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 이르는 병
부에 이르는 병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6.11.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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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행가에 ‘잘 살고 못사는 게 마음먹기 달렸더라’라는 가사가 있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은 열심히 일하고 안하고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유효한 말이다. 한데 권력과 결탁하여 하루아침에 부(富)를 거머쥔 사람들도 있다.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최 모씨라는 아녀자도 그런 부류에 속할 것 같다.

부정과 비리로 엄청난 부를 횡령한 것이므로 그것을 부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것을 보면 부라는 것이 반드시 자기하기 나름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된 셈인지 세상은 갈수록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잘 살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만 같아서 하는 소리다.

우리나라에서 부를 일구는 불변의 공식으로 권력 결탁 말고도 부동산 투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0년 가까이 이 공식이 주를 이루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잘 산다는 사람들은 대개 이 공식으로 한목 거머쥔 사람들이다. 부의 정당성 면에서 볼 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아파트나 땅을 굴려서 돈을 벌다보니 사실 떳떳하게 청부(淸富)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부끄러운 부다.

지난 1년여 동안 난리를 친 부동산 투기가 그것을 말해준다. 정부가 금리를 대폭 내리고 부동산 규제를 풀자 난데없는 아파트 청약 광풍이 몰아닥쳤다. 자고 나면 분양권(당첨권)이 몇 천만 원 올랐다느니 하는 투기장이 들어선 것이다. 서울의 강남에서 벌어진 사태가 다른 도시들에까지 미쳐 사람들이 넋을 잃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돈을 빚내어 아파트 청약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룻새에 몇 천만 원이 올랐느니 하면서 온통 어디 가나 아파트 분양권 이야기가 국민적 화제가 되었다. 겉으로는 부동산을 부채질해서 경제가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드는 정책이다. 이런 사태는 나라가 지금 정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실상이다.

정치 잘 하고 못하고에 따라 나라 잘 되고 못되고가 달려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동산 광풍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사회 각 분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세계 1위의 고령화 속도, 세계 1위의 저출산율, 세계 1위의 인구감소율, 세계 1위의 자살율, 세계 1위의 무엇 등등…. 대체로 안 좋은 쪽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권력’들은 각성해야 한다. 국난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정국의 정상화와 함께 우리 사회를 지배한 모순, 갈등, 부정, 비리를 척결할 혁명에 준하는 개혁을 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국가를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대통령이 있으나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정국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가 어떤 영(令)을 내려도 말발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 난국을 풀어나갈 데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인데 내년 대권을 향한 이해득실의 주판알만 튀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낯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정치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경제가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 먹여 살리기다. 그런데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으니 초야에 묻혀 사는 나 같은 필부인들 어찌 걱정스럽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현 상황을 ‘경제 IMF’라고 한다. 딱 맞는 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라 하고 정상화시켜가는 것이 정도다. 애써 편법을 동원해 경제를 살려보려다가 그야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를 할까봐 걱정된다.

정치라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자산을 올바르게 배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투기를 해서 부자가 되는 이런 식의 반칙으로 부를 이루는 것은 고쳐야 한다. 땀을 흘린 만큼 자산이 돌아가도록 사회를 규율하는 것이 법도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자산 분배가 왜곡되어왔다. 격차사회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있는 사람은 더 있게 되고, 없는 사람은 더 없게 되는 자산 분배.

나라가 위기에 처한 지금 제대로 된 지도력을 가진 자가 나타나서 부에 이르는 정당한 법칙을 세워야 한다. 부에 이르는 투기병을 앓지 않고 열심히 일한 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불만은 공정치 못한 자산분배에서 나온다. 불만을 최소화시키는 자산 분배, 그것은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배려하는 자산 분배일 것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식으로 정국 수습한답시고 정파끼리 티격태격 세월 다 보내지 말고 서둘러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중국 상품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는 데, 일본이 돈 풀어 한국 죽이기를 한다는 데, 미국이 고립주의로 나간다는 데, 우리나라는 뒷짐 지고 있는 것 같아 한 걱정이다. 마냥 정치를 욕할 수도 없고, 나라 잘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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