(1802-1945)의 도읍지이다. 응우엔은 200년간 남북으로 나뉘었던 베트남을 통일하면서 수도를 북부지역 하노이에서 중부지역 후에로 옮겼고 지금 모습의 베트남을 통치하였다. 베트남(越南)이라는 나라 이름도 이때 생겼다.

▲후에성 입구 – 정문인 오문

후에 왕궁을 답사했다. 정문인 오문(午門)에서 표를 사서 왕궁으로 들어갔다. 정전(正殿)인 태화전(太和殿)을 가려면 두 개의 패방을 지나야 한다. 오문 바로 앞에 패방(牌坊 : 문짝이 없는 삼문)이 하나 있고, 중도교(中道橋)를 건너서 패방이 또 하나 있다. 소위 외삼문과 내삼문 격이다.

▲거인유의 – 오문을 바라본 패방

오문(午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패방에 거인유의(居仁由義)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맹자>에 나오는 글귀가 적혀 있다니. 응우엔 왕조는 중화문화권에 속하여 청나라에 조공을 했고, 유학을 숭상했으니 베트남 선비들도 사서삼경을 공부했으리라. 하기야 호치민도

유학자 집안이었으며 모스크바 국제 레닌학교 시절 동기생 박헌영으로부터 선물 받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즐겨 읽었다 한다. (안재성, 박헌영 평전, 2009)

거인유의(居仁由義)는 <맹자> 진심(상) 33쪽에 나오는 구절이다.

제나라 왕자 점이 ‘선비는 어떤 일을 하는지’를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뜻을 숭상한다(尙志)’고 말했다. 다시 왕자 점이 상지(尙志)에 대하여 묻자, 맹자는 ‘인의를 추구하는 것 뿐 입니다. 인에 머물고 의를 따르는 것(居仁由義)이 대인이 할 일이다’라고 답했다.

맹자의 인의 사상은 <맹자> 책 맨 첫머리인 ‘양혜왕 상’에도 나온다. ‘하필왈리 역유인의(何必曰利 亦有仁義)’가 그것이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이 있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하필이면 이익에 대하여만 말하십니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何必曰利 亦有仁義)”

임금은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오직 인의가 있을 뿐이다.

▲정직탕평- 태화전을 바라본 패방

문득 태화전을 바라보는 패방에도 글귀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뒤돌아보니 정직탕평(正直蕩平)이라고 적혀 있다.

‘정직탕평’이라! 임금이 명심해야 할 신조(信條)이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그리고 탕평책을 펼쳐라. 지역·신분·종교차별도 하지 말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라. 주1)

정직이란 단어를 보니 ‘월남에서 돌아 온 김상사’ 노래를 불러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김추자가 1971년에 부른 ‘거짓말이야’ 노래가 생각난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짓말 일색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거짓말 행진이다. 사악(邪惡)하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검찰 공소장은 박 대통령이 국가 공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고 최씨의 국정 농단을 비호했던 혐의로 넘쳐났다. 한마디로 박대통령은 공범이고 피의자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차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말도 지키지 않으면서 사심이 없다고 했으니 국민들은 공분(公憤)하고 있다. 232만 성난 촛불이 즉각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 게이트로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란 오명(汚名)을 얻었고, 국격(國格)이 크게 실추되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박대통령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한국에 커다란 손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박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 퇴진은 한국이 더 강력한 민주국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절한 논평이다.

▲고명유구 패방 (내삼문에 해당)
▲중와위육 패방

주1) 한편 내삼문인 패방에는 고명유구(高明悠久), 중화위육(中和位育)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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